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9.5 수 00:42
기획
[경제] 가상화폐의 등장: 화폐의 진화인가, 돌연변이인가홍기훈 / 홍익대 경영대학 조교수
정유진 편집위원  |  _hege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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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호]
승인 2018.03.06  18: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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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_그 이름도 찬란한 비트코인]

  2017년 한국에는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를 새로운 형태의 지불수단으로 평가하는 한편, 투기적 거래를 우려하기도 했다.가상화폐가 화폐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국가의 대응 방법에도 정답이 없는 상황이다. 본 지면에서는 이 새로운 물결에 대해 네 번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화폐의 역사와 가상화폐 ② 가상화폐의 기술적 가치 ③ 비트코인, 자산인가 ④ 한국의 가상화폐 대응과 나아가야할 방안


가상화폐의 등장: 화폐의 진화인가, 돌연변이인가


홍기훈 / 홍익대 경영대학 조교수

  화폐는 현대 경제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다. 화폐는 현대 사회에서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데, 첫 번째가 교환의 매개수단 기능이다. 이 기능 덕에 우리는 물건을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다. 물건을 매매할 때 화폐를 이용하면서 상품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화폐로 측정하게 됐다. 이것이 화폐의 두 번째 기능인 상품의 가치 척도 기능이다. 세 번째는 가치의 저장 수단 기능이다. 화폐를 이용하면 원하는 물건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를 소유해 부를 축적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능은 인류 역사와 함께 화폐가 발전하며 자연스럽게 갖춰졌다.

화폐의 역사, 계속된 진화

  화폐가 없던 시대에는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서 물물교환을 해야 했다. 물물교환은 교환의 단위를 정하는 것의 어려움, 교환할 물건을 직접 휴대해야 하는 불편 등 여러 단점이 있었다. 이에 조개껍데기, 볍씨, 토기, 청동검, 옷감, 가죽, 쌀, 베, 소금 등 물물교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물건들이 기준이 돼 교환 매매의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하락하거나 보관이 어렵다는 문제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을 거래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금속 또한 문제가 있었다. 휴대가 어렵고, 쉽게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에 중국에서는 포전과 도전이라는 삽과 칼을 닮은 동전을 만들어 유통했고, 금이나 은으로 만든 동전들도 세계 곳곳에서 유통됐다. 이러한 동전의 가치는 동전에 포함된 귀금속의 양에 의해 결정됐는데, 귀금속 재고에 따라 동전의 유통량이 결정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상업과 무역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화폐를 유통하고 싶은 수요가 경제에 있다하더라도 동전을 발행할 귀금속의 재고가 없다면 화폐공급을 늘릴 수 없었다. 이에 금화나 은화에 포함되는 금이나 은의 양을 줄이면서 액면 가치를 유지하는 여러 방안이 등장했는데, 이러한 정책들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데다가 귀금속 함유량이 높은 화폐의 유통을 억제하는(그레샴의 법칙)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신용을 기반으로 한 화폐들이 등장했다. 송나라의 교자와 같은 어음 형태 화폐들이 이에 속한다. 귀금속 양에 구애받지 않고, 보관과 이동이 편리했다. 하지만 신용을 기반으로 한 화폐들도 문제는 있었다. 발행이 쉽고 발행비용이 낮은 데다가 신용을 가진 다수의 기관이 발행 가능했기 때문에 화폐의 공급을 조절하기 어려웠다. 또한,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국가의 재정적자가 늘어날 때,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 쉽다는 문제도 있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 되는 중앙집권적인 화폐경제시스템이 안착됐다. 그리고 브레튼 우즈 시스템(Bretton Woods System)이라는 특별한 고정환율제를 거치면서 현재의 화폐경제의 틀이 마련됐다. 이러한 화폐의 역사를 살펴보았을 때 화폐는 휴대의 편리성, 교환의 용이성, 가치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돼 왔음을 알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화폐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술의 보급과 함께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화폐의 전자화가 이뤄졌다. 특히 휴대의 편리성과 교환의 용이성이라는 측면에서 화폐의 전자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의 배경

  어느 순간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알고 블록체인을 이야기하게 됐다. 2013년 말, 미국 의회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청문회를 할 때만 해도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다들 찾아보며 궁금해하던 시절을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모든 사회현상에는 배경과 역사가 존재하고, 그로부터 의의를 끌어낼 수 있다. 맥락과 배경을 모르는 사회현상으로부터 영향과 의의를 알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비트코인을 비롯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화폐’라는 사회현상의 배경과 역사를 이해해야 현재 비트코인 열풍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컴퓨터 과학자 할 피네이(H.Finney)가 해시(Hash, 하나의 문자열을 이를 상징하는 더 짧은 길이의 값으로 변환하는 작업)를 이용, ‘재사용 가능한 작업 증명(RPOW, Reusable Proofs of Work)이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전자자산을 개발하려는 노력은 비트코인 이전에도 존재했다.

  1998년, 암호학 전문가 웨이따이(Wei Dai)가 전자분산원장 시스템에 기반을 둔 비-머니(B-money)라는 전자자산을 제안한 것이 필자가 아는 첫 가상화폐 제작 시도였다. 비트코인을 만들었다고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S.Nakamoto) 또한 2008년에 비트코인을 설명한 논문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웨이따이의 비-메모리(B-money)를 언급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 소속으로 알려진 인물 닉 재보(N.Szabo)는 1998년 ‘비트골드(Bitgold)’라는 분산된 전자화폐를 고안했다. 비트골드는 실제로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비트코인의 직접적인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2008년 11월 필명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동등계층 통신(Peer-to-Peer) 네트워크를 이용해 청산인 없는 결제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비트코인 시스템이 2009년 1월 활성화된 후, 나카모토 사토시가 ‘제네시스 블록(Genesis Block)’이라 불리는 첫 블록을 채굴하고 50비트코인을 보상받았다. 이로써 지급결제 시스템으로의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하게 됐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는 화폐일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급결제 시스템은 사실 1990년대 후반에 이미 개발됐다. 이는 1990년대 후반 화폐와 지급결제 시스템의 전자화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더 효율적이고 빠르고 용이한 지급결제 방법을 찾던 노력의 일환으로 중간에 청산소 없이 자생적으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 또한 개발된 것이다.

  가상화폐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블록체인 기반 지급결제 시스템들은 중앙은행의 제어를 벗어나 탈중앙적인 화폐 시스템을 지향한다고 이야기된다. 위에서 필자가 언급했듯이 현대사회에서 화폐의 전자화는 필연적인 발전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들은 전자화폐의 일부로서 다른 전자화폐들이 갖지 않은 탈중앙화, 경제적 유인에 따른 결제의 우선순위 결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정적인 지급결제 시스템이라면 가지지 말아야 할, 큰 가치 변동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폐의 전자화가 자연스러운 추세라는 말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과는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비트코인을 포함한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들은 전자화폐 또는 지급결제 시스템으로 태어났고, 대부분의 비트코인 이용자들이 이를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비트코인이 중요한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난 ‘탈중앙집권적’인 화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원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천 원의 가치는 약 0.9달러의 가치와 동등하다. 그러나 동등한 가치가 원화를 화폐로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한다. 그들은 천 원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만약 천 원의 가치가 10% 올라 0.99달러가 된다 하더라도 원화를 화폐로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원화에 대한 투자가 급등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이용자들의 자산 대부분이 원화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환트레이더(Foreign Exchange Trader)나 운용인력처럼 화폐에 투자하는 개인 및 기관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화폐를 교환 수단이 아닌 투자 상품으로 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원화의 이용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현재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들의 거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이용자들은 ‘화폐’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산’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인다. 즉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들은 탈중앙화, 휴대의 편리성, 투명성 등을 장점으로 새로운 형태의 화폐를 지향했으나 아직은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하고 투자 가능한 새로운 자산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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