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기술은 어디까지 왔는가


선웅 /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뇌는 인간을 인간다울 수 있게 하는 상징적인 신체 부위다. 인간의 뇌에 대한 관심은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질문에 뿌리를 둔다. 종교, 철학, 인문학 등 많은 학문에서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찾고 있다. 뇌과학이 특별한 점은 이 질문을 과학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은 뇌를 정량적으로 계측해 분석하며, 실험적인 조작을 통한 변화를 관찰해 연관성을 검토하고,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과관계의 증거를 제시하는 학문이다. 뇌과학의 발전은 ‘마음’을 측정/해석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행돼 왔다. 최근 뇌에 대한 폭발적인 지식의 증대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진보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


뇌 연결성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기술


  뇌를 구성하는 뉴런들은 촘촘하게 연결돼 신경회로망을 만들고, 이들의 활성 변화에 의해 뇌의 기능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뉴런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뇌를 이해하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뇌의 연결성을 관찰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뇌의 부피는 대략 1200㎤ 정도이며, 척수와 말초신경계를 통해 몸 전체에 신경회로가 퍼져 있다. 신경계가 서로 연접하는 부위를 시냅스라 부르는데, 신경 기능의 구조적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존재한다. 이들 각각의 뉴런이 수천에서 수만 개의 시냅스를 이루고 있으나, 각 뉴런은 수많은 시냅스의 정보를 통합해 반응하기 때문에 개별 뉴런 단위로 뇌 연결성을 파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광학현미경으로 이러한 분석이 가능하며, 최근 획기적인 기술의 진보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신경연접을 이루고 있는 뉴런들만을 유전자조작 기술을 이용해 선별적으로 표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로 형광 단백질을 표지에 이용하는데, 무지갯빛 형광 단백질을 사용해 수십 개 뉴런을 한 번에 서로 다른 색깔로 표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뇌 투명화 기술이 개발돼 두꺼운 뇌 조직의 깊숙한 곳에 있는 뉴런까지 들여다볼 수 있으며, 기존 현미경보다 수백 배 빠르게 넓고 깊은 면적의 형광 이미지를 볼 수 있는 현미경도 개발됐다. 이러한 기술을 총 집합하면, 수십 분 내에 수백 개의 뉴런을 관찰할 수 있으며, 조만간 모든 뉴런을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물론, 유전자 조작 등을 사람에게 적용할 수 없으니 실험동물에서나 가능한 일이긴 하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매우 미세한 시냅스 또는 뉴런 수준의 뇌 회로망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뇌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뉴런, 비슷하게 신경 연접을 이루는 뉴런 집단이 특정한 영역에 덩어리져 있어서, 이들이 하나의 기능적 단위처럼 작동한다. 따라서 뇌의 큰 영역을 하나의 기능적 단위로 보고 뇌의 연결성을 파악한다면 훨씬 간단한 문제가 된다.
  우리가 대뇌나 소뇌 등으로 부르는 해부학적 부분을 자세히 구조적·기능적으로 구획화해 보면 다시 수십 개 정도의 소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병원에서 진단에 사용하는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장비를 이용하면 뇌의 자세한 모양을 얻을 수도 있으며, 뇌혈류량 변화를 측정해 뇌 활성의 변화를 측정할 수도 있고, 물 분자의 확산 방향을 읽어 신경회로의 대체적인 연결 방향을 알아낼 수도 있다. 이러한 연구 방법들은 낮은 해상도를 갖고 있지만, 장비와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현저하게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뇌의 초미세구조-미세구조-거시적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뇌 작동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노력을 흔히 ‘뇌지도’ 연구라 한다. 실제 연구자들은 저마다 뇌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매우 다른 방법으로 다른 연구들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하나로 모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근원 원리를 이해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뇌 기능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기술


  뇌세포들은 여러 가지 방식을 이용해 정보를 교환한다. 뉴런도 세포인 만큼, 보통의 세포들처럼 물질을 분비하고, 세포 표면 단백질을 이용해 분비물질을 감지/소통하는 화학적인 방법을 쓴다. 이에 더해, 뉴런은 화학적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방식을 이용해 원거리 통신을 한다. 그러므로 전기적 신호를 읽는 공학적인 방법을 이용하면 뇌의 정보전달 과정을 훔쳐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뇌에 전극을 넣어 그 전극으로 들어오는 전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고, 정교한 전자기학적 기술을 이용하면 뇌 신호를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뇌에 전극을 꽂은 후에나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어서, 사람에게 적용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머리에 전극을 테이프로 붙이는 방법은 정교하지 못하고 주로 표면 정보를 획득한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뇌파와 같은 전기파형의 변화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병원에서 진단에 사용돼 왔다. 또한 앞서 언급한 MRI를 이용해 뇌혈류량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은 혈류가 많은 곳이 뇌세포의 활성이 높은 곳이라는 연관성이 잘 정립돼, 뇌기능을 파악하는 데 활발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자기장, 초음파, 광파 등 다양한 파장의 에너지를 이용해 뇌에서 반응성을 검출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서, 전극 없이도 뇌 기능을 측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된다. 다만 크기가 작은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선 성공적이더라도, 뇌가 큰 사람에게 적용하긴 어려운 기술들이 많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은 많다.
  지금까지 설명한 방법들은 주로 뇌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뇌 부위 또는 특정 뉴런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그 부위의 활동을 인위적으로 높이거나 낮춘 후에 이에 따라 기대하는 변화가 일어나는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광유전학이라는 방법이 개발돼,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 세포에 선별적으로 유전자 조작을 한 뒤, 빛을 줘 그 활성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비슷한 방법으로 특정 약물을 주입해 미리 유전자 조작을 해 놓은 신경세포의 활성만을 바꾸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특정 뉴런의 활성이 뇌 기능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요즘 수면, 공포, 폭력성, 모성애, 공감, 소유욕 등 다양한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특정 뇌회로가 밝혀졌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은 사고나 질병으로 뇌에 문제가 생긴 환자 분석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정보를 수집해 왔다. 최근에는 강한 전자기장 하에서 사람 뇌의 전기적 신호를 교란해 특정 뇌 부위의 기능을 잠시 억제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정신질환에 대한 약물치료 역시 화학적 요법으로 뇌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이니, 뇌기능을 조절하는 방법들은 뇌지도 작성뿐만 아니라 차세대 뇌질환 치료기술로도 사용될 것이다.


멀고도 가까운 뇌과학


  놀라운 발전에도 불구하고, 뇌가 가진 천문학적 시냅스와 그 활성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정보를 다 얻는 것도 문제지만, 그 많은 정보를 분석하는 것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따라서 인간의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보다 한 수 높은 정보처리 기술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미래에는 인간의 뇌와 비슷한 능력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뇌과학계에는 뛰어난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야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개발돼 뇌의 신비를 해석하게 될지 모르겠으나, 이를 밝힐 수 있는 특이점이 근미래에 다가올 것 같은 기대감이 있다. 이러한 기대와 희망이 미국,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앞다퉈 ‘뇌지도’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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