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영 /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경제_그 이름도 찬란한 비트코인]

  2017년 한국에는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를 새로운 형태의 지불수단으로 평가하는 한편, 투기적 거래를 우려하기도 했다. 가상화폐가 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국가의 대응 방법에도 정답이 없는 상황이다. 본 지면에서는 이 새로운 물결에 대해 네 번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① 화폐의 역사와 가상화폐 ② 가상화폐의 기술적 가치 ③ 비트코인, 자산인가 ④ 한국의 가상화폐 대응과 나아가야 할 방안


비트코인(Bitcoin), 자산인가
세법 등 제도 관점에서의 인식과 평가

정승영 /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에서는 작년부터 정부 각 부처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에 대한 제도적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는 최근 가상통화 시장의 비이성적 폭등 사례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상통화 시장의 상승세가 고조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던 것이기도 했다.

  시장의 비이성적. 폭등 반응에서 나타난 초점은 세 가지다. 첫째로 ‘가상통화’가 가지는 기술의 본질과 가치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고, 둘째로 ‘가상통화’라는 것이 금융법제 체계에서 다뤄야 하는지에 관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세법상 체계에서 가상통화를 양도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차익에 대해서 과세할 수 있는 것인지, 즉 가상통화를 자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글의 내용은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들이 세법상 관점에서 볼 때, 자산에 해당되는지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고자 한다.

  위의 쟁점들 중 마지막 쟁점은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는 소득과세의 문제로, 자산 중에서도 재화에 해당되는 경우라고 한다면, 가상화폐의 자산성 문제는 부가가치세 또는 거래과세의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부가가치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지와 관련해서 논란이 벌어졌고, 실제 유럽연합 전체에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유럽 사법재판소 결정[Hedqvist Case(ECU C-264/14 Judgment, 2015)]이 있었다. 해당 결정에서는 가상통화가 어떠한 목적에서 설계됐고, 어떻게 기능과 역할을 구현하고 있는지에 근거해 거래과세 관점에서 가상통화를 인식하는 틀을 만들고자 했다. 또한 가상통화가 전통적인 통화와 같이 지급결제수단으로 쓰일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기능 측면에서도 사회적으로 거래당사자들이 가상통화를 ‘통화’ 유사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가상통화는 ‘재화’에 해당될 수 없는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결정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가상통화에 대해 실제 소비세 과세를 하고자 했던 호주와 일본의 경우에도 유럽 사법재판소 결정 이후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소비세 과세를 포기한 바 있다. 이는 소비세 과세 체계가 소비지 과세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는 대전제에 기초한 것임을 국가별로 인정함에 따른 것이었다.

가상화폐의 과세에 관한 국가별 사례

  소득과세와 관련해 세법상 가상통화를 바라보는 국가별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연방 국세청에서는 ‘IRS-Notice 2014-21’에서 가상통화를 개인적으로 양도할 경우에는 양도차익(Capital Gain)을 과세한다는 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그 자산을 어떠한 성격의 자산으로 볼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자산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는 정도에 따르고 있다. 반면, 캐나다의 경우에는 캐나다 연방 국세청에서 ‘Interpretation Bulletin IT-479R’을 통해 가상화폐를 유가증권과 유사한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기능통화와 같이 외화자산처럼 취급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국의 연방 조세청(HM Revenue and Customs)에서는 ‘Revenue and Customs Brief 9 (2014): Bitcoin and other cryptocurrencies’을 통해 소득과세 산정에서 기능통화로 지정된 외화자산과 같이 가상통화의 차익, 차손 계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가상통화와 관련된 소득의 계산방법에 관해(想通貨にする所得の計算方法等について)’를 통해 사업과 관련된 경우가 아니라면 가상통화 매매를 통해 잡소득이 발생된다고 보기 때문에 자산으로서의 기본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외화자산과 유사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포함해 가상통화 자체를 어떠한 성격의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 차이가 발견될 뿐, 현재 경제적인 효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자산이라고 보는 큰 틀의 인식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가상통화가 어떠한 성격을 가진 것인지를 개별 사안마다의 성격에 따라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어떠한 성격의 자산이라 특정할 수 있다. 다만 국가별로(또는 유럽연합에서)는 지급결제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 사회에서 가치를 가진 자산으로써 인식된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넓게는 금융자산의 성격이 강한 신종 자산 정도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이 국제적인 흐름으로 보인다. 특히 가상통화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 또는 외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통화와 동일한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에서 가상통화를 아주 단정적으로 ‘통화’와 동일하게 분류해 취급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급결제수단으로서 활용될 수 있는 목적과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 최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지만, 채굴형 방식이 아닌 ICO(Initial Coin Offering) 등을 통해 공개되는 코인, 토큰들이 증권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The DAO Case 등)들이 있는 점들을 고려해 가상통화가 금융자산의 성격이 강하게 내포된, 현실적으로 넓은 의미에서의 금융자산과 유사한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신종 자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현재까지는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한국의 판결들과 프레임 재정립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쟁점이 된 법원 판결로, 가상통화가 범죄수익에 해당될 수 있는 것인지를 다룬 내용이 있다. 구체적으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범죄수익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에 의해 생긴 재산 또는 그 범죄행위의 보수(報酬)로 얻은 재산”인데, 이러한 개념에 가상통화가 부합되는지 여부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논의가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에서 가상통화를 어떻게 보는지를 정립하는 가운데 주요 세부 사항을 살펴보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2018. 1. 30. 선고 2017노7120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비트코인에 대해서 정부가 경제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며, 시세 변동성의 등락 차가 너무 심해 객관적인 금액을 정하기 어렵다는 점, 단순 숫자와 문자의 코드 나열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재산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과거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과세 관점에서 게임 아이템의 성격을 판단한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두30281 판결’에서 구성한 논리에 근거해 배타적 지배가능성과 관리가능성이 있는 가상통화는 재산이 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이와 더불어 거래소의 존재에 따른 가격 산정 가능성, 사회적 통념에 경제적인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등 여러 근거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주요 판단 논리 중 상당 부분은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2011두30281 판결’에 근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해당 판결에서는 세법상의 과세 논리가 사회적으로 경제적인 통념을 반영한다고 보고, 다시 범죄수익 등 형사법체계에도 투영될 수 있는 것이라 해, 전체 법체계상의 일관성을 확보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U Central Bank)에서는 가상통화(Virtual Currency)에 대해서 다루면서 앞으로의 방향성과 내용을 고려해 비트코인 등 여러 유형의 암호화(暗號貨, Cryptocurrency)들을 Type 3의 유형(현실통화와 가상통화 간 서로 교환이 용이한 경우)으로 나눠 접근한 바 있다. 즉 유럽에서는 가상자산(Virtual Asset), 가상경제(Virtual Economy) 등의 전체 프레임과 관점을 정립하는 가운데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고, 가상통화 또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과세 문제는 “가상과세(Virtual Taxation)”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재정립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가상통화와 관련된 일련의 사회적·경제적 이슈와 문제는 IT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과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춰, 인식과 제도 내용도 전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고 프레임 자체를 바꿔나가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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