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대학원생, 조교, 그리고 근로계약서


  미국의 경우 조교를 채용할 때 고용계약서(=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일찍부터 조교를 노동자로 간주하고 있다. 대학원생의 노동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들 역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의 ‘대학원생 노동자 조직(GEO, The Graduate Employees’ Organization)’이 올해 2월부터 3월 사이에 실행한 대학원생들의 파업(Strike)은 이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된다. 파업의 결과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 대학교의 조교들은 고용계약서를 갱신하는 데 성공했고, 급여에 대해서도 소급하여 지급 받게 됐다.

▶ 조교, 간사, 연구원. 그 사람이 누구든,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그는 이미 근로자(노동자)다. 
▶ 조교, 간사, 연구원. 그 사람이 누구든, 노동력을 제공했다면 그는 이미 근로자(노동자)다. 

  한국도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대학원생인 조교도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는 작년 동국대에서 행정조교에 대한 임금체불을 근거로 하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학교측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조교에게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과 함께 4대 보험 가입, 연차수당과 퇴직금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고용노동부의 이 결정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단체교섭권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설립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도 미국과 같은 형태로 변화하게 될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학교마다 조교들의 고용 형태와 처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조교 제도에 큰 변화가 다가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본교의 경우 현재 교육조교와 연구조교가 있으며 행정조교는 없다. 2013년 내규 개정을 통해 행정조교를 폐지하고, 그 자리에 인턴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의 판단이 ‘행정조교’에 국한될 것인지, 아니면 한국 대학의 조교 제도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문제다.

한국 대학원생의 내일, 변화가 필요한 이유

  이 문제에 대해 대학원 측에서는 아직 현행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경근 행정팀장은 “동국대와 본교는 조교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당장 그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현재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희수 대학원장도 “우리는 법이 정하는 범위를 결코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현행법을 살펴보자. 일단 강의전담교수나 시간강사 등의 기간제 교원으로 채용되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의해 교원 임용은 일반근로자 채용과 별도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현재 본교 내규 역시 강의전담교수는 2년마다 재임용을 평가하고, 시간강사는 학기 단위로 위촉을 평가하도록 정한다.

  반면 조교 전체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경우 계약직 교직원 채용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채용 심사에서 조교로 근무했던 이력이 근로기간으로 산정돼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을 통해 2년 이상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조교의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면 앞으로 근로기준법과 함께 기간제법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한편, 본부측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은 입장 표명이 어렵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의 이번 판단이 앞으로 한국 대학원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조현준 편집위원 | dision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