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9.5 수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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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말말말]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죄송합니다이상 / 사회학과 석사과정
채태준 편집위원  |  ctj3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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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호]
승인 2018.09.04  16: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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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 말말말]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죄송합니다

 

이상 / 사회학과 석사과정

 

  ‘가난한 대학생이라 죄송합니다’ 학부 졸업논문으로 저소득층 대학생들을 인터뷰하면서, 사례비를 드리지 못한 것에 죄송함을 표하며 건넸던 말이다. 석사학위논문으로 또 다시 저소득층 대학생들을 인터뷰하게 되면서, 연구 참여자를 구하는 글을 쓰게 됐다.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죄송합니다’ 죄송함의 출처는 같았다. 새삼 무슨 마법이 일어날 거라고 믿진 않았지만, 2년 전과 똑같은 죄송함을 대학생 사이에 ‘원’자만 밀어 넣어 쓰게 될 것이라고도 생각하진 못했다. 나는 여전히 연구 참여자에게 작은 사례조차 하지 못하는 빈곤한 학생이다.

  “학생”이라는 정체성마저 빈곤 앞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직시하고 임금노동을 시작했다. 회사 의자에 앉아있는 동안은 ‘기간제 아르바이트생’으로, 퇴근하고 도서관 의자에 앉으면 ‘대학원생’으로. 버스카드와 학생증을 헷갈려 찍을 만큼 낯설었던 것도 잠시, 덤덤해졌다. (그래야만 했다.)
장학금의 주체들은 내게 ‘전일제 학생’이어야 한다고 했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학원생의 생계를 보장해주진 않았다. 단순한 문제만 남았다. ‘가족이 나를 지원할 수 있는가, 없는가’ 나는 ‘아니오’ 쪽에 속한 사람이었다. 선택지(아니, 우리는 답이 하나뿐인 상황을 선택이라 부르지는 않는다)는 돈을 버는 것뿐이었다. 대학원생으로 살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대학원생으로 사는 시간을 팔아 임금을 사는 것밖엔 없었다.

  누구에게 총구를 겨눠야 할까. 구조? 학교? 학과? 아니면 가족? ‘구조’는 아득하고, 주변에 놓인 사람들 중 대부분이 (아마도) 잘못하지 않았단 걸 안다. 그래서 배움이 무색하게 나는 과녁판을 내 몸뚱이에 붙이고, 울분의 총알을 그저 나에게로 쏘아댈 수밖에 없었다. 어떤 선택부터 후회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까. 그렇게 후회해버린다면, 대체 나의 삶의 몇 퍼센트가 부정돼버리는 걸까. 답을 입 밖으로 꺼내면, 되돌아올 수 없는 문턱을 넘게 될 것만 같아 질문만 던지고, 또 던졌다.

  우습지만, 역설적이게도 일을 시작하고서야 내 시간에 값이 매겨졌다. 임금의 누적이 느껴보지 못한 ‘생산성’을 감각하게 했다. 미래는 똑같이 어둡지만, 적어도 현재는 덜 불안정해졌다. 하지만 공부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고, 논문 준비도 더뎌졌다. 온전한 노동자도 아니고, ‘전일제’ 대학원생도 아닌 삶. 그런데도 하루가 생산, 또 측정되지 않는 생산에 목 졸려 재생산의 숨을 들이쉬지 못하는 삶.

  일요일 새벽 2시, 대학원신문 기고 글을 마감하고 눈을 감으면. 월요일 아침 8시, 기간제 아르바이트생은 출근을 시작할 것이다. 학교는 고맙게도 4학기 등록금 값으로 2,000만 원을 가불해줬다. 선금은 고스란히 빚이 돼, 내 석사학위논문을 (-)2,000만 원짜리로 만들어줬다. 그게 오늘처럼, 내일의 나도 살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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