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연 / 조형예술학과 예술학전공 석사과정

[학술탐방]

 

21세기 예술의 역할

- 동시대 예술 연구 : 작품과 상품의 경계에 대해서 -


정서연 / 조형예술학과 예술학전공 석사과정
 

  지난 9월 21일 예술가의 집에서 ‘제1회 예술학 석·박사 통합 학술제’가 <21세기 예술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학술제는 예술학과 개설 이래 첫 석·박사 통합 학술제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21세기 동시대 예술은 모호해 보인다. 예술의 범주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해졌다. 특히 예술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져 일상적인 상품조차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예술인지 아닌지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경향을 보면 재해석된 많은 일상의 소재들이 전시장에 진열돼있다. 특히 그중 일부는 일상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러한 예술을 상품과 구분해서 인지한다. 놓여진 위치에 따라 같은 모습일지라도 어떤 것은 예술(Art)이라 부르고 어떤 것은 상품(Product)이라 부른다. 모든 것이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는 탓일까. 일부 관객들은 이러한 작품을 보며 ‘고작 이것을 보고 정말 예술작품이라 생각하나’라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Felix-Gonzalez-Torres, Untitled(Placebo), 1991
Felix-Gonzalez-Torres, Untitled(Placebo), 1991

  시각적으로 예술과 상품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재, 우리는 무언가 예술이 상품과는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필자는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Felix Gonzalez-Torres)의 <Untitled(Placebo), 위 사진>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감정, 느낌, 사랑, 이별 등을 소재로 작업을 한다. 사랑과 이별, 그리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그 ‘누구나’에 초점을 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사랑, 누구나 겪게 되는 이별,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자신만의 시각예술로 형상화한다.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은 ‘사탕 더미’다. 편의점이나 슈퍼에 가면 언제든지 구입할 수 있는 사탕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그는 사탕 더미를 직사각형의 모양으로 깔아놓고 관객들이 가져갈 수 있게 했다. 이후 관객이 가져간 후 남은 빈자리를 계속해서 채워나가는 형식으로 작품을 기획했다. 그는 사랑하는 연인이 에이즈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사랑과 이별, 상실과 기억하기, 소유와 나눔과 같은 문제를 사탕으로 형상화했다. 이 사탕은 그가 사랑했던 연인의 몸무게와 같은 무게만큼 측정돼 전시됐다. 이 사탕을 관객이 가져감으로써, 사라지는 사탕들처럼 우리의 육신은 허물어지지만 죽고 난 뒤에도 영원히 반복되는 삶으로 다시 채워진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불특정다수가 그의 삶과 사랑을 사탕이라는 상품을 통해 공유하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관계를 알아챈 관객은 그것을 단순한 사탕으로 인식하지 않게 된다. 그가 건넨 작은 사탕은 관객에게 예술을 자유롭게 향유하게 하는 동시에 예술의 고정관념을 깨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달콤하게 스며든다.

  동시대 예술은 어떻게 만들었느냐와 같은 기술적인 것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개념적인 것을 다룬다. 그래서 그런지 동시대 예술가들은 관객을 더 모호한 틈 사이로 밀어 넣는다. 그 모호한 틈의 종류 중 하나가 ‘상품’이다. 상품과 같이 일상적인 물건들이 전시장에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비난하기도 하지만, 예술가가 제시하는 상품에는 분명히 또 다른 의미가 내포돼 있다. 난해한 틈 사이에 존재하는 동시대 예술은 관객들에게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권위적이었던 거리를 좁히고, 그 사이에서 내배는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필자는 이러한 일상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예술의 의미가 진정한 일상의 모습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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