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함과 헛헛함

 

  지난 2월 23일 일반대학원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총 659명의 원우들이 석·박사학위를 수여받았다. 이날 이희수 대학원장은 “여러분의 출감을 축하합니다. 그동안 여러분은 열람실, 실험실, 연구실 등에서 자신을 유폐시켰습니다. 때로는 독기를 품고, 논문을 완성해, 보란 듯이 오늘 출감하게 되었습니다”고 원우들을 격려했다. 그렇다. 우린 스스로 ‘생명끈 줄여 가방끈 늘린다’고 자기비하하며 매일 스스로를 학대한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대학원생인 우리를 ‘학자’로도 ‘노동자’로도, 하다못해 ‘학생’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사회에서 우리에게 기대하는 역할 따위는 없는 것인가.

  한편 이날 김창수 총장은 “중앙대학교에서 마련한 지식의 샘물이 마르지 않고, 불길이 성화처럼 타오르게 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사회적 책무”라며 축사했다. 참 멋진 말이다. 하지만 이 말 앞에, 방학에도 편집실에 파묻혀 있는 우리는 이런 고민이 든다. ‘학내언론기구의 사회적 책무는 무엇인가’라고.
 본부에서 대학원신문에게 요구한 역할은 ‘교내커뮤니케이션 강화’다. 그렇다면 35주년을 맞은 대학원신문을 교내구성원인 원우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런 고민을 내내하다 보니 꽤 괴롭다. 원우들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기대하는 것이 없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교내커뮤니케이션 강화’가 대학원신문의 소명이라면 우리는 원우들의 목소리를 본부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 그렇기에 대학원 등록금은 왜 1.5% 인상됐는지, 올 해는 공간이 넉넉히 생겨 열람실 제비뽑기에 일희일비 하지 않아도 되는지, 빛깔 좋게 선포해놓은 권리장전으로 원우들은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바쁜 원우를 대신해 묻고 따지고 파헤쳐야 한다.

  특집호를 준비하며 열었던 전국 대학원 언론사 좌담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원신문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자체에 의미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신문을)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좋다는 말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이 말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수긍했다. 결국 우리는 보다 떳떳해지기 위해 헛헛함과 매순간 대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내언론은 대학을 대충 돈벌이로 생각하는 인식들과 정면으로 마주해야한다.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민주화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비민주적인 곳 중 하나가 대학이다. 이제 학술투쟁의 역사에서 파생된 학내언론들은 다시 한 번 대학의 민주화를 위해 연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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