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도를 넘은 대학가의 막말 행태


언제쯤 막말은 상아탑을 떠날까

 
 

  지난 9월 6일 수요일, 본교 정치국제학과 A교수에 대한 본교 법인의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5월 11일 경향신문의 단독보도로 사건이 알려진 이후, 4개월 만이다.
그동안 본지에서도 온라인 속보 및 336호, 337호를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내용을 여러 번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본지는 한 번도 징계결과나 교수의 공개사과 등의 소식을 전달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징계위원회의 모든 절차과정과 내용이 비밀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징계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수와 위원회만 알고 있을 뿐, 그 외 피해 학생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포함한 그 누구도 결과에 대해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외부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베일을 벗었던 정치국제학과 A교수의 막말 사건은 방학에 걸쳐 지지부진하게 진행돼, 해당 교수 징계수위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사건과 관련해 초기부터 인권대책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진행한 본교 인권센터는 “9월 한 달 동안 징계위원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본지는 본부 교무처와 A교수 징계에 관해 이야기 나누려 접촉을 시도했으나 끝내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공식적인 징계내용공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정체국제학과 비대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후속처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 다리 건너 전해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규칙과 규정상 피해 당사자들마저 위원회에 접근이 어려워, 누구를 위한 위원회였는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했다. 더불어 징계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던 터라, 4개월 동안 누구도 그 위원회에서 어떤 것들이 논의됐는지 알지 못해 많은 이들이 사건의 결과를 궁금해했다. 그뿐만 아니라 교수에게 요구했던 공개사과도 이행되지 않아 해당 교수가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학내 구성원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본교 교수협의회에 문의했다. 회장 방효원 교수는 “객관적 조사결과를 전혀 듣지 못했다”며, “다음 주 중으로 본부에게 결과를 요청해, 입장표명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법인의 징계위원회까지 마쳐 이사장이 징계 수준을 승인하고 A교수에게 통보된 것으로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징계 통보 이후 과정이 7-10일이 소요되며, 내부적 절차로 교수가 이의제기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건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는 가늠할 수 없다.
  이에 정치국제학과 비대위장은 “학교에서 해결 가능한 프로세스가 모두 끝났다”며 교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보다 적극적인 다른 방향’도 고려해야겠다고 이야기했다. 원우들도 이 사건을 그저 ‘학부의 일’로 치부하지 말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지난 337호에서 밝혔듯 해당 교수는 학부수업은 맡지 않았지만, 현재 대학원에는 2학기 수업을 개설한 상태다. 규정상 교수가 두 학기동안 최소로 진행해야 하는 학점이 있기 때문에, A교수의 강의 개설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교수를 강단 위에 세운 것은 본부 측의 태도가 다소 안일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선, 막말을 막을 순 없다


  본교에서 A교수의 막말 사건이 일어난 후, 서울시립대, 동국대, 순천대 등의 학교에서 여성·세월호·위안부 등의 사회적 약자를 향한 도 넘은 막말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본교의 처분과는 조금 다른 행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사건을 일으킨 타 대학교수들의 막말 수위가 A교수보다 높았다고 한다면, 그것이 더 강한 징계를 받은 사유가 될 수 있겠지만, 어디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 발언에 ‘조금 덜 나쁜 말’이 따로 있겠는가.
  서울시립대의 경우 자체징계위원회가 문제를 일으킨 해당 교수에게 ‘실명공개경고’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가 논란이 불거져, 정직 3개월 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해당 교수가 반성의 기미가 없고 제자에게 탄원서까지 제출하라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서울시의 특별징계위원회가 재심을 시행했고 이를 통해 해임을 결정했다. 순천대는 해당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총장 직속의 진상조사 TF팀을 꾸렸다. 순천대 총장은 직접 사과를 하고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재발 방지와 엄중한 처벌을 위해서 순천대의 재학생과 졸업생, 순천시의 여러 시민단체와 연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타 대학들의 사례를 보면 학문의 장(場)인 대학에서 성희롱이나 소수자 차별, 혐오 발언이 얼마나 무분별하고 다양하게 발생하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교수는 교육자로서 높은 윤리 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변화 속에서 대학이 양심의 보루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본교 교수 윤리강령 첫 번째 조항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한국대학 흐름의 꼴을 보니, 이제 대학교수는 더 이상 ‘양심의 보루’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교수뿐만 아니라 기업의 물을 먹은 대학도 ‘깨끗하고 꼿꼿한’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역할은 벗어던진 채, 물욕에 눈멀어 이윤을 좇는데 급급한 듯하다.
  아직 이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지 아무도 모른다. 개교 100주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본부가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않을만한 결정을 하길 바라며, 아무쪼록 ‘의에 죽고 참에 살자’라는 중앙대의 용기 있고 정의로운 교훈이 바로 서길 바란다.


김혜미 편집위원 | hyemee729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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