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 예술학과 박사과정

 

■Demolition Site 04 Outside, 2013, 120x160cm, Pigment print
■Demolition Site 04 Outside, 2013, 120x160cm, Pigment print

도시는 삶의 장소성을 잃어버렸다 

 정지현 / 예술학과 박사과정

■ 작업이 공사 중 상태의 접근이 제한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도시 속 건축물의 생성과 소멸, 이로 인해 변화하는 도시풍경에 관심을 갖고 있다. 태어나 쭉 살아온 서울의 아파트촌이 재건축공사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유년시절 추억의 공간이 얇은 철판으로 가려지고 사람은 제외된 채 기능적인 도시화가 이뤄졌다. 이런 경험이 작업의 영감이 됐다. 사람들의 접근이 차단된 변화하는 도시 공간(건설·철거현장)에 개입해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의 변화를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다.

 ■ 대표적인 작품을 소개한다면 

■Demolition Site 01 Inside_2013_120x160cm_Pigment print
■Demolition Site 01 Inside_2013_120x160cm_Pigment print

  <Demolition Site(철거현장)> 시리즈는 철거 예정 건물의 내부를 빨간색으로 칠하고, 실제 철거가 이뤄진 후 다시 현장에서 빨간 방의 운명을 추적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건물이 부서지며 빨간 흔적들은 점점 작은 덩어리로 쪼개지다 결국 한 점의 콘크리트 가루가 된다. 개인의 공간인 빨간 방은 재개발이라는 체제 앞에서 무력하게 사라진다. 이 과정을 통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도시화에 문제를 제기한다.

■ 본인의 작업에서 ‘사진’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인가

  더욱 얇고 간편하게 휘어지며 건물 전체에 시공되는 디스플레이의 발전은 사진을 감각하고 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새로운 세대들은 더 이상 사진을 종이(인화지)로 인지하지 않는다. 사진은 이제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한 재료다. 나는 사진을 찍을 때 평면에 보이는 방식뿐만 아니라 빔프로젝터·VR·대형실사프린트·3D프린트 등 다양한 입체적 가능성을 염두하고 촬영한다. 사진이 프린트된 대형 필름에 열풍을 쐬어 건물의 외벽 전체나 미술관의 내부를 감싸는 형태로 전시하기도 했다.

■Demolition Site 01 Inside_2013_120x160cm_Pigment print
■Demolition Site 01 Inside_2013_120x160cm_Pigment print

■ 최근 작업에서 도시건축의 속도감을 작품에 담았다 

■Demolition Site 01 Inside_2013_120x160cm_Pigment print
■Demolition Site 01 Inside_2013_120x160cm_Pigment print

  도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정신속화와 비용절감을 위한 건축자재의 발전으로, 건축물을 구성하는 벽면과 외장재는 점점 더 가볍고 다양해졌다. 변형·조립·해체에 용이한 건축 자재들은 빠르게 생성 혹은 소멸하는 현대 도시의 순환과도 밀접한 관계를 이룬다. <CONSTRUCT> 연작은 이러한 건축현장의 자재나 폐기물을 이용해 공간을 재구성한다. 새로운 공간이 완성되기 직전에 드러난 횡단면은 딱딱한 건축물의 중간 과정인 유기적 상태를 구조화해 공간의 ‘표면’에 대한 감각을 재고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의 실재성에 대한 지각능력을 회복하고 싶다. 이 프로젝트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송은문화재단의 협력으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 최신 공법을 적용한 건축현장 곳곳에서 작업이 이뤄지는데, 지금은 스위스의 건축가 듀오 헤르조그&드 뫼롱(HdM)이 설계한 건축물의 공사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정리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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