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만난 미술관

“그냥 몇 번 칼로 살짝 찔렀을 뿐입니다”

프리다 칼로, 〈몇 개의 작은 상처들〉, 1935, 금속판에 유채, Museo Dolores Olmedo

  고통스런 삶을 그림으로 승화시킨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de Rivera)는 여성이자 장애인, 공산주의자, 페미니스트였다. 그녀의 그림은 현실주의·초현실주의·상징주의와 멕시코의 전통을 결합시킨 화풍이 특징적이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초현실주의와의 연관성을 부정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그림에서 표현되는 초현실주의적 세계는 애석하게도 그녀에겐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자상을 수없이 입고 붉은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여성의 모습. 그리고 그림 밖 액자에까지 붉은 물감이 말라붙은 피처럼 엉겨있는 이 그림에 그녀가 붙인 제목은 <몇 개의 작은 상처들(A few small nips)>이다. ‘작은’ 상처라는 작명은 비유법이나 과장법이 아니다. 낭만적 베일을 찢어낸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에 가깝다. 

  프리다 칼로는 작품 밑에 “그냥 몇 번 칼로 살짝 찔렀을 뿐입니다. 판사님, 스무 번도 안 된다고요”라는 문구를 적었다고 한다. 우리가 무심코 소수자와 약자에게 던지는 숱한 폭력도 이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상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시간도, 여력도 없는 그녀가 화폭에 옮겨놓은 처절한 삶은 사회의 폭력에 대한 우리의 참회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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