김지은 / 신문방송학과 박사, 법원행정처 공보관실 행정관

[인터뷰]

현대의 여론을 사유하기


■ 다원적 무지는 소셜미디어상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다원적 무지를 어떻게 자각하고, ‘여론’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과거 연구는 다원적 무지 현상으로 인한 사회 보수화 경향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시대는 양극화돼가는 양상이 더 뚜렷한 것 같다. 즉,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취사 선택하면서 결국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 현상으로 이어지는 과정 어딘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론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통된 의견을 누군가 정리해주지 않는 이상 개인이 파악하기 어렵고, 누군가 ‘공통의 의견’을 정리해준다고 해도 왜곡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편,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전체 인구의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소셜미디어 이용자이지만 굳이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금 소셜미디어상에서의 의견에 아무리 ‘좋아요’가 많고 댓글이 많아도,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셜미디어의 의견이 절대다수의 의견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내가 구독하지 않는 범위에, 소셜미디어 환경 바깥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왜곡은 소셜미디어가 현대인의 삶에서 불가분이 된 이후로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결론을 도출하면서 특별히 예상과 다른 점이 있었나

  연구를 진행하기 전 학문적 문헌과 현상을 검토하면서 어느 정도 결과를 예측하게 마련이다. 다원적 무지 현상이 분명히 발생할 것이라 예측했다. 다만, 좋아요나 댓글 등 소셜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단순한 정보들이 각각 여론을 인지하는 과정에 강력한 개별적 영향력을 행사하리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개별적 영향력은 나타나지 않았고, 개인의 성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만 영향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디어는 스스로 작동하고 기능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용이 수반돼야 어떠한 영향력이 발생한다. 즉, 본 연구는 실험을 통해 다원적 무지 현상이 소셜미디어 환경에서도 나타나며, 좋아요 수, 댓글 등이 그 자체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그 영향력의 크고 작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하였고, 이는 예상과 다른 결과이기도, 예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 개인의 공감 성향이 소셜 미디어 여론 형성에 큰 위상을 차지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공감’이라는 요인에 대해서 예전부터 관심을 둬왔다. 개인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인지, 공감을 어느 정도 하는지에 따라 의견·태도·향후의 행위 의도가 현저히 다르다는 결과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의견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환경은 어쩌면 커다란 ‘공감’의 미디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좋아요’ 혹은 ‘화나요’나 댓글로 드러나는 또 다른 개인의 공감이나 의견들은 다른 이들의 감정, 의견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도구인 동시에 자신의 공감을 표현하면서 스스로 이를 확산시키는 행위에 동조하게 된다.

  공감은 꼭 자신과 동일한 의견과 감정 형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보고 이해하는 그 자체가 바로 공감이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형성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공감 이후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이 가진 공감 능력은 사회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어떤 상황에서도 공감은 태도와 의견 형성의 동인이 되지만, 소셜미디어 이용 환경에서는 그 역할이 더욱 클 것이라 예상했고, 연구 결과 뚜렷한 영향력을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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