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호 / 문화연구학과 박사과정

[원우기자]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C 성폭력 사건


유인호 / 문화연구학과 박사과정


  지난 3월 4일, 가해자 최철웅으로부터 재학시절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 A씨가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회에 자신의 피해사실을 전달하면서, 이른바 ‘문화연구학과 C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피해자를 지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문을 통해 피해자가 피해 발생 당시 사건을 공개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성명문에 따르면 과거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서 항상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했으며, 가해자에게 상황이 유리하게 진행됐고, 학교는 그저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 방향으로만 미온적으로 대처해왔기 때문에, 신고를 꺼린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본인 역시 침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씨는 “가해자가 이후에도 ‘자유인문캠프(이하 자캠)’에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이 지금까지도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자신이 그때 정면으로 맞서지 않아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자책감을 가지게 됐다고 성폭력 피해사실을 밝히게 된 이유를 말했다.

  이후 본교 인권센터의 조사가 시작되고 동일 가해자에 의한 추가피해 전수조사가 착수돼 4월 말 현재까지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인권센터는 조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조사내용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미숙한 대처에 적반하장 고소까지

  이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가해자와 연관된 학문공동체들이 형식적 사과와 가해자와의 거리두기에만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특히 가해자가 소속됐던 <문화/과학> 편집위원회와 망원사회과학연구실(이하 망사연)은 문제를 인지한 후 초기 대응에 미숙했거나 꼬리 자르기식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는 눈총을 받았다. <문화/과학>의 편집위원이자 망사연 소속 연구자이기도 한 서동진은 자신의 개인 SNS계정을 통해 최근 미투 운동의 흐름과 피해자들의 피해사실 폭로를 폄하하는 발언들을 이어가면서 자기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이후 서동진은 최초 게재 글을 내리고 발언의 경솔함을 사과했으나, 이후에도 사안과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성찰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입장을 변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는 빈축을 샀다. 서동진 편집위원의 이와 같은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문화/과학>은 즉각적인 비판이나 반박 등의 대응이 없다가, 이후 공식 사과문을 통해 서동진 편집위원의 발언이 <문화/과학>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발언임을 언급하며 뒤늦게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접한 한 원우는 “매체 내의 편집위원들의 개인적 발언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가해자가 몸담고 있었으며, 사건을 최초로 인지한 매체로서 미숙했던 초기대응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소속됐던 망사연이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가해자 최철웅을 퇴출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무마하려 한다는 문제제기가 자캠 측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과거 자캠 구성원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 발생 당시, 서동진과 망사연 소속의 한 연구원이 가해자 최철웅을 비호하며 자캠 구성원들에게 강압적 태도를 보였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거짓 사과문을 올렸다는 것이다. 자캠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정확한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망사연은 실태조사 대신 구성원들 간에 의견 합치가 안 됐다는 이유로 연구실 해산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건에 대한 책임을 끝내 회피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가해자가 피해자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과거 자캠 내 성폭력 사건에서는 집단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조직 차원에서 조사위가 구성되자, 가해자는 곧바로 사과하고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피해자가 단독으로 성토한 이번 사건에서는 약자라 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를 공격한 것이다. 문화연구학과와 사회학과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비대위의 일부 구성원은 이를 비판하며 “가해자 최철웅은 나부터 고소하라”는 제목의 글을 SNS에 게시하고 있다. 한 구성원은 “이 글에 대한 공유가 늘어나면서 최철웅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 보호 제도 보완 절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무엇보다도 법률적 지원과 심리치료 등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안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사건이 교직원이 아닌 외부인에 의해 발생했을 때,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책임 요구 등에 있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대학원 사회가 가지는 특수성으로 인해 성폭력 사건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가 어렵다는 것이다.

  비대위에서 활동 중인 최영화 〈문화/과학〉 편집위원은 “학술공동체는 연구자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구성된 느슨한 공동체라는 점에서 교육부나 대학본부와 같은 특정한 상위조직이나 행정기관의 감시기구를 통해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각 학문공동체가 반(反)성폭력 내규를 만들고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반(反)성폭력 교육을 실시하는 등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과학>과 비대위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오는 5월 12일(토) 본교 대학원에서 공개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학문공동체 내에서의 성평등은 이제 첫걸음을 떼려 하고 있다. 교육행정기관과 학교당국, 여러 학술단체 및 연구소와 그 구성원들이 책임 있는 태도를 가지고 협조체제를 유지할 때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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