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원우 말말말] 

내일만 있는 삶

김영일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아르바이트를 하고, 수업을 듣고, 책을 읽고, 과제를 하고. 오늘도 간신히 그리고 무사히 하루의 일정을 끝마쳤다. 평범한 대학원생이 남들 다 하는 생활을 두고 ‘무사히’ 하루를 마쳤다고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별일 아닌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홀가분한 그 기분도 잠시뿐이다. 당장 다음 수업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내게 남은 시간을 계산하며 내일을 무사히 보내기 위한 고민에 잠긴다.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저 수업을 듣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굉장히 단순한 마음가짐이었기에, 시작부터 많은 착오를 겪고 허둥지둥 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학부 때와는 달리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선 수업 전 꼼꼼한 예습과 수업 내용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생소하고 낯선 단어들이 가득한 텍스트 속에서 나의 의견과 기준을 정하는 과정은 더디기만 했고,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내가 생각했던 정도를 훨씬 뛰어넘었다. 그리고 예습을 위한 텍스트와 자료들을 구해야 하는 과정은 나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선사했다. 평소에 읽고 싶던 책을 찾기 위해 쉽게 드나들던 학교 도서관은 모든 수강생이 수업과 관련된 텍스트와 자료를 구하기엔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다. 따로 도서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나만의 새로운 공간들을 찾아 나섰고, 이후엔 자료 대출과 반납을 위해 주기적으로 내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몇몇 도서관들을 찾아가야 했다.

 어느 정도 대학원 생활에 익숙해질 즈음에 명절과 공휴일이 몰려 있었다. 정신없던 마음을 가다듬고 남은 학기를 조금 더 차분히 보내기 위한 보충과 예습 시간을 계획했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에 의해 감기와 장염으로 고생하면서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하기는커녕 다가올 수업을 위한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해야만 했다. 무언가에 쫓기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 늘 충분한 시간을 두고 무언가를 준비하는 일종의 강박을 지닌 나에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쌓이고 쌓인다는 것과 몇몇은 해결하지 못한 채 얼렁뚱땅 넘어가는 이 상황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와 학교 바깥의 일들. 그 어떤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기에, 무언가에 쫓기지 않으며 안정적이고 꾸준하게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길 꿈꾸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허둥지둥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당장 내일 해결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나만 남게 됐다. 다들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직 내가 제대로 된 적응을 하지 못한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흥미를 가지고 원하던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늘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당장 오늘과 내일이란 시간에 사로잡혀 지나간 일과 앞으로의 조금 더 먼일들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금도, 그리고 어쩐지 앞으로도 여전히 아쉬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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