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3천 원우를 대표한다는 것]

 

 

전체대표자회의가 남긴 회의(懷疑)


  2017년 4월 4일, 본교의 모든 대학원생들의 인권과 권리보장, 더 나은 연구문화를 위해, ‘중앙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이하 권리장전)’이 제정 및 선포됐다. 그렇다면 선포한지 일 년이 지난 지금, 대학원생들의 인권과 권리가 향상됐다 볼 수 있을까. 곰곰이 따져보면, 권리장전의 취지가 무색하게 여전히 대학원생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 환경 ‘없는’ 연구 중심 대학원


  제39대 대학원총학생회(이하 원총)가 주관하는 첫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가 4월 12일 100주년기념관(310관) B602호에서 개최됐다. 여기에 참여한 각 대표자들은 연구 공간 확충 및 이용 방안에 대해 열띤 논쟁을 펼쳤다. 그러나 공간의 사용방안에 대한 견해차에서 비롯된 이번 논쟁은, 궁극적으로는 고질적인 ‘공간부족문제’ 그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었다.

  권리장전 제6조(학업 연구권) 3항에서는 ‘모든 대학원생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학업과 연구에 필요한 적절한 연구 공간 및 학내 지원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대학원생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학업 연구권’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연구 공간을 원하는 원우들의 목소리는 쌓여만 가고 있다. 좁고 한정된 연구 공간을 많은 학과에서 나눠 사용해야하다 보니, 매번 연구 공간 부족 문제가 거론되는 것이다.

  원우들은 전대회에서 왜 서로 목소리를 높여야했는가. 논쟁의 내용을 좀 더 들여다보자. 현재 원총이 관리하는 열람실 현황은 ▲대학원(302관) 건물 1층 자유열람실 2곳 ▲지하 1층 자유열람실 5곳 ▲지하 1층 지정열람실 2곳 ▲중앙도서관 4층 자유열람실 1곳 ▲4층 지정열람실 1곳이다. 그런데 이 중, 이들 열람실 외 ▲법학관(303관) 1층 연구실 ▲중앙도서관 1층 연구실에 위치한 ‘연구실’을 추첨제를 통한 ‘지정열람실’화 하고, 관리위원을 두겠다는 것이 원총의 입장이다.

  여기에서 불거지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안건에 대해 사전공지 없이 현장에서 거수투표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실 이용이 절실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해왔던 기존 원우들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지만,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대회에서 원총은 연구 공간 이용 방안에 대해 갑작스런 거수투표를 진행해 원우들의 불만을 낳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과대표는 “학과의 다른 원우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거수투표가 당황스러웠다. 원우들 모두가 사용해야하는 연구 공간인 만큼, 사전에 연구 공간에 관한 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안건 공지가 있었으면 공정한 투표가 되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원우는 “전체적인 연구 공간이 부족한 점이 본질적인 문제다. 원총은 연구 공간 이용 방안보다 시설 확충에 힘을 써야할 것”이라 말했다.

  사회학과는 열람실화 안건 의결에 결함이 있다는 판단 아래, 학과 원우들의 의견을 모아 두 차례 원총과의 만남을 가졌다. 원총이 짧은 기간 동안 판단한 연구실 이용률은 타당하지 않으며, 연구 공간의 개편이 필요하다면 해당 학과들과 지속적으로 논의해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남 이후, 원총은 연구 공간 이용 방안 개편을 결정하는 데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해당 학과들과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직후 원총은 ‘별도의 의견이 없을 시 다음 학기부터 열람실화 하겠다’는 사항을 연구실 관리자를 통해 전달해, 이의를 제기한 원우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열람실’과 달리 ‘연구실’은 원우들의 학술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므로, 그 이용 목적과 성격부터가 분명히 다르다.

  대학원생들은 연구를 위해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고자 하지만, 학교는 연구 공간 부족을 핑계로 내쫓는다. 원총은 해당 학과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많은 원우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이며, 필요한 경우 공청회나 공개투표 등을 진행하는 노력도 보여야 할 것이다.


아뿔싸, 권리장전


  전대회에서 연구 공간만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다. 대학원지원팀은 2018년도 하반기 ‘대학원 입학설명회’를 타 대학에 홍보하고자 본부 직원이 아닌 ‘과대표’들에게 홍보 업무를 하달했다. 원우들을 대변해야 할 원총 역시 홍보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대학원지원팀의 부당한 요구를 원우들에게 전달했다. 이는 권리장전의 제12조(부당한 일에 대한 거부권) 1항 ‘대학원생은 자신의 교육 및 연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업무 지시를 거부할 권리를 가지며, 이러한 거부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에 어긋나는 사건이었다.

  대학원지원팀의 담당 직원은 “그동안 학과 대표의 장학금을 올려왔다. 장학금을 올려온 점에서 역할담당 및 명목을 위해 요청을 드린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여러 과대표들은 “대학원지원팀은 행정 기구이며, 원총은 학생 자치 기구다. 성격이 다른 기구이며, 따라서 이번 일은 부당한 업무전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희수 대학원장(교육학과)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대표의 업무에 대해서는 상호 협의를 충분히 거친 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원우들과 대학원지원팀 그리고 원총의 의견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원총이 자치 기구로서 원우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또 과대표의 역할과 존재의 의미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매 해 대학원 등록금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대학원지원팀의 논리대로라면 사용처가 불분명한 입학금과 등록금이 오르는 이유는 명확한 명목이 필요하지 않고, 장학금을 올려 수혜받기 위해서는 ‘명목’이 필요한 것이 된다. 과대표를 맡은 한 원우는 “학교의 행정적 절차에 관한 업무는 적지만, 원우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회·강연 등 학과 행사 준비로 늘 업무가 많다”며 과대표의 업무량을 장학금 수혜 명목으로 따지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학과 대표들의 업무는 대학원지원팀의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아닌, 원우들이 더 좋은 연구 환경에서 공부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명분이 있다. 원우 A는 “우리가 과대표에게 바라는 것은 우리의 요구를 본부에 전달하는 것이지, 대학원지원팀의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학과 대표의 장학금 인상에 대한 명분을 대학원지원팀의 홍보업무에서 찾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다시 언급하지만 권리장전이 선포된 지 일 년이 지났다. 그런데 지난 일 년 동안 권리장전은 어떤 역할을 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원우들의 권리와 인권을 실제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도록 권리장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임해솔 편집위원 | tuddldos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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