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현 / 영상공학 박사


[토론문]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의 근원적 의의에 대한 이해

박 현 / 영상공학 박사


  우리를 세계에 연결하는 단서는 무엇인가. 정신인가. 신체인가. 이에 본 논문은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적 신체 관념’을 근거로 세상을 바라보는 매개체로서 신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도대체 ‘현상학적 신체 관점’이란 무엇인가”하는 것인데, 본 논문은 서구 철학 안에서 ‘사유 방식’의 계보 정리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이제껏 고전 서구 철학에서는 신체를 고작해야 인식 주관의 개념적 틀을 파악하는 대상으로만 보았지, 세계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선험적 조건으로는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의식이 바라보던 외부 대상에 불과하던 신체가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적 신체 관념’을 통해서 의식적 활동 자체를 가능케 하는 근본적 권좌를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체를 철학적 사유의 바탕으로 삼는 것은 신체 바깥에 접촉 가능한 세계를 의식화 하는 것이다. 세계를 의식화 하는 것은 서로 감각적인 것을 주고받는 것이며, 감각에 집중할수록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를 사유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신체를 통한 세계를 의식함에 있어 감각은 매우 중요하다. 19세기 이후 발달한 미디어 기술은 이러한 인간 감각의 확장을 돕는다.
  맥루언(M.McLuhan)은 “미디어가 인간의 신체를 확장 한다”고 했다. 맥루언이 미디어를 인간의 확장으로 이해한 것처럼, 본 논문에서 주목한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의 개념을 미디어 기술을 통해 세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유하기 위한 감각의 확장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처럼 본 논문은 돈 아이디의 ‘기술철학’의 틀을 차용해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와 기술 그리고 세계의 관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입증하고자 의미 있는 노력을 했다.
  돈 아이디의 ‘기술철학’은 메를로 퐁티에 의해 제시된 ‘현상학적 신체 관념’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기술과 더불어 인간 신체를 이해하고자 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인간이 기술과 관계하는 방식들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기초적인 관계들에 대한 선 이해를 통해서 기술과 관련한 인간의 신체 확장들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돈 아이디의 ‘기술철학적’ 관점에서 기술이 인간과 세계의 ‘체현 관계’를 통해 경험을 확장시키고, ‘해석학적 관계’에서 인지를 확장시킨다. 또한 ‘배경 관계’를 통해 포괄적 권역을 확장해 가는 과정을 잘 정리해 적시함으로써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의 의의를 보다 근원적으로 이해시키고 있다.
  본 논문은 인간의 상상보다 기술 발전이 빠른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술을 통한 인간의 확장은 상호유기적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융복합적 양상’은 더욱 뚜렷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뉴미디어 아트의 다양한 융복합적 신체 구현의 확장 방향을 본인의 작품을 통해 실질적으로 전개해 제시했다.
  연구자가 기획해 펼친 미디어 공연들을 살펴보면 사유에 있어 고정적이며 수동적 실체였던 신체에 융복합적인 다양한 미디어 기술을 시험적으로 적용해 확장시킨다. 이로서 배우뿐 아니라 관객을 공연(아트)에 능동적으로 참여시켜 보다 적극적으로 교감하게 한다. 이와 같은 미디어 공연(아트)의 전체 내용은 관객과의 교감에 의해 역동적으로 탈바꿈되는 가변적인 특징을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처럼 저자는 본인의 작품들을 통해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가 가지는 실질적 의의와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디어 기술은 앞으로도 더 새로운 가능성을 낳을 것이며, 미디어 기술을 매개로 삼는 미디어 아트는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과 인간 신체의 감각 사이에서 영감을 얻어 그 가능성을 확장시키기 위해 더 많은 새로운 기술들을 수용할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구분 짓고 ‘기술철학적’ 기반위에서 설명하고자 시도했다. 다만 이는 ‘실재하는 가상성’ ‘지각을 통한 정념성’ ‘코드화된 비물질성’으로 특징을 구분하는데 있어 보다 합리적인 분석 기준의 근거 제시나 대상 작품을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타당성 입증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이 다소 아쉽게 다뤄졌다.
  현 시대의 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인간의 감각과 신체의 확장을 연구한다. 애초 본 연구의 목적은 미디어 아트에 두드러지게 구현된 ‘인간 신체’의 철학적이고 예술적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이론적인 해석 틀을 마련하는데 있다고 했다. 본 논문에서 제시하는 대로 메를로 퐁티의 확장된 ‘순수 감각적인 상태’로서 세계와 접촉하고 이를 사유하게 되는 것은 지극히 예술적인 경지로 들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본 논문은 ‘신체’의 불가결한 근본성이 무엇인지를 잘 설명하고 있으며,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미디어 아트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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