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11.1 수 14:28
기획정치
새로운 정치 문명의 탄생과 공공정책 의제의 전환고원 / 한림국제대학원대 객원교수
조현준 편집위원  |  dision999@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39호]
승인 2017.10.31  17:24:2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대한민국 정치 키워드]

 2017년 상반기의 가장 큰 사건은 아마도 조기 대선으로 이룬 정권 교체일 것이다. 정치적 공론장의 탄생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구축되는 과정에 있고, 개인이 정치적 시민 의식을 ‘실행’하는 경험 역시 진행 중으로 보인다. 이 기획에서는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정치에 대해 네 차례에 걸쳐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파국과 ‘재생’ ② 진보와 보수 ③ 정치政治와 공공정책 ④ 정치적인 인간, 그리고 인간적인 정치


새로운 정치 문명의 탄생과 공공정책 의제의 전환

고원 / 한림국제대학원대 객원교수

 지금 인류는 세계 질서 재편과 이행을 둘러싸고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근대사회에서 주조된 노동과 삶의 형태를 가치의 근저에서부터 흔들고 있다. 이와 같은 시대적 압력에 대응하는 정치의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서구 선진국들 가운데도 어떤 나라들은 근대적 사회 질서를 일정 부분 해체하고 세계화의 시대 조건에 맞게 국가를 재구성하려 하지만, 또 어떤 나라들은 근대적 사회 질서를 다시 강화하는 방법으로 세계화의 모순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화 물결 속에서 수혜를 본 몇 안 되는 나라들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사회 내면에서는 양극화·불평등과 같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거대하게 축적돼 왔다. 그런 흐름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대중의 자각과 에너지가 분출된 사건이 바로 촛불혁명이다.

 

새로운 ‘정치문명’의 시대

 새로운 정치문명의 탄생은 근대 정치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근대의 정치 개념은 폭력자원의 공적 독점과 집중, 그리고 그것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정당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활동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그것은 주권의 절대성과 신성성이라는 형태로 포장돼 나타난다. 그런데 그 같은 근대 정치의 개념은 오늘날 구조적 균열을 일으키면서 여러 오작동을 일으킨다. 지금 세계 각국에 퍼져있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입각한 정치는 갈수록 관료제와 권력정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세계는 그런 대의제 정치를 대체할 수 있는 ‘정치적인 것’의 영역을 새롭게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촛불혁명에 참여한 대중들은 자기를 지켜줄 군대도 없고, 총·대포도 없고, 중앙집권적으로 조직된 체계도 없었지만 거대한 폭력자원을 독점하고 있고 일사불란하게 조직화된 기성권력을 일거에 압도해 버렸다. 그런데 그 힘은 수백, 수천 만 명의 사람들 사이에 강력하게 형성된 ‘가치 있는 일’에 대한 ‘공감’에서 나왔다. SNS는 이를 증폭시키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됐다. 이를 통해 대중들은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의견을 나누며 공동 의견과 공동 행동을 형성해 감으로써 거대한 권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힘(폭력)의 공적 독점과 집중이라는 근대 정치의 개념이, 공감의 바탕 위에서 권력의 분산과 협치를 통해 더 많은 권력이 발생한다는 반대의 원리에 점차 자리를 내어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이미 오래 전에 미국연방헌법을 통해 그런 새로운 권력 원리의 단초를 발견한 바 있다. 미국의 연방제 민주주의를 통해 분리된 권력이 항구적 연합체를 형성할 만큼 강력한 권력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지도부도 명확치 않고 느슨하게 연결된 촛불대중들이 오만한 대의제 권력을 제압할 수 있었던 근원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 주는 지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

 그런데 이 같은 새로운 정치문명의 출현은 공공정책 의제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불가피하게 요구한다. 자원의 공적 독점을 토대로 사회 발전을 선도하던 정부의 기능은 갈수록 제한받는다. 서로 다른 지식과 기술이 인문학적 상상력을 매개로 융합해 새로운 가치와 부를 창조해내는 시대에는, 기존처럼 타깃을 설계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 한계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 정부는 개인과 기업에게 자율과 선택권을 보장하면서도 사회 다수의 구성원들이 최대한 많이 포괄되도록 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짜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통일정책에서 우리는 햇볕정책까지도 과감하게 뛰어넘는 의제를 만들어야 한다. 햇볕정책은 본질적으로 인도주의 및 경제적 교류협력을 확대하면서, 정치군사적 영역으로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기능주의적 통합모델이었다. 그런데 그런 접근법은 정치군사적 돌발 사태에 취약성을 드러낸다. 따라서 이제는 북미대화, 평화협정 등 정치군사적 문제에 직접적으로 접근해 돌파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다른 사회경제분야의 의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재산권에 관한 헌법적 사고의 영역을 확대해 ‘안전, 자유, 존중’ 등의 가치에 대한 재산권의 복종을 명확히 하고 사회적 참여와 연대를 통한 공동소유와 공동이익의 증대 등을 장려해야 한다. 다른 예로는 헌법 제34조에 규정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의미와 실현방법에 대한 것도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들이 점차 현실화돼 가는 추세를 고려하여 좀 더 적극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헌법 제32조 3항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물질의 생산에서 가치의 창조로 노동 형태가 변화해 가는 추세를 고려하여 선구적 상상이 필요하다.

 그러자면 공공정책의 변화를 관통하는 사회적 보상체계의 가치 기준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 발전은 보상의 가치에 따라 몇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구성원들이 금수저와 흙수저로 구별된 신분공동체사회이다. 둘째,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의 사회, 즉 출신이나 가문을 따지지 않고 능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는 사회이다. 셋째, 누구나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면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사회이다. 넷째, 사람(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입각해 보상이 이루어지는 사회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주로 첫째와 둘째 요인이 결합돼 작동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는 정경유착, 인치주의, 연고주의, 지역주의, 패거리문화, 권위주의, 능력지상주의, 무한경쟁주의 같은 전근대적·근대적 낡은 잔재들이 끊임없이 부활하고, 사회 발전이 폭력적이고 갈등적인 양상을 띠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세 번째와 네 번째가 융합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촛불시민의 과제

 공공정책 의제를 전환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촛불혁명에서 보인 시민적 공감과 우정 그리고 단결에도 불구하고 생활상의 개혁을 둘러싼 문제에서는 여러 이해집단들이 각자의 개별적 이익만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 뒤얽혀 갈등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주노동자 차별금지, 최저임금 문제, 여성 고용 할당, 블라인드 채용 등 차별시정의 노력들을 조금 더 나은 환경에 있던 사람들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현상이 그런 사례이다.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의 혁명이 일어나고 공공정책 의제가 미래지향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정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의식과 가치에 일대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대중(mass)이 공중(public)으로 정립하는 것과 대체로 일치한다. 대중은 수동적이고 개별화된 성격이 강하지만, 공중은 자신의 주체적 의견을 형성해 공론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대중은 공론장에 참여함으로써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대해서도 공존과 균형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공론장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다. 국가와 정치는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촉진하고, 이렇게 해서 공공정책을 추동하는 원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브라질 룰라 정부 시기의 도시위원회 사례는 참고할만하다. 룰라 정부는 브라질 대도시의 심각한 치안, 주택문제를 다루기 위해 도시위원회를 설치했다. 도시위원회는 32만 명이 참여하는 지역회의를 거쳐 선출된 2천510명이 연방회의를 열고 다시 거기서 선출된 민간 대표 40명과 연방·지방 공무원 30명으로 구성된 도시위원회가 연방정부의 도시정책을 직접 설계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공론조사, 시민배심원 등 다양한 시민참여제도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동안 전문성, 기술, 안보라는 명목 아래 정부와 엘리트의 수중에 집중돼 있던 사안들을 더욱 더 과감하게 공론장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공공정책 의제들이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재생에너지 등 생태적 의제들, 성소수자, 양성 평등, 대체복무 같은 소수자 인권 의제들, 전통과 미래의 적절한 공존에 관한 문화적 의제들, 정부와의 소통, 시민 참여에 관한 차세대 민주주의 의제들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는 그 같은 의제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소수자 의제들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탈근대 사회에서 사회구성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근로자, 장애인, 서민여성, 성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청년실업자 등 적어도 한 가지 이상씩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수적인 조건인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앞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로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공공정책의 전환을 이뤄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56-756 서울 동작구 흑석동 221 학생문화관 2층 언론매체부(중대신문 편집국)  |  대표전화 : 02-820-6245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방송국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국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국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