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_‘감사’합니까?]

너무 늦은 감사

 


대학원 총학생회 소속 기구지만, 그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적인 기구가 있다. ‘감사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본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회칙>의 제9절 감사위원회의 제43조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자치기구(계열학생회-총학생회-특별기구)의 세입-세출의 결산을 검사하고, 사업 및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하는 일을 수행하며, “학생자치기구의 사무와 대표자 및 임명자의 직무를 감찰해 학생자치기구의 운영의 개선-향상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회칙 상 감사위원들은 매학기 초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에서 추천 및 인준된다. 감사위원으로 선출되면, 연 2회 8월과 익년 2월 정기 감사를 실시하게 되는데, 감사 대상인 기간은 1학기의 경우 3월 1일부터 8월 말일까지, 2학기의 경우 9월 2일부터 2월 말일까지다. 감사 결과는 전대회 및 총회에 보고된다. 감사위원회는 감사 후 감사대상에게 권고사항을 지시할 수 있으며, 대상자가 이를 미 이행 시 장학금 혜택의 전체, 혹은 일부를 반납하게 하는 징계를 부과할 수 있다. 여기까지, 감사위원회와 관련된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다.

올 해 전대회는 평년보다 늦은 11월 5일 열릴 예정이다. 박재홍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 회장에 따르면 “단위요구안 관련된 문제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도 밀려있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어찌됐건 이번 전대회에서 감사위원장의 감사 총평이 있을 예정이며, 감사 자료 또한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일정이 조금 늦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상반기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올해 상반기 감사위원은 공모를 통해 뽑혔다. 이에 관해 박 회장은 “원하시는 분의 지원을 먼저 받았다. 하고자 하는 분들이 하는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또한 지원자 중 감사위원의 선정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같이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칙 따위는 ‘좋은 의도’를 통해 가볍게 제껴 버렸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 뽑히게 된 것일까. 박 회장은 감사위원들이 6월에 뽑히게 됐으며, 8월 중 이미 감사를 완료했다고 답했다. 감사회 역시 8월 중 이뤄졌다고 답했다. 본래 회칙 상 감사는 매 학기 초 전대회에서 뽑혀야 한다. 이들이 학기 초에 선정돼야 하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총학생회의 상반기 전체가 감사 대상기간이기 때문이다. 동 기간 동안 감사위원은 감사대상인 원총과 각 계열 등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올해 감사위원 선정이 늦은 것에 관해 박 회장은 “1월 달에 중운위가 구성이 되지 않았다”는 사유와 함께,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다. 실수로 조금 늦어졌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후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박 회장의 설명과 달리 감사위원 선정은 6월에도 이뤄지지 않았고, 감사와 감사회 역시 8월에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학원총학생회’ 임시홈페이지(네이버 카페)의 감사위원 공고에 관한 공지글의 게재일자는 6월이 아닌 8월 20일이다. 또한 공고문 속 모집 기간은 “8월 20일”부터 “8월 29일”까지 이며, 현재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보현 원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고를 보고 지원한 게 8월 중순 넘어서”라고 답했다. 표면적으로 8월 30일과 31일 양일 간 감사위원 선출, 자료집 전달, 감사 진행이 모두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양일 사이에 감사에 관한 모든 일정이 다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주마간산(走馬看山) 식의 감사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후 박 회장에게 앞선 인터뷰 내용에서 언급한 감사위원 선출, 감사활동 및 감사회 시기가 모두 사실과 다른 것에 관해 답변을 요청했다. 그는 “다른 사업과 헷갈려서 잘못 답했다”고 했다. 또한 감사회는 8월이 아닌, 9월 10일에 이뤄졌다고 정정했다. 감사회가 늦어진 이유에 관해서는 감사의 대상(총학생회 국장 및 계열 대표)들이 모두 모여야 하는데, 이들의 일정 조율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메신저’ 인사위, 공모기간 마감도 전에 선출

 현 감사위원장은 “지원을 하고 하루-이틀 되지 않아서 연락을 받았다. 이후 총학을 방문 했고, 8월 말 쯤에 감사 자료집 일부를 받았다”고 답했다. “모집기간은 잘 모르겠는데 지원을 하고 바로 감사위원장을 해 달라고 연락을 받아서 그때부터 활동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누가, 어떻게 뽑았는가의 문제다. 먼저, 모집 기간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감사위원 위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선발의 절차와 공정성 차원에서 문제다. 감사위원은 ‘선착순 마감’으로 뽑힐 수 없다. 물론 이후 감사위원장을 지원한 원우가 없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어찌됐건 없었다’는 식의 결과론적인 태도와 같다.

 ‘누가 뽑았는가’ 또한 문제다. 지난 25일 인터뷰에서 박 원총 회장은 감사위원 선정을 중운위에서 같이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선 감사위원장의 말이 보여주듯 몇몇 위원은 지원 후 이틀 내에, 모집 공고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선출됐다. 중운위는 과연 열린 것일까. 이에 관해 질의하자 박 회장은 “모인자리가 아니라 메신저로 대신했다”고 답했다. 본래 전대회에서 선출돼야 할 감사위원들이, 중운위에서 선출된 것도 모자라, 중운위 회의가 아닌 ‘메신저’로 지원자 정보를 공유한 뒤, 모집기간도 채 끝나진 않은 상태에서 선출된 것이다.

무엇을 감사해야 하는가

 현 감사위원장은 “감사위원회 모집이나 진행 절차같은 것이 늦춰져서” 문제임을 지적했지만, 동시에 “감사 자료집을 꼼꼼하게 만들어주셔서 자료집으로 판단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고 전했다. 감사위원 위촉과 감사회 시행 사이의 기간이 10일 내외였을 터인데, 그 기간 내에 상반기 활동 전부에 관한 감사가 가능했는지, 감사위원이 총학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 외에 무엇을 스스로 찾을 수 있는지 본지는 원총 회장에게 물었다. “3-4권 분량의 자료집을 준비했”으며, 네이버 카페와 페이스북 게시글 또한 감사 자료가 되었고, “감사위원들이 필요한 경우 자유롭게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리해보면 이번 ‘감사’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상반기 학기 초에 이뤄져야 할 감사위원 선출은 8월 말에 이뤄졌다. 둘째, 실제 감사가 시행됐어야 할 8월의 말까지 감사위원들은 선출조차 되지 않았다. 셋째, 그것이 회칙을 부득이하게 지키지 못한 것이건, 회칙을 어긴 것이건 간에 감사 일정과 감사위원 선출 방법에 관해 회칙에서 변경된 내용은 간접적 자료인 ‘감사위원 모집 공고글’을 제외하고는 원우들에게 일절 공지되지 않았다. 넷째, 감사위원의 선출과정에서 적합한 절차와 방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회는 ‘9월 10일’ 이미 끝났다. 속절없지만, 떠오르는 질문을 지울 수가 없다. 누구의 무엇이 감사의 대상인가.


채태준 편집위원 | ctj3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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