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12.6 수 20:06
오피니언
[학내발언] 나는 조교인가 대학원생인가익명 / 석사과정
조현준 편집위원  |  dision999@g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38호]
승인 2017.09.26  17:04:2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학내발언]

나는 조교인가 대학원생인가

익명 / 석사과정

 학부 수료 후 영화 배급사에서 마케팅 사원으로 근무했던 1년은 매우 정신없이 지나갔다. 회사에서의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열 시에서 일곱 시였지만 야근을 하다 보면 퇴근이 더 늦어지는 날도 있었고, 일이 많은 날엔 아홉 시 반에 마치기도 했다. 시사회나 영화제 행사가 있으면 열두 시를 넘겨, 새벽 한 시에 집에 들어가는 날도 많았다. 주중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주말에는 약속 하나 잡지 않고 집에서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소모적인 삶이라는 생각에 막연한 배움의 기대를 안고 대학원에 들어왔다.

 올해 6월, 석사 첫 번째 학기를 마치고 조교 일을 시작했다. 근무시간은 평일 열 시부터 다섯 시지만 저녁이나 주말에도 조교 업무와 관련하여 문의하는 연락에 시달리기도 했다. 전화와 문자 한 통에도 숨이 턱턱 막혔다. 개강총회 술자리에서 한 대학원 동기는 도대체 조교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그동안 처리했던 업무를 장황하게 이야기하자 그제야 조금 수긍하는 듯했지만 허탈했다. 현재 조교들의 태도가 너무 무섭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학생들에게 좀 상냥하게 대하라는 교수들의 말도 그저 웃어넘겼다. 항상 모두에게 친절한 감정 노동 로봇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논문 예비심사가 있던 금요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토요일에는 하루 종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게다가 일요일 하루 동안 다음 주로 예정된 발제를 정신없이 마쳐야만 했다. 주중에는 업무를 보고 주말에는 공부해야만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삶이다. 전공 분야 관련해서 지식을 얻고 탐구하고자 대학원에 입학했는데 내 연구는 고사하고 교수들과 박사, 석사들의 요구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지는 것이 현실이다.

때로는 행정실의 교직원도 조교들을 마치 부하처럼 대하기도 한다. 과에서 취합한 서류를 제출할 때도 매우 사소한 실수나 결함을 트집 잡거나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조교 권한 밖의 일에 대한 책임을 조교에게 돌리기도 한다. 조교도 최소한 동등한 존재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교수와 교직원, 박사들마저도 일종의 서비스업을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조교를 규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조교제도는 학교와 대학원생 양측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교로 일하며 계속 나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조교이기 이전에 대학원생이다. 자기방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조교들에게 불평과 질책을 날리기 이전에 그들도 행정 직원이 아닌 본래 연구를 하러 들어온 학생이라는 사실을 한 번만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56-756 서울 동작구 흑석동 221 학생문화관 2층 언론매체부(중대신문 편집국)  |  대표전화 : 02-820-6245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방송국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국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국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