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권리장전 일 년

 

  지난 4월, 대학원 비상대책위원회는 본교 인권센터 및 교수협의회와 함께 <중앙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선포했다. 권리장전은 본교 소속 대학원생 일반의 인권과 권리보장 및 연구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구축이라는 내용으로 “학생, 연구자 및 조교”인 대학원생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원신문사에서 원우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20%가 권리장전의 미흡함을 불만으로 꼽았다. 선포 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권리장전의 현주소를 돌이켜봐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빠진 권리장전

  설문조사 결과, 원우들은 권리장전 선포 이후 가시적인 변화나 움직임이 없었다는 점과 현실적 적용에 대한 한계를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 원우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권리장전이 이런 평가를 받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권리장전 제정의 배경이 된 인권실태조사가 대학원 평가를 위해 시행됐다는 점이다. 물론 원우들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대학원생으로서의 인권에 관한 충분한 논의가 오가지 않아 반쪽짜리였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공표된 권리장전이 ‘지적재산권’에 주로 치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내용은 각 계열대표들을 통해 취합된 연구윤리에 관한 원우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원우들의 인권을 반으로 자를 수 없듯, 연구자로서의 인권만큼이나 학생 조교로서의 인권 역시 중요하다. 학생 조교에 관한 인권 침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권리장전은 이에 피상적 접근에 그쳐 문제다. 본교 권리장전은 조교권에 대해 채용조건이나 업무조건 정보공개 정도에 머물러 있다. “권리장전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조교 인권”이라 했던 원우 A의 말처럼, 조교 인권에 관한 보다 심화된 내용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권리장전의 법적 구속력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본교 인권센터는 “(권리장전 선포 이후)상담 문의 전화가 늘었지만,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로 이어진 경우는 적다”고 전해, 권리장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원우 B는 이러한 한계를 꼬집으며 “(법제화까지는 아니더라도)인권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실효성 증대를 위한 원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한계점들은 지난달 24일 중국인 원우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낙서테러와 후속 조치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원총은 “원우들을 대상으로 성명서와 공지 문자를 발송했다”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몇몇 원우들은 문자 발송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총장의 사과로 사건이 일단락된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학원 내에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일차적으로 나서야 하는 원총이 개입하지 못한 것은 권리장전 선포의 의의를 무색케 한다.

 

선포가 전부는 아니다

  공민표 원총 회장(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은 “예산 문제로 인권센터와 함께 원우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다른 특강이나 행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대학원 내 ‘인권’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본교 인권센터도 “원총과 인권침해 교육 시행 등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제39대 원총 박재홍 정후보(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는 “권리장전 실효성 증대를 위해 계열대표와 과대표들을 통해 원우들의 목소리를 취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나름의 의지를 내비쳤다.
  물론 권리장전을 온전한 제도적 장치로 보완하기 위해 원우들 한 명 한 명과 만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한계에 무력하게 어쩔 수 없다고 말해선 안 된다. 권리장전의 실효성이 실체화되기 위해선 구체적인 움직임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제39대 원총이 출범한다. 우리는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 또한, 그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3천 원우의 인권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 때다.


정석영 편집위원 | ya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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