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학생자치 정신의 근본을 물으며

우리에겐 더 큰 목소리가 필요하다

  본교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는 “본교 대학원 원우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본교의 의혈정신을 실현시키는 단체이다.” 원총은 “대학사회에 만연한 다양한 모순과 억압에 맞서 싸우며 대학원 원우들이 누려야할 제반 권리를 옹호하고 원우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적극적으로 실현시켜야할 의무를 갖는다.”

 
 
  이는 1979년 대학원 원우회로 발족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어온 원총의 설립취지와 목적이다. 원총은 이 정신에 근거해 원우들을 위한 ▲연구성과지원제 ▲사물함 대여 ▲복지장학금 등 각종 사업을 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선포하는 등의 활동도 했다. 특히 ‘대학원생 권리장전’은 국내 5번째로 선포해, 원우들의 권익 증진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원총은 자평한다.

  하지만, 교단에서 터져나오는 막말과 교내 각종 근로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인권 침해 앞에서, 본교 원총은 ‘학생자치기구’이자 ‘원우들의 대표’로서의 기능을 진정 다하고 있는가. 그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

원총 사업 방향, 제대로 가고 있나

  제38대 원총 공민표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본교 대학원이 원우회가 아닌 총학생회 형식의 자치기구를 통해 운영되고 있어) 학과 대표들을 통해 각 계열별 원우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반영 가능하다”는 점을 본교 원총의 강점으로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단위요구안을 체계화 해, 본부 측에 전달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교류국을 신설하고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사업을 확장하는 등,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원우들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원우들을 위한다는 원총의 태도와 행동이 ‘진정으로 원우들을 위한 길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이에 대학원신문사에서는 원우들을 대상으로 본교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원총 사업에 대한 ‘인지도’ ▲교내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권리 침해 문제 해결에 대한 원총의 ‘신뢰도’ ▲현행 학생자치에 대한 ‘만족도’ 등 세 가지 영역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됐다.

  응답한 원우들 중 약 42%가 물품 대여 및 복지 사업, 단위요구안 등, 원총 주요 사업들 중 평균 3-5개의 사업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우들이 원총 사업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물함 대여사업이 38%로 가장 이용률이 높았다.

  물품 대여 및 복지사업에 대한 원우들의 만족도가 2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학술 특강(20%), 연구성과지원제도(8%) 순이었다. 원우들은 “비상약 등을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는 것이 해당 사업에 만족하는 이유로 응답했다. 불만 사업으로는 ‘대학원생권리장전선포(20%)’가 첫 순위로 꼽혔다. 원우들은 “권리장전 선포 후 달라진 것이 없다” “실천의 움직임이 전무한 것 같다” 등,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런 원우들의 의견은 원총에 대한 신뢰도 평가에서도 이어졌다. 인권침해 상황에서 원우들은 선‧후배 및 동기(44%)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응답하는 반면, 원총은 2%로 최하위에 그쳤다. 이는 원총이 학생대표로서 원우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이라는 신뢰가 높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좀 더 원우들 편에 서서

 
 
  원우들은 단순 서비스 제공 기관이 아닌 ‘학생자치의 구심점’을 원하고 있다. 원우 A는 “(원총이) 복지사업을 넘어 원우 전반을 아우르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동국대 원총의 사례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지난 달 1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한태식 동국대 총장을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사립대 조교가 대학원생이고 단시간 근무만 하더라도 대학의 지휘 감독을 받으며 사실상 교직원과 동일한 행정업무를 하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고용부의 행정 해석에 근거한, 동국대 원총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대학원생 조교의 노동자성을 정부가 인정한 첫 사례다.

  뿐만 아니라, 본교 사회복지학과(이하 사복과)의 교과목수렴회의도 한 예로 들 수 있다. 사복과에서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 교과목수렴회의를 거쳐 기존 개설 과목은 물론 신설되기를 희망하는 과목 목록을 작성해, 원우들의 의견을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 김도현 원우(사복과)는 “탈권위적인 학과 분위기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 원우들의 참여도 활발하고 만족도가 높다”고 전했다.

학생자치, 그 근본을 되새겨야할 때

  물론, 원총 입장에서도 고충이 있을 것이다. 공 회장은 “많은 원우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원우들이 원총에 좀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원총이 원우들에게 느끼는 아쉬움은, 사실 원총의 원우들에 대한 태도와 시선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적인 예로, 원총은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에 맞춰 계열대표를 통해 단위요구안을 제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설문 결과, 원우들은 “등록금 동결‧인하, 원우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교섭”을 원총에게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채 이루어지는 단위요구안은 오히려 ‘등록금 인상의 반대급부’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동국대 원총이 원우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 원우들의 지지라는 장기 투쟁에 대한 동력을 얻을 수 있었겠는가. 또, 만일 사복과가 권위적이고 관료적인 태도로 운영됐다면 학과 운영에 원우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참여했겠는가. 원우들과 소통하겠다지만 정작 소통이 안 되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지난달 28일 열린 정책공청회에서 제39대 원총 박재홍(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 정후보와 이존호(동북아학과 박사과정) 부후보는 ▲권리장전에 대한 실질적 방안 마련 ▲노후화된 대여 물품 최신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권리장전에 대한 후속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사실상 ‘새로운 단위요구안 상정’이 공약인 셈이다. 원총은 본부 행정서비스를 대행하는 기관이고 관료인가, 아니면 원우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대표자인가. 원우들이 원총에게 바라는 상을 읽지 못한 채, 누구를 대표하고 누구와 소통한다는 것인가.

  사실, 답은 정해져 있다. ‘학생자치기구’로서, ‘학생대표’로서, ‘원우들의 대변자’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 곧, 원총의 설립취지와 의무에 온전히 부합하는 것 말이다.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