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6.4 월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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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국뽕, 국가와 개인 사이이승현 / 영화평론가
조현준 편집위원  |  dision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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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호]
승인 2018.04.03  17: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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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_실화와 영화] ② 애국과 국뽕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전쟁과 관련한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는 두 영화 <연평해전>(2015)과 <인천상륙작전>(2016)이 개봉했다. 대중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전쟁 혹은 전투라는 극한 상황이 불러오는 참혹함을 잘 보여줬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애국심의 강요’라는 혹평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팩트와 픽션 사이 ②애국과 국뽕 ③불안공화국 대한민국 ④역사를 바꾼 평범한 영웅들


국뽕, 국가와 개인 사이

이승현 / 영화평론가


  한동안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에 대한 논란들이 광풍처럼 휘몰아쳤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영화계는 이런 문제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는 영화가 기본적으로 자본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 자본은 보통 권력과 짝패를 이룬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행한 개념이 바로 ‘국뽕’이다. 그러나 실상 국뽕이라는 개념의 의미가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용법을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하자면, 국가를 자발적으로 사랑하는 ‘애국’에 비해, 국뽕은 국가를 앞세워 모든 상황에서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상태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전 정권에서 국뽕 영화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연평해전>(2015)과 <인천상륙작전>(2016)을 통해 영화에 있어 애국과 국뽕의 문제를 실제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 컷 [출처: 다음 영화]

휴머니즘의 잔상과 이데올로기


  두 영화는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두 영화 모두 실제 사건에 기반하고 있다.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각색이 이뤄질 수밖에 없겠지만, 두 영화 모두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당시 실제 사건을 겪었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보여줌으로써 영화 서사에 대한 신뢰성을 구축하려고 한다. 둘째, 남북한이 서로 대결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남북한의 대결은 단순한 경쟁의 차원이 아니라 서로가 죽고 죽일 수 있는 전쟁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상황으로 연출된다. 마지막으로 흥행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극단적인 남북한의 대결을 다루는 만큼 격렬한 전투신이 등장하는데, 이 전투신이 나름의 볼거리로 기능한다. 또한 관심을 끄는 배우들의 캐스팅도 흥행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연평해전>의 이현우, 진구, 김무열 등의 참여나 <인천상륙작전>의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L.Neeson) 등의 출연이 그렇다. 이렇게 본다면, 두 영화는 남북분단이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실화의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함으로써 흥행의 가능성을 찾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영화들을 특정 이념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 휴머니즘으로 결말을 가져가는 전쟁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한다면, 두 영화의 성공은 그리 억지스럽지 않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영화가 보여주는 휴머니즘은 이미 영화적 설정에서부터 빗나가고 있다. 우선 <연평해전>을 보자. 영화의 중간쯤 해군들의 작전 회의가 이뤄지고 이때 회의를 진행하는 소령은 자연스럽게 ‘북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영화에서 한 인물의 말과 행동은 그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소령은 ‘북괴’라는 용어를 사용할 만한 어떠한 성격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러니 이 용어는 맥락상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 있는 발화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영화는 이미 상대인 북한에 대한 가치적 판단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인식은 낡은 장비에 비해 고급 시계를 찬 북한 장교들의 모습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또한 당시 남한에 대한 도발의 이유나 성격을 제시하지 않은 채 당연한 듯 진행되는 북한군의 회의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러한 특징은 <인천상륙작전>에서도 발견된다. 이 영화에서 북한군 장교로 등장하는 림계진(이범수 분)은 내적 갈등이 전혀 없는 절대악으로 그려진다. 장학수(이정재 분) 일행이 지도를 빼돌리기 위해 잠입했다가 발각된 상황이 벌어지자 림계진은 분노한다. 그러면서 그 분노를 보초를 섰던 병사들을 죽이는 방식으로 표출한다. 마찬가지로 잡혀온 포로들을 거침없이 총살하면서 인물의 잔인한 성격을 드러낸다.

  나아가 영화에서 ‘영웅’들을 그려내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연평해전>의 경우 가까운 시기에 있었던 비극적인 일이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이들을 중심으로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일상은 단지 군인들만의 세계로 채워져 있다. 가족을 통한 인간적 고민이 가끔 비치기는 하지만 몇몇 인물에 한정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보여주는 군대는 인간적이기보다는 규율이 잡히지 않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인천상륙작전>에서는 첩보 작전에 참여한 인물들의 인터뷰가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한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작전에 참여한 이유로 가족과 나라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들의 고민과 갈등에 쉽게 공감하거나 동조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면,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 회상 장면을 통해 직접 보여주는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제 사진이나 영상을 배치하지만, 관객들에게 이는 어디까지나 사실에 근거했다는 증명에 가깝게 느껴질 뿐이다. 따라서 두 영화는 영화 속 영웅들마저 기계적으로 담아냄으로써 그들을 추모하거나 위로하는 기능마저 상실하고 만다.
 

   
  ▶ 영화 <피아골>(1955)은 빨치산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논란을 불러왔다.

강요된 애국


  이렇듯 등장인물을 선악의 구도를 통해 기계적으로 그려내는 방식은 매우 낡았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는데 1955년에 제작된 영화 <피아골>이다. <피아골>은 반공영화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으면서도 빨치산들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이유로 당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렇게 본다면, 영웅들에 대한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막고, 굳이 보여줄 필요가 없는 북한군의 모습을 담아내거나 기계적으로 절대악처럼 그려낸 두 영화는 이념을 떠나 완성도 자체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1955년 제작된 반공영화가 고민했던 영화적 설정에 비해 나아졌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반공영화라는 타이틀을 달지는 않았지만, 등장인물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관념적이고 기계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과거 반공영화의 관점보다 더욱 경직돼 있다고 해야 하겠다. 그러니 두 영화가 보여주는 애국은 인간적 갈등을 이겨낸 이들의 거룩한 성취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외치는 주장이 되고 만다.

  모호하게 경계를 마주하고 있는 애국과 국뽕은 우리의 역사적 경험과 연결돼 있다. 군부독재를 경험하면서 국가 중심의 산업화를 이룬 한국의 경우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가치관을 높이 샀다. 그래서일까. 아직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집단적 가치를 따르도록 강요받는다. 국가대표 경기를 관람할 때나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소비할 때, 우리는 언제나 애국과 국뽕의 그 사이 어디쯤에 서있다고 해야겠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관을 수동적으로 수용만 한다면, 한편으로는 개인의 가치가 무화되고 극단적인 국수주의나 자국우월주의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약 영화가 진정 예술이라면 애국과 국뽕의 프레임으로 영화를 평가하는 방식은 단순히 국가를 사랑하는지 혹은 사랑하지 않는지에 관한 물음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질문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대상황 속에서 국가와 개인의 균형을 다시 생각해보는 고민과 닿아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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