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디어 아트와 기술철학적 신체

 

  ■ 현대 미디어 아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매체’의 무궁무진한 표현으로 창조되는 예술 그 자체가 정체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타예술처럼 구체적으로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매체의 창조적 활용을 중시하는 예술인 미디어 아트를 ‘매체’의 주체적인 분석을 통해 매체와 인간의 상호관계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미디어 아트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데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 속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의 차이는

  신체의 아름다움과 조화·균형·비율·비례 등을 체계적으로 재현한 르네상스 시대의 경우 완벽한 비율의 묘사나 재현이 예술성을 결정짓는 기준으로 생각됐다. 이런 의미에서 ‘아날로그적 신체’는 상대적으로 ‘고정성’ ‘정태성’ ‘수동성’ ‘제한성’ 등의 특성이 확고하게 나타난다.
  반면 미디어아트에 구현된 디지털 시대의 신체는 수용자가 작품에 직접 참여해 능동적·참여적·가변적·역동적 신체 활동에 치중하며 ‘표현하는 주체’이자 ‘표현되는 객체’로서 신체의 능동적 역할을 부각시킨다. 표현 내용에 있어서도 신체의 시시각각의 움직임을 동시에 연속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연속성’, 신체를 둘러싼 현실의 시·공간의 ‘제약성’을 뛰어넘어 가상의 시·공간을 표현할 수 있는 ‘가상성’, 신체의 이미지화를 통해 신체 내면의 정서나 심리 상태, 정신까지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정념성’ ‘촉각성’ ‘비물질성’ 등도 부각시키게 됐다.

 

  ■ ‘체현-해석학적-배경 관계’를 미디어 아트 기술에 적용한다면

  체현관계를 미디어 아트에 적용한 예시로는 신체의 움직임을 컴퓨터를 매개해 가상의 디지털 공간으로 전달하는 모션캡쳐 기술이 있다. 퍼포머에 부착된 반사마커는 무용수 몸에 체현돼 마커의 존재를 잊은 퍼포머의 일부분이 되고, 기술과 인간 사이의 투명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해석학적 관계는 고장난 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다. 자동차가 문제없이 작동될 때는 체현관계로 볼 수 있지만, 자동차가 고장 나서 오작동을 한다면 인간은 자동차를 ‘주체화’시켜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 이를 인간과 기술의 해석학적 관계라 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해보면, 모션캡쳐의 경우 무용수의 움직임 데이터를 프로그래밍하고 해석해 데이터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문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이때 프로그래머에게 모션캡쳐 데이터는 해석 대상이 되므로 인간에게는 완벽한 타자로 인식된다.
  배경 관계의 경우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등 우리의 삶과 공간에 포진돼 있어 우리의 환경 그 자체가 되는 것을 말한다. 미디어 작품을 제작하거나 전시하는 공간에 배치돼 있는 각종 첨단 장비, 전선들과 네트워크 통신들은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관계를 갖지는 않지만 지각 경험이 일어나는 공간 안에 배경처럼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본 논문에서 디지털화된 신체는 현실세계의 실체와 다른 ‘비물질성’을 본질로 삼고 있다

  디지털 신체의 ‘비물질성’이란 신체의 형태나 질감을 표현하는 현실세계의 원료나 질료가 아닌, 컴퓨터 코드를 말한다. 쉽게 말해 디지털화된 신체는 인간의 현실 신체의 외형이나 속성을 닮거나 모방할 필요는 없으며, 무한대로 변형이 가능하다. 컴퓨터 코드화된 신체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디지털 이미지가 구현되고 이미지의 접촉을 통해 감각적 경험이 가능하게 된다. 즉, 미디어 아트의 창작 표현은 비물질적 코드를 이해하고 다루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관람자는 총체적인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