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짜리 벽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2018년 4월 27일 금요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던 날, 판문점 평화의 집 방명록에 남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글이다. 두 정상이 만나기까지 무려 11년이 걸렸다. 이번 학기 첫 특집호(341호) 기획에 ‘통일’을 준비하며 신문을 접한 원우들이 다소 생뚱맞다고 느낄까 염려했던 것이 해소되는 하루였다.

  한편 지금 이 평화의 상황에서 ‘합작 위장평화쇼’라고 화내는 어떤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왜 눈썹을 잔뜩 치켜세우며 화를 냈을까. 조만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패배의 그늘이 질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 훈풍을 일으킨 이번 판문점 선언은 ‘종전’ ‘한반도 완전 비핵화’라는 역사적 쾌거를 이뤄내며 ‘가을에 평양에서 다시 만나자’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북한이 ‘핵포기’ 발언은 하지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집단은 한반도의 안보문제에 진짜 관심은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을 감출 수 없다.
물론 신중해야 한다. 또 이제 모두가 주목해야 한다. 종전을 넘어 탈분단으로 어떻게 발걸음을 재촉할 것인지 그리고 이 판문점 선언이 단지 선언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진영과 정권의 입장과 상관없이 평화의 길로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를 주시해야 한다.

  국민들은 통역도 필요 없는 이 두 정상의 만남이 감동의 순간에서 나아가 더 나은 사회로 향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하고 소망한다. 높이 10cm짜리의 낮은 벽을 서로 오고 가기까지 수 년의 기다림이 있었다. 아니, 남과 북의 정상이 동일 선상에서 한뜻으로 평화를 약속하는 자리를 갖길 모든 국민이 수십 년간 기다렸다. 하지만 오늘은 출발점이다. 지금의 평화와 이유 모를 먹먹함을 지속하기 위해선 말 그대로 염원(念願)해야 한다.

  북한 <로동신문>이 이례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여과 없이 보도한 것을 보면 앞으로의 전망은 꽤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조치하고 행정적 어려움과 비용을 수반함에도 불구,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는 등 파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이 직접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북) 측이 (30분 느린 평양시로 먼저) 바꾼 것이니 우리가 원래대로 돌아가겠다.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평양에서 ‘냉면’을 먹고, 기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모스크바와 베를린으로 기차수학여행을 떠나는 그 날이 정말로 가까워졌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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