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11.1 수 14:28
특집
[과학]인공지능이 출력한 예술이병주 /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정석영 편집위원  |  ya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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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호]
승인 2017.10.31  23: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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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A.I.: 인공지능과 미래 ③ 예술을 창작하는 기계, 인공지능

  지난해 치러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세간의 관심은 높아져 갔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키려는 노력 역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의 완전한 실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성큼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지면은 앞으로 도래할 인공지능기술과 여러 분야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공지능에 관하여 ②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역할 ③ 예술을 창작하는 기계, 인공지능 ④ 인간과 기계의 공(共)진화 

 

 

인공지능이 출력한 예술

이병주 /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공학자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은 비행기나 인공위성과 같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도록 설계된 인공물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비행기가 예상치 못한 난류를 만나도 추락하지 않아야 하듯이 모든 인공물은 환경으로부터의 교란에 적응하고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히 설계된 내부 매커니즘을 필요로 한다. 이 때, 보다 더 동적인 목적을 수행해야하는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인공물들은 상대적으로 정적인 목적의 다리와 터널과 같은 인공물들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설계 기법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통한 예술 창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할 때 우리는 다음 두 가지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먼저 ‘예술작품은 얼마나 동적인 인공물인가’라는 질문이다. 다음으로는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어떤 수준의 동적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이다. 

 

예술작품은 얼마나 동적인 인공물인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1917년 시판되는 소변기를 갤러리에 전시하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임으로써 작품의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 간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리고, 존 케이지(John Cage)가 1952년 <4′33″>라는 곡을 통해 예술에 우연성(chance)을 도입한 뒤로 우리는 하나의 목적, 즉 작가가 의도한 개념의 전달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흔히 말하는 개념예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예술작품이 지니는 물질성이 예술작품이 전달해야할 개념을 제한하지 않는데 이는 마치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 1948년 발표한 정보이론(Information Theory)에서처럼 어떤 메시지가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물질적인 특성과 관계없이 수신자에게 기어이 전달되고 마는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예컨대 우리가 구시대의 봉화를 통해 ‘안녕’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오늘날 인터넷을 통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메시지의 전달여부 측면에서는 다를 바 없는 행위인 것이다. 

   
 

  정보이론의 창시자 클로드 섀넌은 1956년 전기통신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그의 이론이 확대 적용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지각, 인지, 언어, 그리고 예술창작과 같은 인간의 복잡한 활동들은 일종의 정보처리 과정으로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 과학자들은 반 고흐와 같은 화가의 정신에 내재되었다고 간주되는 어떤 ‘예술적 정보처리함수’를 추출하기 위해 다양한 머신러닝 기법들을 적용해왔다. 이로부터 얻어진 ‘반 고흐의 표현 기법’이라는 통계적 패턴함수는 그의 예술 세계 그 자체를 대표한다고 은연중에 간주되며 일종의 합성곱 커널(convolutional kernel)로서 응용되어 마치 그가 그린 것 같은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고 출력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은 ‘소름 돋는 인공지능의 그림, 저작권은 누구 소유일까’와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로서 대중들에게 소개된다. 


  하지만 정보와 메시지는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물리세계의 복잡한 역동성을 통계적이고 정적인 개념으로서 편리하게 구술하기 위해 발명됐다. 정보이론은 연속적인(continuous) 물질세계를 입력과 출력의 주객 관계로서 분절하고(discrete), 현상의 과도기적(transient) 상태와 실시간 교란을(realtime disturbance) 무시한 채 단계적인 정상상태들과(procedural steady-states) 무작위 잡음에(random noise) 대해 고려한다. 따라서 정보이론적 근사과정이 인간의 복잡한 예술행위를 얼마나 실재에 가깝게, 혹은 그보다 더 뛰어나게 모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인공지능을 통한 예술의 성패는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제작된 가상인간 큐보 걸(CUBO.cc, Creepy Girl)은 모니터 안에서 인간의 표정과 눈 깜빡임, 그리고 얼굴피부의 색감과 머리스타일 등을 완벽히 모사해냈음에도 정작 사람들에게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정보이론의 관점에서 복잡한 물리현상을 재현하고자하는 꿈이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인간은 기술적 재현의 극단적인 정확성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실재와 인공물 사이에서 커다란 간극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린 이를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라고 부른다. 만일 모나리자와 같은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사실 정보이론의 관점에서 포착될 수 없는 연속적이고 역동적인 현상학적 목적을 달성하는 인공물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정보처리장치로서의 인공지능이 출력한 예술작품들은 계산의 정밀도와 관계없이 궁극적으로는 불쾌한 골짜기에 빠져버릴 실패의 운명을 타고났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동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나 

 

   
 

  인간의 직립보행은 환경으로부터 주어지는 다양한 교란으로부터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원하는 곳으로 신체를 이동시켜야 하는 높은 수준의 지능을 필요로 하는 행위다. 정보이론의 관점에서 보행을 위한 인간의 지능은 뇌에 내재된 정보처리함수로서 표현된다. 즉, 인간의 뇌가 여러 감각기관으로부터 입력된 정보를 처리하고 계산하여 이후 신체를 움직일 출력의 패턴과 세기를 결정짓는다는 정신과 신체의 분절된 주객관계를 상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2001년 코넬대학(Cornell University)의 스티브 콜린스(Steve Collins)가 제작한 수동 역학 보행로봇(passive dynamic walker)은 뇌와 같은 별도의 중앙정보처리장치 없이도 인간의 복잡한 직립보행과 동일한 움직임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때 코넬 로봇의 지능은 뇌와 같은 중앙정보처리장치에 고립된 것이 아니라 로봇의 신체형상과 물질성에 체화돼 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으면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선 것 같이 묘사되지만 사실 ‘정보처리의 주체로서의 지능’이라는 협소한 정의를 벗어나면 인간지능의 위대함은 뇌뿐만 아니라 정교한 신체능력에서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은 앞서 코넬 로봇의 경우에서처럼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통해 마우스와 키보드를 정밀하게 제어할 것을 요구한다. 구글 딥 마인드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프로게이머들과 겨뤄보고자 한다면 먼저 프로게이머의 상반신이 지닌 체화된 지능을 뛰어넘는 정교한 인공신체를 개발하여 선보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세돌과의 대전에서 알파고가 바둑돌을 올려놓을 신체를 갖지 못해 아자황(Aja Huang)이라는 인간 대리자의 신체를 빌려 돌을 놓았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연속적인 물질세계에서 동적 목적을 달성하는 역동적인 인공지능의 구현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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