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만난 미술관

권력욕, 목숨을 탐하다
루벤스, 〈유아 대학살〉, 1611년, 패널에 유화,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


  <유아 대학살>은 바로크 미술의 특징을 잘 살린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걸작으로 꼽힌다. 이 그림은 성경에 나오는 유대의 왕 헤롯의 학살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극적인 감정을 잘 나타냈다는 호평을 받는다. 헤롯왕은 장차 유대의 왕이 될 인물이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왕위에서 쫓겨날 것이 두려워, 베들레헴과 인근에서 태어난 두 살 이하의 모든 사내아이를 죽였다고 전해진다.
  헤롯은 유대의 국경을 확장하고 헬라문화를 도입해 건축물을 세우는 등의 큰 업적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는 넘치는 권력욕과 질투심 때문에 자신보다 인기 있는 인물들을 가차 없이 죽였다. 루벤스의 그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헤롯의 명령을 받은 남자들은 어머니의 품에서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빼앗고 있다. 어머니는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이미 차가운 시체가 된 아이들을 붙잡고 슬퍼하고 있다. 국가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던 헤롯은 ‘갓’ 태어난 아기가 왕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자기가 가진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며 아이들을 모두 무자비하게 죽인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절대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이들을 모두 죽이곤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역사책 속 이야기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도래한 현재도 권력을 가진 자들의 ‘살인’은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권력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

김혜미 편집위원 | hyemee729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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