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MeToo

[포커스]중앙대 #MeToo

학문의 장은 성범죄 안전지대가 될 수 있는가

  2007년, 2012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본교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연도다. 공식화된 사건만 나열한 것이니, 공식화되지 않은 사건까지 찾자면 매년일지도 모른다. 미투(#MeToo) 운동이 사회적으로 쟁점이 되면서 참아왔던 울분이 터졌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올바른 후속 조치와 예방책 마련일 것이다.

  지난 3월 12일 ‘C 성폭력 사태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문화연구학과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성명문을 발표했다. 성명문에 따르면 가해자 C는 수년 전부터 많은 학생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A씨는 가해자가 다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행사한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 그러나 이 사건의 피해자들은 본부의 미온적 태도 및 2차 가해 선례 때문에, 본부를 통해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해 홀로 고통을 견뎠다. 그때도 가해자는 반성 없이 페미니즘에 대한 저술 및 토론 활동을 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었고, 이에 A씨는 자신의 학문적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고발에 이르렀다.

  가해자 C는 과거 본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교육운동단체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성폭력을 가한 이력이 있다. 자유인문캠프의 ‘사건해결 활동기획단(이하 활동기획단)’의 성명문에 따르면, C는 2015년 기획단원 중 일부에게 성폭행을 가했다. 2016년 2월 여성 기획단 3인은 사적인 모임을 통해 C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최초로 공유했다. 그러나 가해자의 폭력적, 권위적 분위기 조성으로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공론화할 용기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여성 기획단 3인은 당시 활동 중이었던 여성 기획단을 중심으로 피해사례를 모집했고, 가해자 C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것을 확인했다. 여성 기획단 3인은 준비과정을 거쳐 가해자를 제외한 활동기획단원들에게 사건을 공유했고, 2016년 6월 ‘사건해결 활동기획단’이 결성됐다. 활동기획단은 “8차례 이상의 내부 회의, 성폭력 상담단체의 자문과 변호사 상담 등의 과정을 거쳐 가해자의 퇴출방법과 절차를 결정”했다. 가해자 C는 2016년 7월 25일 사건해결 활동기획단의 퇴출 통보를 받아들였다.

  활동기획단은 가해자 퇴출 이후, 제보를 통해 외부에서도 가해자 C의 가해 행위가 있었음을 알게 됐고 2016년 11월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책위원회는 피해사례에 대한 가해자의 개별진술을 확보하고 가해자에게 ‘성폭력 가해자 교육상담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을 요구했다. 가해자는 이에 응해 2017년 5월 17일부터 7월 5일까지 총 15시간 동안 교육과정을 마친 후 단체와 개인에 대한 사과문을 작성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사과문에서 성폭력 가해행위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인정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3월 12일의 성명문을 통해 가해자가 학술 활동을 진행한 문화연구학과, 사회학과, <문화/과학> 편집위원회, 망원사회과학연구실에 피해 사례를 전수조사하고 학술 및 교육 관련 활동에 영구적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노승미 사회학과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문화연구학과와 사회학과는 가해자 C의 영구출강금지 요구를 수용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로서 본교 인권센터에 신고한 상태이며,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밝혔다.

#MeToo,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

  사회학과 교수진은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교수진은 “이번 사안뿐 아니라 어떠한 형태의 성폭력이나 성적 괴롭힘도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향후 유사사례 발생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 예방 및 발생 시 사건 해결을 위한 학과 내규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슬기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학 내 성폭력 및 관련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학생은 대부분 절대 약자이기 때문”이라며,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공동체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교수협의회 내 성평등 문화 실천을 위한 TF(Task Force)를 구성했고, 공동체의 성평등 실천을 위해 세미나를 시작했다”며 “인권센터와 함께 ‘성평등·인권존중 캠퍼스를 위한 교수들의 다짐’을 성명서로 발표할 계획이고,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 인권센터장 김경희 교수(사회학과)는 “성폭력 상담 문의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는 “성폭력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인권센터의 인원 증원 및 제도적 기반마련을 통해 피해자 보호 및 성폭력 예방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센터에서는 매년 시행해온 ‘폭력예방교육’이 의무임에도 별다른 제재가 없어 실효성이 낮았던 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르면 앞으로 폭력예방교육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학생은 성적 조회 불가, 교원은 강의계획서 입력 불가 조치를 받게 된다. 이는 2018학년도 1학기 동안 시범 운영한 뒤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WithYou, 앞으로 우리는

  본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에서는 3월 23일 ‘강간문화를 방관한 본부와 학생사회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수들의 성폭력 가해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음에도, 가해 교수에 ‘면직’ 처분만을 내리는 등 명목상의 조치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앙문화>는 가해자의 공식적 사과, 본부 진상조사 및 가해자 처벌, 모든 학생 단체의 성폭력 실태 조사와 반(反)성폭력 내규 제정을 요구했다. 또한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단체 역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결국 강간문화를 방관하는 일”이라며 “학생사회는 스스로 되돌아보고 성폭력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규탄했다.

  지난해 4월 선포된 본교 대학원생 권리장전은 “대학원생은 모든 신체적, 언어적, 성적 폭력, 따돌림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업, 연구, 근로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한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또 다른 피해의 예방이 더 중요하지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는 선례를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올바른 후속 조치가 이뤄지는지, 함께 감시하고 모두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정유진 편집위원 | _heg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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