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연구: 《도시쇠퇴가 주민의 삶의 만족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권오규 著 (2017,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박사학위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이번호에서는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권오규의 박사 논문 《도시쇠퇴가 주민의 삶의 만족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통해 도시쇠퇴현상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도 한 지역의 주민으로서 삶의 만족감에 대해 고려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도시쇠퇴와 주민의 삶
 

권오규 /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박사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도시재생종합정보시스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행정구역 중 약 64%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쇠퇴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앞으로 쇠퇴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에서 쇠퇴현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20~30대를 중심으로 한 인구유출과 가임여성 수의 감소, 저출산으로 인해 쇠퇴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에서는 도시쇠퇴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재생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다. 정책적 필요성에 의한 도시쇠퇴에 관한 논의는 쇠퇴의 원인과 양상을 정리하고, 지역별로 쇠퇴의 정도를 진단해 그 대응책을 모색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시의 쇠퇴가 지역주민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외면 받아왔다.

  본 연구는 도시의 쇠퇴가 진행됨에 따라 주민의 삶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를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보았다. 먼저, 도시 공간 안에서 쇠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들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전반적인 생활, 경제환경, 주거환경 등의 부문별로 구분할 수 있다. 다음으로, 도시의 크기에 따라 쇠퇴의 범위(공간), 기간(시간), 부문(사회환경), 정도(진행양상)가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했다.
 

 
 


개념적 논의

 

  한 지역의 쇠퇴는 물리적 측면에 치중된 단일적 개념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도 평가될 수 있는 복합적 개념으로 물리적·사회적·경제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복합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즉 포괄적인 개념으로 도시쇠퇴란 도시의 전체 혹은 일부 지역의 환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악화되는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쇠퇴의 공간적 범위, 지표, 정도,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그 양상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르게 파악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학술적으로 ‘쇠퇴’라는 개념은 한 시점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시간적 변화 과정의 의미가 담긴 동태적(dynamic)인 개념이다. 도시쇠퇴는 도시의 전체 혹은 도시의 부분 지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쇠퇴의 과정(process of decline)’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쇠퇴에 대한 논의는 특정 시점에서의 낙후지역과 성장지역 간 비교를 바탕으로 진행 중이다.

  도시의 사회경제적 여건 및 물리환경 시설 등의 수준이 양호한 (성장)지역과 양호하지 못한 (쇠퇴)지역 간의 물리적 환경과 주민의 삶의 만족도는 차이가 있다. 양호한 환경에서의 높은 삶의 만족도와 불량한 환경에서의 낮은 삶의 만족도는 쇠퇴의 결과가 지역주민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쇠퇴의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경제적·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그 지역에 살아가고 있는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의 파악에는 한계가 있다. 도시쇠퇴에 대한 대응은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됨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도시쇠퇴의 원인과 양상

  세계화로 인한 경제환경의 변화는 선진국 도시들의 공통적인 쇠퇴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급격한 경제성장은 도시로의 인구집중을 이끌어 왔지만, 20세기 중반 이후 나타난 성장세의 감소와 세계화로 인해 탈도시화와 탈산업화가 나타났다. 변화된 산업구조로 인한 지역 경제여건의 변화는 일자리의 수를 감소시키고, 이로 인한 인구의 유출은 도시의 쇠퇴로 이어졌다. 도시 단위에서는 자연적 노후화, 국가의 거시적 경제여건 변화, 고용기반의 이전, 교외화, 공공정책과 규제, 교통망의 발달로 인한 지리적 경쟁력 변화 등의 요인이 쇠퇴를 유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도시형성 초기부터의 부실개발, 지역 간 환경수준의 상대적 낙후, 지방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의 지속적인 인구이동 등의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도시쇠퇴는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물리적 측면, 경제적 측면, 사회적 측면 각각에서 공통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리적 측면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는 주택과 도시기반시설의 노후화 및 도시 공공서비스의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의 쇠퇴는 도시경제의 근간이 되는 핵심 산업이 경쟁력을 잃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함으로 인해 일자리 감소, 실업 증가 등으로 이어진다. 물리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쇠퇴는 인구 유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사회적 측면의 쇠퇴로 이어진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인구 감소 및 임금수준의 하락이 커뮤니티 해체와 범죄·폭력의 증가를 불러오며 지역전체에 걸쳐 전반적 측면의 쇠퇴로 연결된다. 이러한 도시쇠퇴 현상은 도시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며 원인이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원인 간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고 있다.

  이희연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쇠퇴하는 도시에서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인구유출은 인구감소를 불러오고, 이와 함께 나타나는 지역의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는 장기적으로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켜, 노동력부족 현상으로 나타난다. 또한 상대적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부양비가 상승하게 되어 도시재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쇠퇴지역에서는 ‘핵심 경제활동인구의 유출→경제 활력 침체→생활수준 하락’의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방치된 공가 및 노후 건축물 지대의 범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경제 활력의 상실로 인한 도시민의 빈곤이 증가한다. 이는 도시 재정의 효율성을 낮추며, 지역주민의 문화 및 여가활동을 위축시킨다. 점차 쇠락하는 도시환경으로 인해 인구유출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결국 도시쇠퇴의 악순환(Spiral of Decline)이 진행된다.
 

쇠퇴와 지역주민의 삶

  도시의 쇠퇴는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저하시키고, 커뮤니티 환경을 악화시켰다. 또한 경제적 침체로 인한 지역주민의 실업률 증가와 낮은 소득수준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쇠퇴지역의 재생을 위해 대규모 주택단지가 공급되기도 했지만, 학교, 문화, 여가시설 등의 부족과 교통 접근성의 저하로 주거환경의 악화가 나타났다. 즉, 쇠퇴지역 주민의 전반적인 생활, 소득 수준, 주거환경 등의 악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도시 내에서 동일한 규모로 쇠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쇠퇴가 진행되는 지역이 대도시의 구도심인지, 교외지역인지, 아니면 중소도시인지에 따라 쇠퇴의 부문과 정도, 속도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대도시권의 경우 도시의 쇠퇴는 도심 등의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반면, 중소도시의 경우 도시 전체에 걸쳐 쇠퇴가 진행된다.

  한국노동패널자료(KLIPS)를 활용해 패널분석을 실시한 결과 도시쇠퇴의 진행은 삶의 만족감(SWB)의 부문에 따라, 도시의 규모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도시의 규모를 구분하지 않고 분석을 실시한 경우에는 쇠퇴가 진행되는 지역 주민의 경제적 상황(가족의 수입에 대한 만족감)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다음으로, 도시의 규모를 구분하였을 때는 대도시의 경우 주거환경에 대한 만족감이 낮아지는 반면 소도시(인구 30만 미만)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생활과 가족의 수입에 대한 만족감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인구 30만 이상의 중급규모 이상의 도시(대도시 포함)의 경우에는 쇠퇴의 진행이 지역 주민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감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도시공간의 과밀화로 인한 혼잡비용이 도시의 쇠퇴로 인해 감소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시쇠퇴는 주민의 삶에 부문별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도시재생 정책의 목표 수립의 과정에서 주민의 삶의 질 또는 만족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다르게 측정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시규모별로 보면, 인구 30만 미만의 소도시에서 진행되는 도시쇠퇴는 도시 전반에 걸쳐 생활수준과 경제적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정책의 목적에 부합하는 정책목표 설정은 도시쇠퇴의 진행과 주민의 삶 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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