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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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죽어 마땅한 선생고부응 / 영어영문학과 교수
정유진 편집위원  |  _heg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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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
승인 2018.05.01  17: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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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칼럼]

죽어 마땅한 선생

고부응 / 영어영문학과 교수

  서양 철학의 아버지라고도 일컬어지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죽었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믿지 않는 자’라는 그에 대한 고발은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 이유는 권력자, 지식인, 작가, 기능공, 심지어 그를 재판하기 위해 모인 시민 재판관들까지 참고 들어 주지 못할 말-너희들은 무지한 자들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런 소크라테스를 빌미만 있으면 죽여 버리고 싶었을 것이고, 그 고발은 빌미였다.

  소크라테스가 죽어 마땅한 이유는 소크라테스 스스로 말하듯이 그가 길거리의 선생으로서 아테네 사람들의 등에였기 때문이다. 등에는 말이나 소의 피를 빨아먹는 벌레인데 이 등에가 몸에 붙으면 말이나 소는 따가워서 편한 잠을 잘 수가 없다. 소크라테스는 덩치가 크고 혈통이 좋은 말과 같은 아테네가 깨어 있으려면 아테네 사람들이 우둔하게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그들을 귀찮게 구는 등에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그 등에라고 했다.

  등에의 역할을 하는 선생은 귀찮은 존재다. 권력자에게는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선생은 권력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따지기 때문이다. 거짓이나 여물지 않은 지식으로 돈벌이를 추구하는 사이비 지식 장사꾼들에게는 제대로 된 질문을 함으로써 그런 지식 장사꾼의 무지를 폭로한다. 누구에게도 돈을 받지 않고 길거리의 선생 노릇을 하던 소크라테스는 지식의 공공성을 실천한 지식인이고 선생이었다.

  공적 지식인은 미움을 받게 돼 있다. 지식이 돈이 된다고, 권력을 만들어 준다고, 그래서 돈과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받고 지식을 파는 지식 장사꾼은 그런 지식인을 미워한다. 지식이 돈을 받고 파는 상품이 아님을 공적 지식인은 일깨우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산 지식으로 권력을 잡은 자는 그런 공적 지식인을 미워한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지식을 얻게 되면 권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산 지식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법을 아는 장사꾼도 공적 지식인을 미워한다. 자기 돈벌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돈도 힘도 없어 지식을 얻을 수 없는 그저 그런 사람들도 공적 지식인을 미워한다. 그들이 무지하다고, 무지에서 깨어나라고 그들을 다그치기 때문이다.

  말 잔등에 앉은 등에는 말을 깨우지만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말꼬리에 얻어맞고 바로 죽는다. 그리고 아테네의 모든 사람들의 선생이었던, 그러나 플라톤 같은 소수의 제자들을 제외하고는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사람들의 화를 돋워 죽임을 당한다. 학문이 시작됐던 2천5백 년 전이나 학문의 전성기인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지식은 돈벌이와 권력 추구의 수단이다. 듣는 사람이 듣기 좋은 말을 해야 대접 받는 선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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