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카데미아: 『의료조직의 위기책임성 수준과 대응전략 유형이 공중의 정서, 책임 귀인 및 전략 수용도에 미치는 영향』 송병원 著 (2018, 광고홍보학과 박사논문)

 


의료조직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 의료조직의 특성상 소통이 어렵다고 했다. 그 이유와 개선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나

  병원 내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경직된 조직문화다. 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다룬다. 일단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회복하기가 지극히 어렵다. 이 때문에 병원에서는 경험이 많은 상급자에게 더욱 많은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다. 병원의 위계질서가 강하게 형성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다른 저해 요인으로 대부분의 의사나 간호사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홍보팀의 고유 업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의사가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눈 한 번 마주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의료소송의 가장 큰 요인은 의료인의 불성실이나 태만이 아니라 환자와 의료인 간의 불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결과들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의료인들이 환자와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PR이자 환자의 분노를 낮추는 기제다.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바꾸고 의료인들의 PR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 병원이 아닌 다른 조직에도 본 전략이 적용가능하며, 같은 결과가 도출될 것인가

  다양한 조직에 적용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은 모든 연구자의 바람일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도 다른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을 포함하고 있다. 일단 ‘(피해자에 대한) 염려’는 앞으로 위기관리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커뮤니케이션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염려가 공중의 다양한 정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정서가 다시 위기의 평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재무적·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과전략과 비교했을 때에도 효과적이었다는 점에서 염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이 연구에서 효과를 보였던 침묵전략은 병원만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병원 역시 명백한 의료사고의 경우에서는 지체 없이 대응해야 한다. 지금처럼 SNS와 같은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서 숨길 수 있는 위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발 빠른 대응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일반 조직에서의 침묵전략은 주의를 필요로 한다.

 


  ■ 책임 귀인 및 전략 수용도를 살펴보는 데, 정서를 매개변수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위기관리에서 공중의 정서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위기 자체보다 위기에 대한 대응이 더욱 문제가 된다. 가식적이거나 책임 회피성 사과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최근 조현민, 조현아로부터 촉발된 대한항공의 위기에는 공중의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론의 분노는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의 무사복귀를 지켜봤던 내부 조직원들이 ‘두 번 속지는 않겠다’며 총수 일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컵이 쓰나미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SCCT는 위기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상당히 유용한 이론적 프레임이다. 하지만 분노와 동정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즉 SCCT는 조직의 책임이 있을 때는 분노가 유발되고, 조직의 책임이 없을 때는 조직에 대한 동정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공중의 정서를 너무 단순화시킨 것이다. 위기 자체에서 우리는 다양한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 메르스에서는 심각한 공포를 경험했고, 세월호 사건에서는 분노와 함께 집단적인 슬픔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공포와 슬픔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타나는 기본 정서들이다. 또한 위기를 통해 조직이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동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동정도 나타나 위기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위기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정서들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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