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2.8 토 16:17
기획문화
[문화] 빼앗긴 문화재 되찾기: 과거와 현재의 의미송호영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해솔 편집위원  |  tuddldos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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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승인 2018.10.09  21: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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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 역사대중화와 현재 ② 문화재 환수, 기억을 찾는 여정 ③ 역사와 함께 하는 백년가게 ④ 한국 근현대사의 기억과 문화 정체성

 


빼앗긴 문화재 되찾기: 과거와 현재의 의미


송호영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영국 런던에 있는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은 매년 여러 나라에서 약 6백만 명 가량의 관람객들이 찾고 있다. 그들이 이 박물관에서 반드시 관람하는 명소 중 하나는 18호실, 일명 그리스 파르테논 전시실이다. 그곳에는 고대 그리스 최고의 대리석(Marble) 조각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것은 기원전 447년에서 432년까지 고대 그리스인들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위에 전쟁의 신 아테나(Athena)를 기리기 위해 건설한 파르테논 신전의 벽면에 장식돼 있던 것들로, 1810년 당시 그리스가 오스만투르크의 지배하에 있던 시절에 투르크 제국의 영국 대사로 있었던 토마스 브루스(Thomas Bruce: Lord Elgin은 그의 별칭)가 신전의 대리석 조각품들을 뜯어내어 영국으로 반출했던 것이다. 이를 영국 사람들은 ‘엘긴 마블’이라고 부른다.
  찬란했던 파르테논신전이 반달리즘(Vandalism)에 의해 파괴되고 신전을 장식하던 최고의 걸작품들이 이리저리 뜯겨 외국으로 반출됐다는 사실은 그리스인들에게 참을 수 없는 민족적 모멸감을 안기고 있다. 1832년 오스만투르크로부터 독립한 이래 그리스는 영국에 파르테논 조각품(그리스는 ‘엘긴 마블’이라는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의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영국은 파르테논 조각품은 그리스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이제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를 사랑하는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리스로 돌려줄 수 없다고 항변한다.
  파르테논 조각품의 반환을 둘러싼 그리스와 영국의 논쟁은 단순히 양국사이의 특수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문화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반된 가치관의 충돌문제가 내포돼 있다. 달리 말하면, 문화재에도 국적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 문화재는 한 국가 또는 민족의 문화유산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을 문화국가주의 또는 문화재국가주의라고 하는 반면, 문화재는 특정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 문화국제주의 또는 문화재국제주의이다. 오늘날 문화재의 반환을 둘러싼 각국의 분쟁은 문화재에 관한 이러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치열한 역사적·외교적·법적·경제적 논리의 각축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화재 불법반출, 과거만의 일인가

  문화재의 반환문제를 거론하면 대개 과거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식민지시대 또는 제1·2차 세계대전 당시에 불법하게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문제를 떠올린다. 물론 과거 역사적 혼란기에 문화재의 불법반출이 성행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결과 과거에 자행된 문화재 불법반출로 인해 오늘날까지 문화재의 반환문제는 세계 각국에서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앞서 본 그리스와 영국 사이의 파르테논 조각상의 반환문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행해진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약탈문화재의 반환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한 문제는 당연히 우리나라에도 해당한다.
  2018년 4월 현재 문화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해외 소재 한국문화재는 총 172,316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들 문화재 중 절반 정도가 불법반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불법반출 문화재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환수의 대상이다. 외국에 소재하는 약 17만여 점의 문화재 중에서 일본에 약 6만6천 점, 미국에 4만2천 점 등 주로 일본과 미국에 집중돼 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 및 한국동란 등 일련의 불행한 우리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즉, 많은 우리 문화재가 국토강점과 전쟁의 혼란한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문화재의 불법반출이 단순히 과거의 불행했던 시대에만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에도 문화재는 막대한 경제적 가치로 인해 끊임없이 불법거래의 표적이 되고 있다. 미국 법무성의 자료에 의하면, 문화재의 불법거래는 전 세계적으로 마약과 총기밀매 다음으로 큰 불법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몇 해 전 이슬람무장단체세력인 IS가 메스포타미아의 고대 문화재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이를 보고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순히 문화재를 파괴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술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령지에서 약탈한 고대 문화재를 밀반출해 이를 판매해서 얻은 돈으로 IS세력의 테러자금으로 사용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한편 문화재의 불법반출 및 밀거래는 전문적인 범죄집단에 의해 조직적으로 행해지기도 하지만, 단순히 밀거래를 통해 수익을 취하고자 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서도 많이 행해진다. 특히 오늘날 이베이(E-bay) 등 인터넷을 통한 P2P거래가 활성화되고 국제택배를 통해서 손쉽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문화재가 불법적으로 반출돼 밀거래되기 쉬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 그러한 점에서 문화재의 불법반출방지와 환수의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것이 아니라 오늘날 매우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논리적 근거마련의 필요성

  최근 국제사회는 문화재의 불법반출이나 밀거래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공조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1970년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 및 소유권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UNESCO협약」(일명 ‘1970년 유네스코협약’)과 「1995년 도난 또는 불법반출 문화재에 관한 UNIDROIT협약」(일명 ‘1995년 유니드로와협약’)이다. 1970년 유네스코협약은 체약국정부로 하여금 문화재의 불법적인 반출입을 막기 위한 각종 행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1995년 유니드르와협약은 도난 또는 불법반출 문화재에 대해서는 취득경위를 불문하고 무조건 원소유자에게 반환하도록 함으로써, 1970년 유네스코협약보다 더 진일보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1995년 유니드로와협약은 비록 불법반출된 문화재임을 모르고 이를 취득한 자에 대해서도 그 반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품의 경매나 유통시장이 발달한 선진국들은 예술품시장의 위축을 우려해서 그 가입을 꺼리고 있다. 현재 1970년 유네스코협약에는 134개 국가가 가입을 했고 우리나라는 1983년에 가입을 했다. 1995년 유니드로와 협약에는 44개 국가가 동 협약에 가입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문화재의 불법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의 공조가 필수적이므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1995년 유니드로와 협약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필요가 있다.
  과거 불법하게 빼앗긴 우리 문화재를 되찾는 일은 우리 세대 나아가 다음 세대에 이어서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명적인 과제다. 그렇지만 문화재 환수는 섣부른 민족감정만으로 달려들어서는 안 되며, 짧은 기간 내에 소기의 성과를 낼 것처럼 기대해서도 안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단지 ‘우리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국제사회는 냉혹하다. 우리가 거친 주장을 할수록 해외에 소재하는 수많은 우리 문화재는 소리 없이 어디론가 꽁꽁 숨어버리고 그 존재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당장 몇 점의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 수많은 반출문화재의 소재에 관해 실태부터 파악하는 일이며, 이후 해당문화재마다 고증자료를 축적하고 정확한 유출경위를 조사해 해당문화재의 적법·불법성에 대한 판단과 관련 외국사례들에 대한 연구 등을 통해 그에 맞춘 환수의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한 연구 자료의 축적은 곧 국력으로 나타나고 그에 따라 우리 문화재를 환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됨을 강조하고 싶다. 문화재 환수문제야말로 매우 긴 호흡이 필요하다.
  다시 파르테논 조각품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리스는 2007년 파르테논신전으로 올라가는 언덕 입구에 신아크로폴리스 박물관(New Acropolis Museum)을 건립했는데, 그곳 한 층을 모두 비워 놓고 그 자리에 현재 대영박물관 18호실에 전시돼 있는 조각품들이 돌아오게 되면 위치할 곳을 그림자로 표현하고 있다. 그곳에서 관람객들은 훗날 그 조각품들은 반드시 아테네로 돌아올 것이며 그리스는 이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리스인들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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