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9.5.3 금 19:51
기획학술
[토론문]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혐오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과학적 실천노창희 /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최은영 편집위원  |  rio.flaneu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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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호]
승인 2019.03.05  15: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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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문]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혐오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과학적 실천

노창희 /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여론이라는 개념 형성에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 중 하나인 월터 리프먼(W.Lippmann)은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근거로 현실을 판단하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접하든 간에 지각한 현실을 본인이 재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리프먼은 1922년에 출간된 그의 책 《여론(Public Opinion)》에서 이를 ‘우리 머릿속의 그림(The Pictures Inside Our Heads)’으로 설명한다. 당시는 정보 이용 및 저널리즘 환경이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다. 정보를 접하거나 공유하는 것도 무척 어려운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리프먼이 ‘우리 머릿속의 그림’을 얘기한 걸 보면 인간은 근본적으로 현실을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할 위험을 지닌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정확한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확한 정보는 생각만큼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같은 정보라도 혹은 똑같은 기사라도 배치되는 위치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는 정보가 전달되는 맥락이 달라지면 그것을 접한 이용자에게 상이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정보라도 접하는 이용자에 따라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처한 미디어 이용 환경은 갈수록 정보를 편식하는 것이 용이한 구조가 되어 간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SNS를 통해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지인들이 끊임없이 정보를 공유해 준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폭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미디어 다양성 증진의 기반이 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이념적 지형을 가진 매체가 늘어나고 추천 시스템에 기반한 뉴스 제공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리프먼이 얘기한 ‘우리 머릿속의 그림’은 같은 사안을 두고 너무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미국 시민단체 무브온(Move On)의 이사장 엘리 프레이저(E.Pariser)는 자신의 저서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2009)을 통해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정보들에 의해 사고가 자신의 영역에 갇히게 됨을 의미하는 용어다.

  다양한 정치적 지향성을 지닌 매체가 늘어나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통창구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하지만 정보 편식 현상이 심화되고 이를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게 되면 집단 간 혐오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념적 양극화와 같은 이유로 혐오가 확대될 경우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더욱 큰 문제이다. 파하드 만주(F.Manjoo)는 《이기적 진실(True Enough)》(2008)을 통해 이러한 상황이 더욱 심화되면 자신들만이 공유하는 신뢰를 형성한 집단 간의 결속을 강화시켜 이것이 사회적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분열을 초래해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부작용이 광범위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지은의 논문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이다. 타인의 의견을 현실과 다르게 인식한다는 다원적 무지는 가짜 뉴스로 인해 현실이 왜곡되고 이것이 타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는 사회적 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개념이다. 김지은의 논문은 SNS로 인해 다원적 무지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학술적 자료다. 뿐만 아니라 여론에 관한 잘못된 이해가 개인의 성향과 인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도 시사한다. 가령, 진보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높은 수준으로 여론을 잘못 인식하게 되면 행위 의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같은 매체로 동일한 정보를 접했을 경우에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데이터 기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플랫폼들이 데이터를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로 인식하고 우리의 입맛에 맞는 정보를 우리가 이용하기 편한 환경을 구축해 제공한다.

  일반 이용자들은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욱 이용하기 편리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편리해지는 만큼 편협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연구자들이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사회과학적 실천이며, 김지은의 연구는 이러한 사회과학적 실천의 일환이다. 일반적인 미디어 이용자가 쉽게 알 수 없는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 연구자의 영역이다. SNS에 의해 나타나는 다원적 무지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로 연구돼야 하는 중요한 개념중 하나다. 후에도 이와 관련해 다양하고 유용한 연구들이 축적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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