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8.9 목 09:40
기획학술
[중앙아카데미아] 디지털 다매체 환경과 문학의 확장
임해솔 편집위원  |  tuddlods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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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호]
승인 2018.04.02  22: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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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카데미아: 『디지털 다매체 환경과 문학의 확장』 이지원 著 (2018, 문예창작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호에서는 문예창작학과 이지원의 박사 논문 『디지털 다매체 환경과 문학의 확장』을 통해 디지털 환경으로 인한 문학의 패러다임을 살펴보고, 문학의 도구로서 디지털 매체가 활용되는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다매체 환경과 문학의 확장

이지원 / 문학 박사, 홍익대 초빙교수


  한 시대의 지배적 매체가 새로운 매체로 이행되면 사회 전반에는 새로운 현상과 양식들이 나타난다. 디지털 다매체 환경으로의 급속한 이행은 인쇄 매체를 기반으로 하던 정보 소통 양상을 디지털 매체 기반으로 변화시켰으며 활자 매체에 기반을 두고 있던 문학의 패러다임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문학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문학작품이 디지털 매체로 재매체화되거나, 디지털 매체를 문학 텍스트의 수용 도구로 삼는데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의 네트워크적 특성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생산·향유·유통 방식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체성의 문학을 출현시키고 있다.

 

   
 

문학의 새로운 생산자와 수용자


  디지털 다매체 환경이 일으킨 변화는 문화 예술의 영역에서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그 변화에 있어 가장 유의미하고 본질적인 근간은 다매체 환경이 수직적·위계적 문화구조를 수평적·민주적 문화구조로 바꾸고 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문학의 경우, 이는 최종적인 기의이자 작품의 중심으로서 저자의 권위 해체 양상으로 나타난다. 디지털 매체 시대의 독자들은 저자에게 속박되지 않으며 작품을 완결된 최종적 기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문학을 수동적 읽기의 대상이 아닌 적극적 참여와 유희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문학의 형질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프랑스혁명 이후 부르주아지 작가들이 정치적·문화적으로 점점 우세해진 새로운 독자들과 대면하게 됐던 것처럼, 오늘날 작가들은 개인 미디어와 뛰어난 정보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독자들을 대면하게 됐다. 본능적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와 형상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독자들은 작가들보다 매체 변화의 전위에 서있으며 이미 작가들보다 뛰어난 매체 활용 능력을 터득하고 있다. 더 이상 작가가 독자를 계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개인미디어를 소유한 독자들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누구나 능동적인 생산자로 등장할 수 있으며, 독자와 작가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 디지털 매체 환경은 수용자에게 매체 활용 능력과 텍스트 재구성 능력을 부여했고 이로써 독자는 직접 매체를 다루고 텍스트를 생산하는 미적 체험을 축적할 수 있게 됐다. 문학 완제품을 소비하던 수동적 수용자에서 문학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능동적 생산자로 독자의 위상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는 문학을 둘러싼 제반 질서에 균열을 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들은 문학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텍스트를 재생산하고 퍼뜨리며 스스로 창작자이자 비평가이며 배급자가 된다.

  개인 미디어와 본능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도구로 새로운 문학 창작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는 대중들, 그들에 의해 읽기·쓰기·다시쓰기가 자유롭게 행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문학의 진정한 확장이다.
더 이상 수동적 독자에 머물지 않고 작가성과 독자성을 동시에 갖춘 작독자(Wreader)로 깨어나고 있는 대중들의 문학적 생산물들을 어떻게 문학적으로 수렴해 낼 것인가. 이는 필연적으로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문학의 개념과 위상에 대한 재정립의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소수 엘리트 작가들에 의해 생산되는 텍스트의 소비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텍스트를 생산하는 독자의 등장은 이미 불가역적인 것이며, 이 새로운 생산자로서의 독자들을 문학의 확장 가능성으로 포용해내야 한다.


새로운 창작 영토로서의 디지털 문학장(文學場)


  디지털 다매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문학 생산 양상은 통합 매체적 성격을 띠며 나타나고 있으며, 복수 매체의 다양한 협업 가능성으로 발현되고 있다. 본 연구는 1990년대의 하이퍼텍스트 문학으로부터 오늘날 그 저변을 넓히고 있는 웹 소설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한국에서 시도됐던 디지털 문학의 성과와 한계들을 통시적으로 점검해 보고, 제도권 밖에서 태동하고 있는 유의미한 문학 현상들을 통해 새로운 문학 생산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한국에서의 디지털 문학은 초기의 하이퍼텍스트 문학 형태를 거쳐 웹 소설, 릴레이 소설, 인터액티브 픽션, 비주얼 노블, 그래픽 노블, 게임 소설, 멀티 픽션과 블로그 문학 등 다양한 문학 형태로 진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매체의 특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형식의 문학 현상을 등장시키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SNS 문학, 모바일 앱 기반의 초단편 소설, 댓글 시, 문학 봇 형태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다중 매체 영역에서 매체의 특성에 부합하는 새로운 문학형식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디지털 환경의 근본 속성으로서 나타나는 문화 현상들을 문학과 결합시켜, 새로운 문학 행동의 가능성을 제안했다. 디지털 다매체 환경 속에서 문학 유통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 ‘바이럴(Viral) 문학’,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문학의 새로운 생산 및 발신 가능성에 주목한 ‘작가 미디어’, 그리고 문학의 새로운 향유 방식과 소통 플랫폼의 필요성에 주목한 ‘문학 공동체’ 개념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문학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그리고 디지털 매체 환경이 문화적 총체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 개인 역량으로서 시민의 객체 의식’의 발현과 ‘풀뿌리 문화의 가능성’을 내장하고 있음을 주장했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문학의 확장


  문학은 언제나 매체의 바깥에서 성찰적 거리를 두고 이를 비판·견제해 왔다. 그러나 더 이상 매체 바깥에서 거리를 둔 채 ‘초월적 위치’를 고수하는 태도로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문학은 종래의 태도와 위치에서 벗어나, 이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인간에 대한 사유와 성찰의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예술의 혁신은 그 내용이나 형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기술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벤야민(W.Benjamin)의 예견처럼, 문학은 디지털 기술에 의한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이제 문학을 종이와 활자를 기반으로 하는 아날로그적 질서에 가두는 것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디지털 매체 환경에 직면한 문학의 과제는 새로운 미디어에 거리를 두고 초월적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일이 아니라, 이 새로운 미디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뤄 예술적·문화적으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문학의 새로운 능력으로 활용하고 매체 바깥이 아니라 매체의 안으로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다양한 매체를 도구로 문학 본연의 소명인 인간학적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문학은 기술 때문에 위협받거나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필요해진다.

  본 연구는 디지털 매체 환경이 능동적 생산 주체들을 통해 문학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민주화하고, 문학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고 있음에 주목하고자 했다. 독자를 작가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유토피아라고 했던 바르트(R.Barthes)의 주장에 근거한다면, 디지털 다매체 환경은 대중들을 작가로 만드는 이상을 실현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시대의 지배적 미디어가 된 디지털 매체에 의해 문학은 새로운 양식과 위상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미 역사가 증명해 왔듯, 모든 문화적 양상은 영속성과 절대성을 가질 수 없으며 보전과 전복을 변증법적으로 이뤄 내는 가운데 이어진다. 문학 또한 문학이 축적시켜 온 전통적 가치와 양식들을 보전하고 전복하는 과정을 통해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술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어떤 새로운 매체가 지배적 매체로 등장한다 해도 문학은 그 매체에 맞는 형식과 내용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며, 시대를 성찰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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