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2.8 토 16:17
기획
[문화]아이돌: 공동체에 대한 상상이준형 / 대중문화연구자
채태준 편집위원  |  ctj3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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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승인 2018.10.10  00: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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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에서 재현을 비평한다는 것]

‘아직도 그 이야기야?’ 지금-여기에서 재현에 관해 비평할 때 피할 수 없는 볼멘소리다. 재현에 대한 문제 제기는 쉽게 ‘도식적인 문제 제기’로, 재현에 대한 비평은 ‘도식적인 비평’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재현의 문제 제기에 있어서 근본주의적인 태도를 지양해야겠지만, 현실의 맥락을 소거한 채 ‘정치적 올바름’을 들이대는 것 또한, ‘표현의 자유’라는 ‘올바른’ 언표에 기댄 몰-맥락적인 근본주의가 아닐까. 다양한 매체-장르의 연구자들로부터 재현/재현비평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비평적 백래시와 페미니즘·문학·재현 그리고 비평 ②세대별 아이돌과 재현 비평의 변곡점들 ③영화 속 타자에 대한 재현/재현 비평의 현재성 ④일본군 ‘위안부’ 재현의 정치/비평

 

아이돌: 공동체에 대한 상상

 

이준형 / 대중문화연구자

 

아이돌은 이제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형상이다. 누구나 아이돌에 열광한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텍스트들을 평가절하하고 ‘아티스트’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이제 한물 간 것이 됐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은 ‘스타’라고들 하는데, 이제 스타라는 말을 아이돌이 대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어느 분야든 인기를 구가하는 인물을 아이돌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문단의 아이돌, 학계의 아이돌). 아이돌은 왜 각광받는가. 우리는 왜 아이돌에게 빠져있는가. 이제 아이돌과 그 재현을 비평하는 일은 우리 사회를 진단하는 일과 같다.


프로듀스 시리즈와 BTS. 이 두 가지가 아이돌의 현재태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상징인 것 같다. 전자는 한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이고 후자는 아이돌 한류를 전세계적으로, 특히 음악·연예 산업의 중심지인 북미에까지 확장한 아이돌 스타다. 아이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 두 가지 기표들은, 그러나 서로 다른 비평적 담론 속에 있는 듯하다. 전자는 쉽게 아이돌의 상품화, 경쟁 사회의 재현 등의 테마를 통해 이해된다. 반면 후자는 비평가들에게서도 꽤나 찬사를 받는 모양이다. 특히 세계의 변방에 있던 한국 아이돌 음악, 그 중에서도 중소기획사의 아이돌 BTS를 세계 음악시장 최정상에 올려놓은 팬덤 ‘ARMY’가 능동적 수행성과 탈중심화된 네트워크의 현현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 두 가지 현상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공동체의 문제다. 사회학자 바우만(Z.Bauman)의 말처럼 현대는 전근대적이거나 초기 근대적인 가치들과 제도들이 용해되고 있는 시대다. 그 가운데 국가나 가족 등 공동체의 형태들 또한 해체돼 가고 있고, 개별화된 주체들은 해체된 사회를 가로질러 부유(浮遊)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홀로 살 수 없는, 하이데거(M.Heiddeger)의 말처럼 ‘더불어 있음’의 존재라면, 현재 해체되고 용해된 상태인 공동체의 형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충돼야 할 것이다. 이때 오늘날 가장 각광받는 엔터테인먼트 기호인 아이돌의 존재는 의미심장하다. 아이돌은 어떤 이유로 오늘날 우리 앞에서 빛나는가. 단지 거대화된 기획사의 자본력과 일상화된 미디어가 그들을 생산해 공급했기 때문인가. 우리가 아이돌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필자가 보기에 전통적인 공동체의 해체, 더불어 있음의 확인 불가능성이 아이돌을 통해 일정하게 유사-보충되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프로듀스 시리즈와 BTS를 통해, 그 보충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프로듀스, 매끄러운 것의 아름다움


아이돌의 감정노동, 상품화에 대한 논의는 이미 많이 이뤄졌지만, 프로듀스 시리즈를 경유해 복기해보자. 프로듀스 시리즈의 핵심은 선발 시스템에 있다. ‘국민 프로듀서’들로 호명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아이돌 지망생들의 연습 과정과 경연을 확인하면서 나름대로의 ‘Pick’을 정하고 투표한다. 이를 통해 매주 아이돌 지망생들의 순위가 매겨지며, 최종적으로 11~12위 안에 든 지망생들이 프로젝트 그룹으로 데뷔하게 된다. 선발 과정에서 아이돌 지망생들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단지 역량과 외모 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연습과 경연의 과정 내내 감정적 표현과 태도 등 일상적이고 사적인 부분 모두를 관찰당한다. 시청자들은 빠르게 반응한다. 불성실하거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 지망생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배려의 덕목을 보여준 지망생에겐 찬사가 쏟아 진다. 아이돌 지망생은 ‘잘하는 연예인’일뿐만 아니라 ‘반듯한 인간’이어야 한다.


혹실드(A.Hochschild)가 제기한 감정노동에 대한 논의들은 감정 등 내밀한 영역이라 여겨왔던 부분들까지 상품화돼가는 현재를 지적한다. 이미 노동력을 상품으로 제공했던 주체들은, 이제 신체와 감정까지도 상품의 영역 안에 들여 놓고 있다. 아이돌이라는 인간형(人間型)의 상품에 대한 프로듀스식의 재현은 그러한 흐름을 징후적으로 드러내며 동시에 그것에 노출된 시청자 주체들을 그 흐름 속으로 포섭한다. 아이돌 지망생들은 자신의 감정과 태도 등 사적인 영역까지 관리하고 상품화해야 한다. 그것들을 ‘팔릴만한 것’으로 조정해야 한다. 기분이 언짢아도 웃어야하고, 슬프지 않아도 눈물을 흘려야 한다. 태도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주체들은 이렇게 정제된 태도들을 긍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 문화연구자 원용진과 김지만은 2012년 연구 <사회적 장치로서의 아이돌 현상>를 통해, 아이돌이 일종의 신자유주의적 장치(Apparatus)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통해 주체들이 모여드는 방식은 경쟁과 상품화에 관련된다. 이때 상상되는 공동체는 우선 서로 경쟁하고 서열화하는 공동체다. 그러나 이때의 경쟁과 서열화 과정은 일반적인 투쟁의 과정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돌 지망생들의 경쟁은 서로를 할퀴는 전쟁이 아니다. 자신을 깎아내고 다듬는 과정일 뿐이다. 지망생들은 상품으로서 자기 신체와 감정의 모서리들을 다듬어 매끄러운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지망생들의 더불어 있음의 양태는 경직돼 있으나 매끄러운 수직적 공동체로 재현된다.


이 과정 끝에 내놓아진 아이돌 상품들이 진열되면, 시청자들은 매대 주변을 배회하며 쇼핑하듯 아이돌 상품을 집어든다. 이때 달성되는 두 번째 공동체 상(像)은 상품과 구매자로 만난 자들의 공동체다. 상품과 구매자의 관계에서 고려되는 것은 구매자의 효용이다. 구매자는 최고의 가성비를 찾아 시장을 헤맨다. 그 과정에서 비록 인간형을 한 상품일지라도, 상품의 입장은 고려대상이 되지 못한다. 때문에 상품은 ‘Girls can do anything’ 같은 자기주장을 통해 구매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BTS, 자기 서사와 공감


BTS의 전세계적 성공을 분석하기 위해 분주한 노력들이 있었고, 몇 가지 요인들이 일별된 듯하다. SNS 등 뉴미디어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 세월호 등 사회적 현안들에 더 목소리를 낸 것, 창작하고 소통하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BTS가 그들의 곡들 속에 담아내는 자기 서사가 팬들의 공감을 얻어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BTS는 ‘스스로를 사랑하자(Love Yourself)’ ‘탕진잼’ ‘욜로’ 등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만한 가사를 만들어내며, 자신들도 팬들과 같이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춘 세대’임을 드러내 왔다. 이러한 BTS의 자기 서사에 한국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공감하고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청춘의 고뇌 속에서도 자기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아티스트와 그것에 공감하는 팬들의 집합은 부재하는 공동체에 대한 이상적인 보완 형태인 것 같기도 하다. 계급도, 민족도, 성별도 아닌 정동과 공감의 공동체라니. 그러나 이러한 형상 속에서 팬덤을 구성하는 n명의 개개인들의 합이 단지 n을 구성할 뿐이라면 어떤가. 공동체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실상은 시너지 효과가 없는 개별자들의 집합일 뿐이라면 말이다. 이때의 개별자는 모든 행위와 그 결과의 책임이 개인에게만 내맞겨지는 신자유주의적인 개인이다. 만약 BTS를 구심점으로 삼아 모인 그들이 BTS의 문제제기에 동감하고 위안을 얻을지라도 결국 문제들을 개인화해 스스로 해결하거나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남겨둔다면, 그들의 더불어 있음은 단지 더불어 있을 뿐 ‘대문자 정치(Politics)’의 가능성을 갖지 못하는 것일 테다.


반면에 그들의 집합이 사회적인 유대를 만들어내고, 정치적인 행위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대안적인 공동체의 상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BTS의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일본의 우익 성향 뮤지션과의 협업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팬덤 ARMY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해당 협업을 무산시켰다. 이런 사례는 팬덤이 여전히 ‘BTS의 성공적 활동’에 대한 기원을 매개로 이뤄졌을지라도, 정치적 역량을 가진 대안적 공동체로서의 가능성을 작게나마 기대하게 한다.

 

아이돌/재현/비평


욕망을 결핍으로부터 설명해내는 정신분석학적인 구도에 동의할 때, 아이돌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욕망은 현재 결핍된 어떤 것, 이를테면 공동체의 부재로부터 비롯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보충의 형상들은 균일하지 않다. 미디어의 재현이 어떤 방식으로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그리는가에 따라 그 정치성의 양상은 달라진다. 재현된 공동체는 경쟁과 상품 교환의 공동체일수도, 정동적 정치 공동체일 수도 있다. 이때 비평의 임무는 재현 방식들에 안테나를 세우고, 그것이 그려내는 공동체의 상을 적확한 언어로 분석해내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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