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으로 시대 읽기]

 누구를 위한 ‘국가’‘보안’‘법’인가

  이번 특집 예술 지면에서 설명하는 신학철 화백의 작품 <모내기>는 ‘국가’가 ‘보안’이라는 명목상 ‘법’을 도구로 ‘예술’을 어떻게 탄압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 이상의 작품 훼손을 막기 위해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보관 위탁이 이뤄졌지만 <모내기>는 아직 법 구속에서 온전히 해방되지 못한 상태다. 2000년 신 화백 특별사면 후 2004년 유엔인권이사회의 반환 권고에도 법무부는 “현행법상 몰수 처리된 물건을 원소유자에게 반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거부했기 때문이다.
  신학철 화백의 말대로 이 훼손은 “역사의 증거물”이다. 본문 내 필자의 언급처럼 사건에 적용된 법 조항은 “비판적인 표현의 단죄를 위한 수단”이었다. 시간이 흘러 민주화의 진통을 겪어낸 우리는 비로소 이 사안을 되짚어 볼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해당 작품의 물리적 구속은 ‘현재 진행형’이다.
  <모내기>에는 작품 제작 당시의 의미에서 나아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시대적 무게가 더해져 대한민국의 역사적 단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표상이 됐다. 예술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은 이렇게 때로는 타의적일 수 있다. 작품이 그려 낸 세상보다도 작품을 둘러싼 사회가 불편한 탓이다. 서류봉투 형태로 접혔던 <모내기>는 이제 펼쳐져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접혔던 자국을 작가의 당부와 같이 현 상태로 잘 보존하길 바란다.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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