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아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원우 말말말]

강사 ‘법’과 싸워야 하는가

박승아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같은 일을 하는데 다른 이름이 붙는다. 공부하고, 연구하고, 가르치지만 누군가는 강사고, 누군가는 교수다. 세상사가 다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고, 때 되면 강사도 다 교수가 될 테니 기다리라 말 할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언제부턴가 ‘나중에’라는 말에 신물이 난다. 성소수자의 인권도 나중에, 젠트리피케이션도 나중에, 나는 그것이 지금의 입을 틀어막는 권력의 수사라고 생각한다. 강사법과 관련된 최근의 논쟁에서도 그렇다.

  개정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정확히는 개정 강사법의 시행을 앞두고 진행될 대학들의 꼼수에 대한 우려는 정당하다. 모 일간지는 시간강사법의 시행에 관해 “시간강사법의 역설… 7만 명 해고에 떨고 있다”는 기사를 내 놓았다. 진보적 학자로 일컬어지는 모 선생님들은 개정 강사법의 시행과정에서 수많은 시간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갑작스레 강사‘법’이 매를 맞기 시작했다.

  이 법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비판받고 있는가. 대학원신문 346호 포커스에 실린 글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되면, 대학은 강사를 공개임용 절차를 통해 뽑아야하고 그 계약은 1년 이상으로 규정”되고, “또한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강의시간에 비례해 퇴직금을 제공”받게 된다. 대학이 아닌 다른 일터의 비정규직들 대부분은 이미 이 정도의 고용안정성을 보장받고 있다.

  이 법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너무 ‘섣부르다’는, 아직은 ‘너무 이르다’는, 그래서 ‘나중에 시행해야’ 한다는 것. 너무 섣불러서 수많은 강사들이 해고되게 될 것이고, 기업이 패권을 잡은 대학에서 이 법은 ‘너무 이르’며, 때문에 이 법의 시행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나중에’ 시행돼야 한다는, 이유들 말이다.

역설적으로 이 논쟁에서 귀책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강사법을 꼼수로 시행하려는 ‘대학’도,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기재부 예산을 전액 삭감한 ‘정부’도 아닌, 법 그 자체다. 귀책의 대상은 이 법을 밀어붙인 강사들, 대학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 온 그들을 향한다.

  이론가 네그리(A.Negri)와 하트(M.Hardt)는 자본주의 국민국가는 끊임없이 “예외상태”를 선언하며 당연히 이뤄져야 할 시민들의 권리를 유보시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은 안 되니까 나중을 기다리라는 즉, 지금은 ‘예외상태’라고 말하는 자들은 언제나 주권을 쥐고 있는 쪽이다. 권력을 쥐기 위한 투쟁은 그 반대편에서 이뤄져야 한다. 당연한 권리를 지금 바로 보장하라는 그 투쟁의 방향은 ‘법’이 아닌 대학과 정부를 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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