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 석사과정

[학내발언]

원우입니까

익명 / 석사과정

 본교 등록금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인상된 등록금에 대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말은 ‘원우들을 위해 쓰겠다’는 답변이다. 인상된 사실에 대해서 누구도 그것이 잘못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매학기 진행되는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에 가면 등록금 인상에 대한 단위요구안을 전달받는다. 매번 그럴듯한 요구안이 발표된다. 17년 상반기에는 학과 홈페이지 개선, 대학원 연구 환경 개선, 학과대표장학금 증액 등의 요구안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당시 제시된 단위요구안이 대략 열 가지 정도였는데, 만약 이것들이 모두 이뤄졌다면 지금 우리의 대학원 생활이 한결 나아졌으리라.

 상반기 발표된 단위요구안 중 열람실 환경 개선으로 나왔던 고장 나고 오래된 컴퓨터 교체가 취소됐다. 학과대표장학금의 증액이 수정됐다. 학과 홈페이지 제작은 곧 될 것이라는 이야기만 무성하다. 4월에 열린 전대회에서 “당장 다음주”부터 사용가능하다고 했던 법학관 1층의 대학원 연구공간도 한 학기가 끝난 7월에 이르러서야 사용을 위한 관리자 선발 등의 논의가 이뤄지고 개방됐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1층 휴게공간에서 음식을 먹을 때 냄새가 날까 눈치를 본다. 열람실과 강의실의 기기는 낡아서 수업이 지연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연구공간이 추가됐지만 공간문제 해결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증액된 등록금이 대학원 환경 개선에 사용되지 않았다면, 수업을 위해 사용된 걸까. 개강을 앞두고 듣고 싶은 강의를 찾아 타과의 강의를 찾아보기도 한다. 매 학기말 희망 강의를 요청하지만, 전임교원 비율이라는 장벽에 막혀 다양한 강의는 꿈꿀 수 없다. 다른 학과의 사정도 나아보이진 않는다. 교수는 없는데 선발공고가 나지 않으니, 원하는 강의를 진행해줄 외부강사를 초빙해야하지만 전임교원 비율이라는 장벽에 막히는 문제가 반복된다. 관련된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없는 대학원의 학과는 어떤 의미를 갖고 지속될 수 있을까.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없는 학과에 누가 선뜻 발을 들이밀까. 강의를 검색할 때 봤던 생소하고 낯선 다양한 학과의 이름이 몇 해 뒤, 우리 학과의 위치가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을 느낀다. 아, 결국 등록금은 수업을 위해서도 사용되는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원우들을 위해, 등록금은 어디에 사용되고 있을까.

 으레 당연하게 오르는 등록금을 내면서 우리는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도 알지 못한다. 대학원의 환경도 강의 선택권도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하는 우리는, 진정 ‘원우’의 이름으로 대학원에 입학한 것이 맞는지 새삼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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