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2.8 토 16:17
기획
[세대]‘놈들’의 세대론채민진 /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채태준 편집위원  |  ctj3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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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승인 2018.10.10  00: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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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개새끼’부터 ‘N포’까지, 세대론 10년]

  지난 10년 동안 ‘청년’은 “88만원”“3포”“달관”이 그렇듯 주로 ‘경제적 약자’로서 그려졌다. 물론, 정치적 차원에서도 보수정권 집권의 원인을 귀책하거나(“20대 개새끼론”), 리버럴의 당선(‘청년의 승리’)을 예찬하기 위해 ‘청년’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세대로 설명됐다. 이 같은 세대 개념의 남용이 지닌 위험성과, 그럼에도 사회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의 유용성은 무엇인지, 지난 10년간의 세대론이 무엇을 남겼는지 다시금 톺아보자.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계급’을 지우는 청년세대론 ② ‘젠더’를 지우는 청년세대론 ③ ‘청년논객’ 담론 갈무리 ④ 불리는 ‘세대’, 말하는 ‘세대’

‘놈들’의 세대론

 

채민진 /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청년 세대를 ‘경제적으로 결핍돼 불쌍한’, 동질적인 집단으로 가정해 빚어지는 문제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요컨대 이러한 동질화는 세대 내 불평등보다 세대 간 불평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불평등을 문제화한다는 것이다. 내부의 이질성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 청년 ‘세대’는 폭발적인 담론·정책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청년 세대를 구성하는 ‘개인’들에게 고통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조건들은 의미 있게 개선되지 못했다. 사전적인 의미가 지시하듯이 청년들은 비슷한 연령 혹은 출생 코호트에 속해 비슷한 시대를 살아왔다는 점 외에 거의 모든 조건을 달리하긴 하지만, 젠더는 유난히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노동시장과 가족 영역을 중심으로 젠더에 따라 청년들의 삶과 인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세대론은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누락하고 더 나아가 왜곡하는데 기여하는지 다루고자 한다.

 

세대론이 가리는 노동시장 속 젠더 이질성 


  ‘88만원 세대’와 ‘삼포세대’를 비롯한 대표적 세대론은 세대에 따라 생애주기가 변화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성세대가 밟아온 생애의 단계, 즉 노동시장 진입과 가족 형성을 청년 세대가 순조롭게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는 점을 문제시한다. 기성세대가 당연한 듯 거쳐 온 생애주기가 청년 세대에게는 지독하게 노력해야 이룰 수 있는 꿈이 됐고 이조차도 품고 있기 힘겨워 포기하는 청년들이 부지기수라는 논리다. 이러한 관점은 상당한 호응을 얻으며 퍼져나가 이제 ‘기성세대는 형편없는 학점으로 직장을 골라갔는데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지닌 청년 세대는 (유사)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레토릭이 식상하게 들릴 정도다.

  문제는 청년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 지연을 생애주기 달성의 실패로 동일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청년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때로는 그 이상의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하더라도 노동시장에서 떠나있도록 규범적·제도적·관행적으로 유도됐던 기성세대 여성의 생애주기를 떠올려본다면 세대 간 변화는 오히려 기회의 획득에 가까울 것이다. 이처럼 기성세대의 젠더 차이를 무시한 채 세대 간 격차만 강조하는 세대론은 청년의 얼굴을 남성으로 상상하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남성의 몫으로만 여겨지던 노동시장에서의 임금노동에 여성이 참여하면서 젠더 역할의 구별이 줄어든 변화는 ‘조용한 혁명’으로 불릴 만큼 획기적인 것이지만, 세대론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킨다. 젠더 격차의 감소는 청년 세대를 동질적인 집단으로 취급할 근거를 제공하는 한에서 언급될 뿐이다. 딸과 아들에 대한 교육 투자가 수렴한다거나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의 것을 상회한다는 주로 교육 영역에서의 수치를 거론하며 여성이라서 불리한 세대는 아니라는 식으로 말이다. 여성의 생애주기가 어느 정도 ‘남성화’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육아의 전담과 고용·승진의 차별과 같이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것 혹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약되는 것이 가득하지만, 세대론에서는 성별화된 현실이 드러나지 않는다.

  예컨대 ‘88만원 세대론’은 경제 위기 이전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내부자 기성세대와 그 후에 진입한 탓에 외부자의 지위를 배치 받은 청년 세대 간의 불평등을 부각하면서도 이러한 내·외부자 구분의 심화가 젠더 범주와 결합할 가능성에는 무관심하다. 여성은 가족의무로 인해 직장에 소홀할 것이라는, 그렇기에 남성은 생계부양을 위해 더욱 많은 소득이 필요할 것이라는 가부장적 규범이 지속되는 가운데 청년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외부자 중의 외부자가 돼가고 있으나 이는 청년의 위기로 포착되지 못하는 것이다.

 

   
 

 

기성의 가족관을 답습하는 세대론  


  젠더 인식의 변화와 지속이 혼재되며 빚어내는 모순은 청년 세대의 가족 태도 및 행동에서 특히 첨예하게 표출된다. 기혼 여성의 임금노동을 긍정하는 방향으로의 태도 변화는 진행되고 있으나, 가장으로서 남성이 여전히 주된 생계부양자이며 가사 및 돌봄 노동에 동등하게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태도 면에서는 변화가 지체되고 있다. OECD 국가들의 젠더 역할 규범을 비교분석한 사회학자 브린턴(M.Brinton) 등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동등한 젠더 역할을 지지하는 다른 OECD 국가 못지않게 여성의 취업에 대한 높은 지지도를 보인다. 그러나 노동시장에서 남성에게 우선적인 지위를 보장하고 여성에게 가족 내 역할 수행을 기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여성이 일터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가사 및 돌봄이라는 ‘이차 근무’를 도맡아야 처지는 그 자체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가, 한국의 장시간·고강도 노동 관행과 결합한 결과 물리적인 시간상 소화할 수 없는 것이 된다. 청년 세대 여성은 기성세대 여성과 달리 가족을 형성한 이후에도 경력을 유지하도록 젠더 규범이 변화했으나 그에 걸맞는 가족 내 역할 부담의 경감은 규범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이뤄지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일과 가족 사이에서의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

  물론 청년 세대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듯이 청년 여성도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며 ‘이중 노동’의 곤란함을 타개하기 위해 여성들이 동원하는 전략은 처지에 따라 다양하다. 하지만 임금노동을 줄이면 여성들은 역시 직장에 대한 헌신이 부족하다는 편견의 대상이 되고 가사 및 돌봄노동에 소홀해지면 가족, 특히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가족 형성에 가치를 두지 않는 경향은 전반적으로 인정될 수 있다. ‘삼포세대론’은 청년 세대가 가족 형성을 당연히 추구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경제적 결핍으로 인해 ‘못’하게 됐다고 연민하지만, 현실은 여성은 불평등한 역할 분배가 수반된 가족 형성을 경제적 자원을 갖춘 덕분에 ‘안’할 선택지를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형성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족의 이름으로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관계를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맥락에서 ‘못’한다는 뜻이다. 부부 간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수평을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여성과 남성은 역할이 따로 있다는 인식을 지닌 부모 세대와의 관계로 나아가면 변화를 관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성들은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삼포세대론’은 가족에 대한 상상을 기존의 것으로 고정시킴으로써 억압적이지 않은 가족을 꿈꾸고 실천하려는 시도들을 지우는 기능을 수행한다.

 

여성이 사라진 ‘청년 (남성)’ 세대론 다시 쓰기

 
  세대론은 청년 세대에서 젠더의 작동을 가시화하는데 실패하며, 더 나아가 남성의 위기만을 사회가 해결해야할 청년의 문제로 표상하며 젠더 불평등을 재생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누구에게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성 청소년·대학생·취업준비생 및 무직·직장인 등 모든 범주에서 ‘20~30대 여성’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청년 남성이 기성세대와 같이 생계부양자 가장이 될 수 없는 어려움은 세대론을 통해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으며, 청년 남성 당사자의 심리 속에도 각인됐다. 그럼에도, 청년 여성은 오히려 살기 좋다고 여겨진다. 또한 이 조사는 남성들이 다른 연령대의 여성에 비해 유독 20~30대 여성만 살기 좋다고 생각하며, 여성혐오가 발생하는 이유로 상당수가 ‘남자에게 의존해서 사치를 일삼는 여자들 때문에’를 지목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청년 여성은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발휘해) 의존할 수 있으므로 자신보다 더 나은 처지에 있는 것으로 왜곡된다는 뜻이다.

  정작 20~30대 여성들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시장 진입과 가족 형성에서 청년이자 여성으로서 중첩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여자라서 살기 힘들다’는 목소리, 여성의 위기는 청년 세대에 관한 논의에서 주변화 됐을 뿐만 아니라 바로 옆의 청년 남성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다. 

  오늘날 청년 세대는 ‘여자라서’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기업 공채에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차별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차별이 계속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대론의 목적이 청년의 이름을 빌어 세대 내 불평등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세대가 지속가능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는 것이라면 변화하면서도 지속되는 젠더불평등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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