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림 / 경기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과학] A.I.: 인공지능과 미래 ②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역할

  지난해 치러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세간의 관심은 높아져 갔다. 이러한 관심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키려는 노력 역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의 완전한 실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성큼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지면은 앞으로 도래할 인공지능기술과 여러 분야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공지능에 관하여 ②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역할 ③ 예술을 창작하는 기계, 인공지능 ④ 인간과 기계의 공(共)진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본 4차 산업혁명

 

최예림 / 경기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교수가 최초 언급하며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열풍은,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실제 산업에 적용 가능하게 되면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이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기계를 이용한 생산이 가능해진 시대라면,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발명과 함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시작됐다. 20세기 중반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으로 디지털 혁명이라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 생산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의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 연결성(connectivity), 인공지능,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도입·강조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골자다. 이미 수년 전부터 독일의 ‘인더스트리4.0(Industry4.0)’, 중국의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한국의 ‘제조업 혁신 3.0 프로젝트’ 등 세계적으로 제조업 혁신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고도화된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4차 산업혁명이 제조업을 넘어 전체 산업 전반에 걸친 일대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시작되는 ‘산업 혁명’
 

  그렇다면 왜 지금 4차 산업혁명인가. 이는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주역인 인공지능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언급되는 주요 기술들인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발달도 그 이유이다.

  인공지능은 단어 그대로 인공적인(Artificial) 지능(Intelligence)이다. 초기에는 인간의 판단과정을 규칙으로 정리하여 이들을 모아놓은 룰 엔진(rule engine)의 형태로 인공지능이 개발됐다. 그러나 인간이 직접 규칙을 찾아내야 하고 규칙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어, 데이터를 통해 기계가 스스로 규칙을 학습하게 만드는 방법들이 출현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머신러닝이다. 복잡하게 들리지만, 결국엔 수리적인 모델을 이용해 인간처럼 판단할 수 있는 규칙을 찾는 것이다. 머신러닝 기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데이터를 수리적인 형태인 벡터(vector)로 표현해야 한다. 따라서 규칙을 찾아내기에 유리한 형태로 데이터를 표현하는 것이 머신러닝 기법의 성능을 좌우한다.

  딥러닝은 머신러닝 모델 중 하나인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의 개념적인 명칭이라 볼 수 있다. ANN은 인간 뇌의 신경망 구조를 흉내 낸 모델로, 다수의 노드(node)가 합쳐져 새로운 값을 출력하는 과정을 여러 층에 걸쳐 반복하는 네트워크다. 이 기술을 적용한 대표적 예는 이미지 처리를 위한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 음성과 같은 시계열 데이터 처리를 위한 RNN(Recurrent Neural Network), 자연어 처리를 위한 word2vec, seq2seq 모델 등이다.

  딥러닝을 통해 이미지 인식, 자연어 처리, 음성 인식과 같은 기반 기술의 정확도가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향상되면서, 이들을 응용해 산업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들이 개발 및 적용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웹사이트인 페이스북에서는 이미지 인식을 통해 사람 얼굴을 분류하고 태그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CCTV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검출하거나 특정 인물을 찾는 데에도 이미지 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구글과 여타 기업들이 실험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역시 이미지 인식을 통해 장애물을 검출하는 딥러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료계에서는 IBM사(社)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Watson)이 진료 기록과 검진 이미 지를 분석해 암 진단을 수행한다. 제조업 분야에선 국내 스타트 기업인 수아랩(SUALAB)이 가죽이나 천과 같은 생산품 표면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검출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딥러닝, 사물인터넷 기술이 한데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의 표본’으로 불리는 스피드팩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연어 처리 기술은 최근 새로운 모델들이 개발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계 번역에 딥러닝을 도입하여 번역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NMT(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술이 네이버의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에 도입돼 호평을 받으며 서비스되고 있다. 텍스트 기반의 챗봇(chatbot)은 기업들의 고객 대응 서비스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으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연어 처리 기술에 음성 인식 기술이 더해져 인간의 목소리를 인식하고 이해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SKT 누구(NUGU)와 같은 스마트 스피커들이 국내에도 속속이 출시되고 있다.


도래할 산업 혁명의 명(明)과 암(暗)


  이처럼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 적용을 통해 인간이 누리는 편익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우려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공포다.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에서의 단순 작업뿐만 아니라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 직종의 업무 중 단순 반복적이지만 비용부담이 큰 업무들을 대체하기 위한 기술들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산업에 적용돼 완전히 인간을 대체하기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우선 딥러닝은 고차원이 아닌 데이터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미미하여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딥러닝을 포함한 대부분의 머신러닝 모델들은 그 모델이 내린 판단의 근거가 불분명한 블랙박스이고 완벽한 성능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위험이 높은 분야에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아직은 인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다. 즉, 우리에겐 인공지능으로 인한 산업의 변화를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이를 배척하기보다는, 기술 발달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인류의 삶의 질 증진에 기여해 왔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료 수집 및 유지,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꾸준한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에 의해 인간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의 개발 및 개선 논의 역시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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