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2.8 토 16:17
특집
[사회] 한국 언론은 죽음을 어떻게 기록하고 해석하는가이완수 /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유중 편집위원  |  yuri395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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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승인 2018.10.10  00: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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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와 죽음] ② 미디어 속 죽음

 
  죽음은 현실적인 소재인 동시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리는 사람에게는 철저하게 비현실적 소재다. '죽음'이라는 소재가 개인의 현실인식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가 다루는 죽음은 개인과 사회에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다. 그렇다면 각종 언론 매체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죽음을 보도하는가. 미디어 속에서 죽음이 어떻게 재구성되고 기억되고 또 평가되는가. 이번 기획을 통해 언론에서 죽음이 다뤄지는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자살의 사회적 이해와 예방책 ② 미디어 속 죽음 ③ 과로사회와 과로사 ④ 웰다잉-어떻게 죽을 것인가
 

한국 언론은 죽음을 어떻게 기록하고 해석하는가

 
이완수 /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인간사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숨을 거두고 육신을 묻는 ‘생물학적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삶을 기록하고 공표하는 ‘사회학적 죽음’은 다르다. 누구는 기억되지만, 누구는 망각된다. 누구는 크게 다뤄지지만, 누구는 작게 다뤄진다. 어떤 이는 아무 기록으로도 보존되지 않는다.
 
죽음의 기록자, 신문 부고기사
 
  죽음의 사회적 기록자는 미디어다. 죽음은 뉴스에서 항상 중요한 주제로 다뤄져 왔다. 사실 우리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죽음을 보고 듣는다. 신문에서 죽음을 고정적으로 다루는 것이 부고기사다. 부고기사는 한 사람이 살아왔던 과거의 삶을 현재의 가치에 맞춰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다. 부고기사는 그 사회의 공적기억과의 관련성 때문에, 또 대중 매체를 통해 그 의미를 묘사하기 때문에 사회의 안녕과 행복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한국 일간 신문의 부고기사도 그 역사가 100년이 됐다. 부고기사 100년사에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죽음이 공지됐다. 지금도 매일 수많은 사람이 <부고란> 지면을 채운다. 한 개인의 죽음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회적으로 공표되고 평가된다. 언론은 <부고란>을 통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었는지를 사회에 널리 알린다. 부고기사는 오늘날 다른 어떤 뉴스보다 중요한 뉴스 장르로 다뤄진다.
그렇다고 부고기사가 한 개인의 죽음을 단순히 알리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부고기사 속에는 그 사회의 중요한 가치·미덕·규범·이상·신화·권력관계 등 복잡한 사회학적 요소가 내포돼 있다. 부고기사는 그 사회의 문화이자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일간지 부고기사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한국 언론이 다루는 부고 인물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저명하거나 특별한 사람들이다. 서양사회처럼 보통사람을 부고 인물로 다루는 경우는 적다. 한국 일간지 부고기사는 모든 죽음을 다 포섭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평등하다.
일반적으로 추모형식의 부고기사는 고인의 생애를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에서 함께 조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기자가 고인의 가족이나 주변인물을 직접 인터뷰하거나 과거의 기록물을 근거로 그 인물을 회고형식으로 기록한다. 생전의 사진과 함께 비교적 긴 글로 고인을 추억하기도 한다. 부고인물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부고 글이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부고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가 매일 일간신문을 통해 접하는 단신 부고기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유형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부고>(혹은 <부음>)라는 별도 코너를 통해 망자, 유가족, 사망일과 장소, 발인일과 장소, 그리고 연락처에 대한 정보를 담는 짧은 4~5줄짜리 형식으로 구성된다. 이 단신 부고기사의 특징은 사회적으로 이름이 있거나 직업이나 직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고인이나 유가족이 주로 소개되는 것이다.
 
 
 
   
 
 
한국식(式) 부고기사
 
  한국 일간지 부고기사는 내용적 측면에서도 다른 사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회문화학적 요소가 적지 않다. 첫째는 성(Gender) 편향적이다. 남성을 여성보다 우선적으로 다룬다. 고인이 남성이면 여성에 비해 다뤄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부고기사의 이런 성 편향성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발견되는 부분이긴 하지만, 가부장적 문화가 유독 강한 한국 사회에서 자주 발견된다. 유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유가족의 아들이나 사위가 딸이나 며느리보다 더 중요한 가족으로 소개된다.
  둘째는 직업(Occupation)과 직위(Social Status)중심적이다. 한국은 추모형 부고기사든, 단신 부고기사든 망자와 유가족의 직업과 직위가 중요한 정보로 강조된다. 소위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직업군이 선택적으로 자주 실린다. 직업과 함께 직책도 중요한 요소로 다뤄진다. 어떤 조직에서 대표나 간부인 사람이 자주 소개된다. 이는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언론의 부고기사에 더 많이 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사회적 기여보다는 개인적 성취나 업적을 보다 강조한다는 점이다. 고인이 사회적으로 어떤 공헌을 했다는 내용보다는 그(그녀)가 그 분야에서 어떤 직위에 올랐으며, 어떤 업적을 쌓았는지를 중심으로 기술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장차관, 국장, 국회의원, 협회장, 기업체 대표 등과 같은 직위소개와 함께 무슨 상을 받았으며, 대표 업적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알린다.
  넷째는 학력 중심적이다. 그(그녀)가 어떤 대학을 나왔으며, 어떤 대학원에서 공부를 했는지를 강조하는 식이다. 명문대학을 나왔거나 유학을 다녀왔으면 이 부분이 특별히 중요하게 기술된다. 이는 한국 사회의 학벌중시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섯째는 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망원인을 밝히지 않는 편이다. 간혹 구체적인 병명을 밝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노환’ ‘숙환’ 등과 같은 모호하고 완곡한 표현으로 사망원인을 대신하는 것으로 기술된다. 이는 망자의 사망원인인 병명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 관습과 무관하지 않다.
  여섯째는 장례식장과 연락처가 빠지지 않고 실린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언론은 언제, 어디서 발인을 한다는 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는 장례에 아는 사람을 초대하는 성격을 지닌다. 조문은 사회자본(Social Capital) 축적의 토대로 활용된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신문 일간지 부고기사를 열심히 찾아서 읽는 것도 사회관계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서로 주고받는 부의금은 인간관계의 매개기능을 한다.
  이상에서 보듯이 한국 부고기사의 형식과 내용 구성은 한국 사회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죽음기사 속에는 가부장적 관행이 스며있으며, 사회권력 관계가 투영돼 있다. 누가 죽었고, 언제, 어떻게 죽었으며, 그 유가족은 누구이며, 장례를 언제, 어디에서 치르는지에 대한 사실은 죽음을 단순히 고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드러내 보여준다. 그 정보 속에는 망자나 유가족의 사회적 위치와 관계는 물론 사회적 가치와 미덕, 이상적 규범과 문화적 상징기호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우리는 부고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 이념, 정신, 그리고 문화적 양상을 여러 갈래로 엿볼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보는 부고기사는 적어도 미디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에 부합하도록 재구성된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은 어떻게 기억돼야 하는가
 
  한 사람의 부고가 사회적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그녀)가 죽었다는 사실 자체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그가 어떻게 살다가 죽었으며, 가족과 이웃에게는 어떤 사람이었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공헌과 기여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적이면서, 동시에 공적인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아야 한다. 물론 언론은 모든 죽음과 그 죽음의 속성을 다 포함할 수는 없다.
  언론은 부고기사를 통해 그 사회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본질을 후대에 알려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교훈으로 제시해야 한다. 언론이 어떤 한 시민의 죽음을 알리는 것에 그친다면, 그 죽음의 사회적 가치는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 우리는 언론이 보도한 죽음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덕과 가치, 그리고 평등주의 원칙의 소중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은 언론이 시민의 죽음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죽음을 배우고, 죽음을 기억하자.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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