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신]

‘하지 마세요’라는 예방교육을 넘어

  지난 4월 6일 100주년기념관(310관) B501호에서 2018년 1학기 성평등·폭력예방교육이 실시됐다. 교육은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이 강의를 맡아 ‘2018년 현재, 한국사회 #미투 운동의 좌표’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이번 강의는 단순히 ‘성폭력을 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를 넘어 대한민국 성차별과 성폭력 실태를 적나라하게 제시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했다.

  송 사무처장은 “고위공직자에 의한 성희롱과 성폭행 사건은 아카이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많다. 그러나 정치 생명에 타격을 입은 사람은 없다”고 말하며 대한민국 성차별·성폭력 실태를 지적했다. 또한 대학 내 단체 카톡방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 여전히 학교 당국에서 마땅한 처분을 내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짚으며 공고한 성차별문화에 대해 상기시켰다.

  송 사무처장은 미투 운동이 촉발된 이후 사회 반응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에서 사용한 후 사회적으로 퍼지고 있는 ‘펜스 룰’이라는 용어에 대해 “계속해서 미투 운동을 한다면 여성을 사회에서 배제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에 참여한 한 원우는 “술자리 혹은 강의실에서까지도 미투 운동을 장난처럼 사용하고 있다. ‘미투 때문에 무슨 말을 못 하겠다’ 같은 말을 하고 있는데,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며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질문했다. 이에 송 사무처장은 “무슨 말을 못 하겠다고 하면 ‘말 안 하면 돼’라고 답하면 된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에게 굳이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대응해도 좋다며 지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마치며 송 사무처장은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가해자들의 성폭력 행위에 대해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뿐이다”라며 가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조직 내에서 행동을 점검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모임을 꾸려야 하며, 특히 문제가 제기된 사건들이 제대로 처리되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정유진 편집위원 | _heg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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