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

[신기후체제 이모저모]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제 사회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여 왔고 다음 세대를 위한 지구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선거로 인해 한 차례 격변을 맞은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에 하반기 기획을 통해, 유럽·미국·중국·한국 등의 시각에서 교토의정서 이후의 신기후체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유럽연합과 파리협약 ② 트럼프 이후의 미국과 신기후체제 ③ 신기후체제에서의 중국 ④ 파리협정 이후, 우리의 과제

이제는 우리의 일이 된 ‘기후’라는 과제

김성진 /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전임연구원

  파리협정의 채택을 앞두고, 한국은 2015년 6월 30일에 국가결정기여(NDC)라 불리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출하며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라는 목표를 명기했다. 현 추세를 지속할 경우 2030년에 배출량이 8억5천만 톤에 도달하지만, 감축노력을 통해 이를 5억3천6백만 톤으로 낮추겠다는 의미이다. 이후 2016년 12월에 발표한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에서는 목표치 37% 중 국내정책으로는 25.7%(2억1천9백만 톤), 국제탄소시장의 활용(해외로부터의 탄소배출권 구입)을 통해서는 11.3%(9천6백만 톤)를 감축할 것을 공식화해 이원적인 접근법을 취했다.

새로운 국제기후체제와 한국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교토의정서 채택 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아 감축의무를 부여받지 않았기 때문에, 교토기후체제에서는 감축목표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한국이 처음으로 감축목표를 정하고 국제사회에 서약한 것은 2008년 이후였다. 당시 정부는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에 권유하는 최고 수준의 요구를 수용해 “2020년까지 BAU 대비 30%(2005년 대비 4%) 감축”이라는 감축목표를 국제사회에 선포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최우선순위의 국정과제로 두는 국가전략을 수립했다. 또한 그 이행을 위해 한국 최초의 기후변화대응 종합법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2010년에 제정했다. 이후 2012년에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를 도입했으며, 같은 해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공포했다. 이에 근거를 두고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67.7%를 차지하는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국단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TS)가 시행됐다. 그밖에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친환경주택 성능평가, 자동차 평균에너지소비효율 등 전력, 건물, 수송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이 이루어졌다. 2013년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이전 정부의 상징이었던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조는 상당 부분 활력을 잃었으나, 박근혜 정부 역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8개의 ‘에너지신산업’ 분야를 새롭게 선정하고 2020년까지 총 42조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마련했으며,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의 수립을 통해 NDC 달성을 위한 각 경제 부문별 감축목표를 담은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5월에 출범한 현재의 문재인 정부는 석탄화력발전 규제 강화, 신·재생에너지 확대, 수요관리 강화, 친환경 세제혜택과 배출권거래제 강화, 2060년 탈원전 등으로 요약되는 기후‧에너지 정책의 기조를 발표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면에서, 기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상 2035년까지 11%로 예정됐던 발전 부문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로 대폭 상향시키는 “신·재생3020” 비전을 공표하고, 현저히 비중이 낮은 태양광과 풍력의 비율을 이 중 80%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에너지 믹스의 변환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을 의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말까지 수립될 예정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신·재생3020”에 상응하는 전력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상기해야 할 일이다. 최근의 배출량은 2010년 6억5천7백만 톤, 2011년 6억8천3백만 톤, 2012년 6억8천7백만 톤, 2013년 6억9천7백만 톤, 2014년 6억9천1백만 톤으로, 2014년에 주춤했던 경우를 제외하면 줄곧 상승추세를 유지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정치적 투입(input)에 따른 법‧정책 등의 제도적 산출(output) 면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어 왔으나,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실질적인 결과(outcome)와 저탄소경제로의 진입이라는 영향(impact) 면에서는 부족했다는 의미이다.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구조,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 높은 에너지원 수입 의존도라는 한국의 산업구조를 고려한다면, 파리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의 감축, 국가 에너지 안보의 확보, 경제성장의 지속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일은 지금보다 더 많은 지혜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기후전략의 대내외적 방향

  국제사회에 약속한 NDC의 준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국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라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 한국은 기후변화의 사실성에 관한 과학적 토대와 ‘환경비용’ 개념에 인식적 토대를 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의지와 일관성을 갖고 NDC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 산업, 수송, 건물 등의 분야에서 에너지 소비 감축 및 에너지 효율 개선, ▲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 ▲ 산림, 토지 등 지속가능한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제고, ▲ 저탄소경제 진입을 위한 규제, 세제조정, 재정지원 등의 다양한 기후정책을 추진, ▲ 기후변화에 따른 투자방식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 유도 등에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을 총괄할 수 있도록 컨트롤타워를 수립·강화해, 다양한 참여요인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전적으로 부여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한 근본적인 변화를 필요로 하는 전략인 만큼, 국내적으로도 실효성과 경제성의 검증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의 조정 및 해결을 위한 정치적 노력, 정책효과의 지속성을 위한 제도적 설계 등, 시행을 넘어 혁신의 사회적 내재화를 위한 피드백과 혁신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이러한 국내적 노력에 더해, 해외 탄소시장 활용을 위한 국가전략의 모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계획 상 감축목표의 약 1/3은 해외사업과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해 달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 측면에서의 외교적 접근이 추진돼야 한다. 첫째,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유라시아, 중동 등에서 배출권 판매 의향과 여력이 있는 개발도상국을 발굴해, 이들과의 양자·다자협력을 통해 한국이 주도하는 기후동맹을 구축, 기후사업모델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기존에 상호무역량이 높고, 이미 국내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중·일 삼국 간 배출권거래제의 부분적인 연계를 점진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등 최빈국에 대해서는 양자원조와 함께, 녹색기후기금(GCF) 등의 국제기구를 통한 원조모델을 구상·제안해 국제사회에서의 평판을 제고하는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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