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자율적 공생을 위한 발칙한 대안

《성장을 멈춰라!(Tools for Conviviality)》
이반 일리히(Ivan Illich), 이한 옮김, 미토, 2004.

 
 
  국가는 상비군‧관료‧(성문)법으로 구성되며, 조세의 힘이 미치는 범위에서 적법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기관이다. 즉, 국가란 양도된 폭력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안, 가장 비민주적인 폭압은 바로 ‘에너지 정책’에서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취하고 있는 에너지 정책은 절대왕정보다 더 중앙집권적이다. 에너지는 국가에서 지정한 곳에서 생산돼 중앙통제시스템에 의해 권위적으로 배분된다. 물론 자택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이나, 자전거에 달린 소형 발전기 등이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에너지는 국가가 통제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화석 에너지들이다.

  탄소배출권은 미봉책이다. 허나 지난 100년간 세계를 움직인 화석연료 헤게모니는 환경이라는 터지기 일보직전인 자루를 ‘탄소량 규제’라는 보기 좋은 실로 꿰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리히는 이 문제를 타개할 가장 핵심적인 방법을 ‘국가의 해체’라고 한다. 국가의 해체, 이 얼마나 허황된 이야긴가. 하지만 그 ‘국가’를 ‘권위’ 혹은 ‘폭력’으로 바꾼다면 납득할 만하다. 폭력 자체를 해체하고, 중앙집권적 에너지 시스템에서 탈피해야한다는 것이다.

  화석 에너지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해, 권력집단은 에너지를 합리적으로 통제하고 그들의 권력을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다. 일리히 식으로 말하면, 이것이 탄소배출이라는 손바닥으로 환경오염이라는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의 기저다.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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