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12.6 수 20:06
기획
[학술] 국가와 인권이라는 역설적 관계김형완 / 인권정책연구소 소장
김혜미 편집위원  |  hyemee729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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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승인 2017.09.26  18: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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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창(窓)]

  인간이 행복을 추구할 수 있게 하는 인권(Civil Rights)이라는 단어의 역사에 대해 쫓는다. 시민권, 인권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21세기 인권은 어떤 변화를 맞이했으며 허와 실이 무엇인지 말한다. 또한 인권과 관련한 굵직한 사건에 대해 파헤쳐보며 세계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4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권과 역사 ② 인권과 국가권력 ③ 인권과 사회운동 ④ 인권과 소수자

 

 

국가와 인권이라는 역설적 관계


김형완 / 인권정책연구소 소장

  촛불시민혁명은 국가(권력)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라는 개탄과 회의를 통해 그동안 물음 자체가 금기시 되어온 ‘국가(권력) 정체성’을 되물었다. 이제껏 우리에게 국가에 대한 회의와 비판은 용납되지 않았다. 왕조국가에서 일제식민지, 한국전쟁과 군사독재 등 권위주의 체제를 거치면서 국가는 언제나 개인과 사회에 우선하는 ‘신성국가’로 군림해왔다. 국가는 그동안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또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요구한다는 이유만으로, 시민적 저항을 반국가 또는 반체제로 싸잡아 낙인찍어 매도하고 처벌했다. 국가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기준에 의해 애국과 매국, 국민과 비국민, 모범시민과 불량시민이 갈렸다. 이런 탓에 개인의 존엄성 보장은 물론, 시민(사회)의 형성 자체가 지체됐고, 무엇보다도 사회에 복속돼야 할 국가는 거꾸로 사회 위에 군림하게 됐다. 시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 야만국가의 특징이라면, 민주공화국에서의 권력은 공공재로 존재한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성은, 실정법 따위로 절대화된 기존 체제와 질서에 저항과 회의라는 비판적 태도를 통해 자칫 사유화되기 십상인 권력을 공공재로 변환시킨다. 법치주의는 한편으로 인민주권주의를,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통제를 양축으로 삼아 야만국가의 권력 사유화를 예방하고 인권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꾀해왔다.


  세계인권선언은 그 전문에서 “인민들이 폭정과 억압에 견디다 못해 마지막 수단으로서 반란에 호소하지 않게 하려면 평소에 인권이 법의 지배에 의하여 보호됨이 필수적”이라고 천명한다. 인권의 보호는 법치주의를 통해 폭정과 억압으로 상징되는 권력남용과 사유화를 방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법 규범은 단지 실정법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자연법적인 규범성을 포괄한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천명하면서,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인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못 박는다. 게다가 이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경시되지 않으며,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는 있지만, 설혹 제한한다 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토 박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 존립이유 자체가 기본권의 실현, 즉 인간 존엄성 보장에 있다는 매우 진부 하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상식을 새삼 상기시킨다. 이 상식은 과연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는가.

시민권 이후의 인권


 

   
루벤스,〈유아 대학살〉, 1611년, 패널에 유화,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

 근대 이후 확립된 국민국가체제는 민주주의와 인권 보장의 책무가 국가에 있음을 천명해왔다. 이것은 한 편으로 시민권의 발전을 가져왔지만, 다른 한편으론 인권의 주체를, 당해 국가가 인정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에 한정하는 문제가 있었다. 국가는 자신의 인권보장 책무를 ‘시민’에 대해서만 지는가, 아니면 ‘모든 인간’에 대해서 지는가. 특히 선거권·피선거권·공무담임권·참정권·이주권·노동권·사회보장서비스 부분에서의 국적에 따른 배제는 그야말로 ‘보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나 아렌트는 인권은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상정하지만, 인권보호의 주체가 국가가 될 때 인권이 시민권의 범주에 갇혀버리게 됨을 지적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지구화, 세계화로 상징되는 세계체제의 확대는 인권의 상황을 단위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국제적인 수준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포기(Thomas Pogge)는 국제사회의 유기적 연관성을 고려할 때 인권보호의 책무가 일국 내에 국한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이제 국가는 국내적 책무뿐만 아니라 국제적 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국가로 하여금 어떻게 보편적 인권보장의 책무를 수행하도록 할 것인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국가는 (자신의) 책무의 수행보다는 (인민의) 책무의 강요를 원하기 때문이다.


  근대 국민국가는 주류계급으로 새로이 등장한 시민에 의해 탄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을 끊임없이 동원형 ‘국민’과 파편화된 ‘개인’으로 해체시키면서 지배력을 확보했다. 시민은 국가의 호명에 의해 ‘국민’으로, 시장의 호명에 의해 ‘(소비적)개인’으로 각각 전락하고 말았다. 국가는 통치와 동원의 필요 때문에 ‘(국민)통합’을 내세우지만, 통합의 이면은 곧 ‘배제’이므로, 필연적으로 통합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에서 소수자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시민권의 딜레마는 인권침해의 가장 큰 잠재적 가해자인 국가에게 인권보장의 책무를 부여한 데 있다. 따라서 시민권은 인간 존엄성 실현을 위한 도정에 진보성과 반동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신분사회를 타파하고 자유, 평등, 박애를 외친 점에서 분명 진보적이었지만, 여전히 ‘국가에 의해 인증된 일정한 자격을 구비한 사람’에 한해 권리주체로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반동적이다. 인권이 시민권에 머무는 한, ‘모든 사람’이라는 형용은 사실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공의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시민권조차도 이 땅에선 위태롭다. 인권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무는 종종 방기되며, 정작 시민(인민)보다 국가(권력) 스스로의 존엄성 실현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는 인권침해의 가장 강력한 장본인이자 인권보호자라는 역설적인 운명을 갖는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2017년의 한국사회는 중대한 체제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1987년 6월항쟁 이후 확립된 87체제가 이제 2017체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87체제의 핵심 가치가 형식적 민주주의의 확립, 즉 법치주의의 실현이라고 한다면, 과연 2017체제의 핵심 화두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실질적 민주주의의 확립, 곧 ‘민주주의의 내면화’라고 말하고 싶다. 최장집의 말을 빌면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의 실현이 되겠다. 87체제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그나마 불안정하게 도모됐고, 또한 심각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역진이 87체제의 유제를 부활, 온존시키고 말아서, 2017체제를 맞는 우리는 불가피하게 두 개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로서의 법치주의 구현과, 평등실현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 수행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민권의 공고화와 시민권의 확장이라는 이중과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내면화의 핵심가치는 ‘인권’이다. 인권을 중심으로 한 가치공동체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따라 87체제의 극복과 2017체제의 확립이 좌우될 것이다. 우리는 지역과 시민생활 공간 곳곳에 인권과 민주주의의 참호를 구축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적 통치질서를 바로 세워 시민적 자유의 확대와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를 위한 평등의 실현, 그리고 호혜와 연대에 기반한 공동체성의 회복은 우회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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