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카데미아: 『의료조직의 위기책임성 수준과 대응전략 유형이 공중의 정서, 책임 귀인 및 전략 수용도에 미치는 영향』 송병원 著 (2018, 광고홍보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호에서는 광고홍보학과 송병원 박사 논문 『의료조직의 위기책임성 수준과 대응전략 유형이 공중의 정서, 책임 귀인 및 전략 수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의료조직에서 위기대응전략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조직의 위기대응전략 방향과 제언


송병원 / 광고홍보학 박사


  위기가 발생했을 때 조직은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환자의 생명을 직·간접적으로 다루는 의료조직은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공중은 의료사고 발생 자체에서뿐만 아니라 의료조직의 대응을 보고 위기에 대한 책임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의료사고 시, 조직은 대응 메시지를 더욱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 연구에서는 의료조직에서 위기책임성 수준과 대응전략 유형에 따른 공중의 정서와 책임 귀인, 전략 수용도를 분석했다. 또한 개별적 정서가 책임 귀인과 전략 수용도에 미치는 상대적 영향력을 추가적으로 검증했다. 이를 통해 의료 위기 유형별로 공중의 정서 및 책임 귀인, 그리고 전략 수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응전략을 모색해보고자 했다. 연구 모형은 다음 그림과 같다.

 

 
 


공중의 정서에 따른 대응이 위기관리의 핵심


  이 연구는 상황적 위기커뮤니케이션 이론(Situational Crisis Communication Theory, SCCT)에 기반하고 있다. SCCT는 위기책임성에 따라 위기 유형을 구분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해야만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평판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SCCT의 핵심은 위기 유형과 조직 대응 간의 적절한 매칭에 있다. 조직의 위기 책임이 낮은 상황에서는 방어전략(침묵, 부인, 정당화 등)을 사용하고, 책임이 높은 상황에서는 수용전략(사과, 보상, 시정조치 등)을 사용하라는 것이 요지다. 이 연구는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염려’의 효과와 다양한 정서의 영향을 검증함으로써 기존 SCCT를 확장하고 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공중의 정서가 갖는 효과를 보다 세부적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에서는 위기관리에서 주로 연구돼 왔던 분노와 동정 이외에 공포와 슬픔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동정’의 효과를 확인했다. 즉 기존의 위기관리 연구에서는 ‘공중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분노)’ ‘조직은 위기로 인해 어느 정도의 동정을 얻을 수 있는지(동정)’에 대한 관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분노와 동정이라는 정서는 여전히 ‘조직의 관점에서 중요한 정서’일 수 있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두 정서 외에 공포나 슬픔,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동정의 영향력을 검증했으며, 이들 정서가 위기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동인(動因)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위기관리에서 공중의 정서를 고려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확인시켜 준다. 또한 의료 위기상황에서는 대응전략을 선택할 때 단순히 분노나 조직에 대한 동정 이외에 공중의 다양한 정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성과는 의료조직의 위기 상황에서 선택 가능한 대응전략 폭을 넓혔다는 점이다. 그 중 ‘염려표현’은 조직의 필수전략으로 고려돼야 할 정도로 효과적이었으며, ‘침묵전략’ 역시 부분적으로 유용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먼저 ‘염려’는 방어전략 및 수용전략과 결합했을 때 모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당화와 염려전략’은 ‘사과전략’과 마찬가지로 공중의 부정적인 정서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어전략의 하나인 정당화전략을 사용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염려가 포함되면 수용전략의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조직의 위기 책임이 큰 상황에서는 ‘사과와 염려전략’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과전략’만 단독으로 사용할 때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지만 ‘염려가 포함된 사과전략’은 높은 효과를 보였다. 이는 사과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과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의료사고가 발생했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었다’고 은연중에 책임을 낮추는 정당화전략을 구사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염려가 빠진 ‘형식뿐인 사과’는 공중들의 심리적 반발감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의료 분야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관리자들은 염려의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전략에 피해자에 대한 염려를 포함한다면 정당화전략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고 사과전략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중요


  또한 이 연구에서는 그동안 무대응 혹은 가장 최소한의 대응으로 여겨졌던 침묵전략이 부분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침묵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서구 사회에서는 침묵이 최소한의 반응을 기대하는 공중들에게 응답하지 않는 것(Non-Responsive)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Davis·Holtgraves, 1984). 이에 반해 ‘한 번 행동하기 전에 세 번 생각하라’는 유교적 가치가 중요하게 고려되는 중국이나 한국과 같은 유교적 문화권에서, 침묵(Silence)은 종종 ‘성급하지 않은 현명한 행동’으로 인식된다(Bond, 1991). 이는 위기관리에서도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은진(2012)은 의료사고 발생 후 의료조직의 주된 대응전략이 ‘침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때의 ‘침묵’은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조직의 적극적이고 선택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의료조직으로서는 의료사고 이후에 흥분 상태에 놓인 환자 측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침묵’이라는 전략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침묵’의 가치는 문화 상대적이다.

  그렇더라도 침묵은 주의 깊게 사용해야 하는 전략이다. 귀인 이론에 따르면 공중은 관찰된 행동의 원인을 추론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관련 정보를 요구한다(Coombs, 2014). 위기의 초기 단계에서는 관련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에 공중은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침묵전략이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정당화전략보다 일시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침묵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침묵이 지속되면 궁극적으로 조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이현우·손영곤, 2016). 따라서 의료조직 역시 초기에는 침묵전략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하더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사과전략과 같은 수용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이 연구는 단순히 ‘침묵전략이 효과적이다 혹은 그렇지 않다’에서 그치지 않고 ‘침묵전략을 어느 시점에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염려와 사과, 선택이 아닌 필수


  병원이란 곳은 공감과 소통이 특히 어려운 공간이다. 하지만 누구나 환자가 되면 불안과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고,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공감과 소통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런데 공감과 소통의 상대방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주체인 병원과 의사는, 시간도 없고 기술도 부족하다.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는 ‘3분 진료’가 매우 흔하고, 심한 경우에는 1~2분에 끝나기도 한다. 치료의학 위주의 현대의학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물리친다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왔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놓쳤다. 치료(Cure)에 집중하느라 돌봄(Care)에는 무신경했다.

  이 연구는 의료조직에서 환자에 대한 공감이 과연 병원조직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피해자에게 염려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피해자에 대한 동정을 확인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던 건, 이러한 고민의 소산 때문이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개념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 돼 보고, 그들의 고통이나 행복을 함께 해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비록 미비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통해 의료조직의 위기 상황에서도 환자를 전략의 대상이 아닌 위기를 함께 해쳐나갈 동반자로 인식하는 데 의미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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