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 신문방송학과 박사

[중앙아카데미아: 『SNS 콘텐츠의 방향성, 좋아요 수가 다원적 무지 현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김지은 著 (2018, 신문방송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상호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호에서는 신문방송학과 김지은의 박사 논문 『SNS 콘텐츠의 방향성, 좋아요 수가 다원적 무지 현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소셜미디어 시대의 다원적 무지 현상과 그에 따른 개인의 의사결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우리는 소셜미디어로 ‘소통’하고 있는가

김지은 / 신문방송학과 박사

  2016년 말, 미국과 한국에서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논쟁이 소셜미디어상에서 대규모로 나타났다. 미국 대선과 한국의 대통령 탄핵 이슈는 닮은 듯 다른 결과로 마무리됐다. 미국 대선은 언론에선 힐러리 클린턴(H.Clinton)이 우세했지만, 온라인 빅데이터 분석은 트럼프(D.Trump)의 당선을 예측했고, 이 예측은 적중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각종 여론 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이 예상됐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과연 언론·소셜미디어·댓글 등 수많은 온라인 정보들, 내가 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게시물과 의견들은 사실과 얼마나 닿아있을까.


소셜미디어와 여론, 소통의 역설

  소셜미디어는 친구를 맺거나 구독(좋아요)한 정보를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좋아요’ ‘공유’ 등을 통해 타인의 감정이나 의견을 파악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기능은 공적 이슈에 대한 개인의 관심과 여론을 형성하고 드러나도록 한다. 이와 같이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한 화면 안에서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을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소비하는 구조는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의 입장만을 접하게 돼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편향된 정보만을 취하게 되는 단점도 존재한다. 즉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읽을 수 있는 타인의 의견을 자칫 실제 여론으로 잘못 파악하게 돼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거나, 의견의 양극화 또는 소통의 단절이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커뮤니케이션 역기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확산 시기의 많은 연구는 개방적 구조에 기반해 다양한 정보 습득, 쌍방향 의견 교환, 신속한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인터넷의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이것이 여론 예측과 의견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작동원리는 지인, 공통점을 공유하는 사람과의 친구 맺음, 개인 취향 관련 페이지 구독을 기초로 한다. 이는 이용자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필터버블 현상은 다양한 의견의 접촉을 방해하고 왜곡하는 현상이다.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페이지와 관계(구독)를 끊어버리기는 너무나 쉽다.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는 이렇듯 개인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못 이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인다는 임금님의 옷이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다고 오해하는 현상이 다원적 무지인 것이다. 다원적 무지는 여론을 오인지하는 현상 그 자체를 설명하는 동시에 실제 다수의 의견과 이를 통해 추정되는 의견을 각각 측정해 차이를 살펴봄으로써 어떻게 여론이 잘못 인지되는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이론이다. 특히 찬반 태도가 분명한 이슈나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 논쟁에서 다원적 무지는 더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셜미디어, 개인과 타인, 그리고 다원적 무지

  본 연구에서는 지금의 소셜미디어가 사회 소통과 여론 인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다원적 무지는 실제로 나타나는지, 나타나고 있다면 어떤 기술적·심리적인 요인들이 작용을 하는지, 다원적 무지는 결국 우리의 여론 인식과 의견 형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살펴봤다. 실험을 위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또한 연구 당시 이슈였던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에 관한 뉴스 이용 상황을 제시했다. 특히 실험처치물로 제시된 것은 김영란법에 관한 기사 텍스트 한 줄과 링크·미리보기 이미지·좋아요 수·댓글로 구성된 인터넷 언론사의 페이스북 기사 콘텐츠다. 각각의 사항은 사전 조사를 통한 설정으로 통제했으며, 피험자들이 실험처치물을 확인한 후 설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본 연구의 실험 결과로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콘텐츠 소비 과정에서 여론을 오인지 하는 다원적 무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실제 측정된 여론보다 타인이 김영란법을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하는 부정적 다원적 무지의 경향이 나타났다. 콘텐츠 내용(방향성)이나 좋아요 수(타인의 공감 수)는 여론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셜미디어 콘텐츠의 특성이 독립적으로도, 상호작용의 측면에서도 여론을 오인지하는 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개인의 공감 성향이 오인지에 관한 영향력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이 공감을 잘하는 성향인지의 여부에 따라 콘텐츠 내용의 방향성, 좋아요의 수에 반응해 여론을 더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다.

  종국적으로 다원적 무지 현상은 향후 해당 이슈에 대한 댓글을 쓰거나, 이슈를 확산시키는 등 개인의 행위 의도에도 영향을 준다. 다만, 개인의 정치 성향과 자신이 다수 의견에 속하는지, 소수의 의견에 속하는지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 행위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다원적 무지가 유의미하게 조절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여론을 잘못 이해하는 현상이 개인의 성향이나 인식에 따라 행위의 결과를 다르게 도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여론이 긍정적이라고 인식하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이 다수에 속한다고 생각할수록 낮은 행위 의도를, 여론이 부정적이라고 인식하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이 소수에 속한다고 생각할수록 높은 행위 의도를 보였다. 최근 연구들을 살펴보면 기존의 침묵의 나선 이론과 대비되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와 같은 결과를 도출하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본 연구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결과를 확인했다. 개인의 정치 성향 역시 다원적 무지와 함께 행위 의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진보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높은 수준으로 여론을 오인지할 경우 행위 의도가 낮아지는 경향도 나타났다. 물론 주제가 되는 사안과 행위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개인의 성향과 여론 인지는 행동에 함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읽게 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보는 세상은

  물론 소셜미디어가 아닌 다른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경우에도 여론을 잘못 인식하거나 왜곡하는 현상은 발생한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는 ‘소통’을 필두로 한 매체인 만큼 이에 대한 면밀한 사회과학적 접근은 끊임없이 시도돼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대량으로 빠르게 정보가 확산되므로 여론 오인지와 왜곡으로 정작 이슈에 대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거듭 발생하며,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한 실증적이고도 학문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는 다원적 무지라는 사회적 현상·매체·개인의 특성을 복합적으로 살펴보는 실증적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여론은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여론일 수 있다는 것, 이와 같은 여론의 오인지는 비단 미디어의 기능적 특성에서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특성과 상호작용하여 나타난다는 것, 결국 여론의 오인지는 향후 의견형성이나 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다시 말해,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의 여부는 개인의 의견 형성, 더 나아가 해당 이슈와 관련된 개인의 행동에도 영향을 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온라인 의견 양극화나 필터버블 등 온라인을 둘러싼 최근의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고 타인의 의견 즉 여론을 파악해, 되도록 사실에 가까운 내용을 바탕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의 세상과 같이 폭넓은 관계 맺음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개인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향후 소셜미디어 이용을 둘러싼 사회 현상들에 대하여 다양한 특성을 가진 소셜미디어와 이용자 개인의 특성, 더불어 사회적 특성 등이 반영된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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