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탐방]

 

‘노동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 사회학과 콜로키움: 신진연구자 논문 발표회 -

서준상 / 사회학과 석사과정


  지난 10월 19일 대학원(302관) 401호에서 사회학과가 주관하는 <사회학과 콜로키움: 신진연구자 논문 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혐오의 정치’라는 주제로 세 차례의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최근 졸업한 학과 선배의 논문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나누는 자리로 기획됐다. 행사의 발표를 맡은 박선영 박사는 2015년에 쓴 박사학위 논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동자 내부균열과 작업장 정치>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몇 년 동안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내 기업 규모, 종사상 지위,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으며, 상이한 환경에 놓여있는 노동자들 간의 연대는 요원하기만 하다. 이와 같은 ‘노동의 위기’, 그 중에서도 특히 노동운동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논자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 관리체제 아래 진행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발표자는 본 연구를 통해 현상의 인과관계가 그리 단순하지 않으며, 외부 환경의 변화를 둘러싼 ‘작업장 정치’의 복잡한 동학이 작동하는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발표자는 본 연구의 사례인 한국지엠(구 대우자동차)의 독특한 구조조정 경험에 주목한다. 구조조정 당시 대우자동차는 최대 규모의 인력감축이 진행됐으나, 이에 대항한 노동자 및 연대 단위의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통해 해고된 노동자 전원이 복직됐다. 그러나 대우자동차는 이러한 이례성에도 불구하고 타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의 작업장 권력이 약화되고 노동조합의 실리주의적 경향이 지배적인 특징을 보였다. 투쟁의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했지만, 작업장 내 노동자들 간의 연대를 이뤄내는 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작업장 환경으로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다.

  발표자는 구조조정 당시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이 서로 달랐으며, 이러한 차이가 노동자 내부의 균열을 형성해 작업장 정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자와 비정리해고자 간의 균열, 투쟁을 주도한 현장조직과 회사 정상화에 참여한 현장조직 간의 갈등 등 다층적인 균열이 형성됐으며, 이 균열에 기초한 여러 조직들이 생겨나면서 대립은 더 심화됐다. 또한 회사는 노동자 내부의 균열을 강화시키기 위해 분할지배전략을 펼쳐 복직자 조직을 통제하고 약화시켰다. 정리해고자들의 전원복직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 내부에 누적된 경험과 균열을 둘러싼 작업장 정치가 작동하면서 구조조정 반대 투쟁을 주도했던 노동운동 세력은 내부에서 소외됐다. 그 결과로 실리주의적 현장조직이 노동조합을 장악했으며, 노동조합은 회사에 맞서 단일한 조직적 결속력을 갖지 못하게 됐다.

  어떻게 작업장 정치를 되살릴 수 있을까.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투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강연 말미에 발표자는 이런 질문들이 답이 없더라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는 결코 일방향적인 ‘자본-노동’ 관계만으로 이해될 수 없다. 그보다 ‘노동의 위기’라는 현상 아래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업장 정치의 측면, 강연자의 표현을 인용하면 노동 내부의 ‘꼬라지’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노동계급의 현 상태를 분명하게 직시했을 때에야 우린 비로소 노동문제 해결의 실마리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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