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14%, 이것이 최선인가

 

 지난 6월 23일, 원우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려온 ‘대학원생 연구실’ 사용이 허가됐다. 이번 연구실 개방은 2013년도 310관 내 대학원생 연구공간 확보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뒤 무려 4년만이다. 그 전에도 연구공간은 계속 부족했으며, 공간을 확대하겠다는 본부의 약속은 곧잘 어겨져왔다.
그 결과 ‘보부상 대학원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던 원우들에게 이번 연구실 확대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늦어져 가는 연구공간 개소식에 3천 원우들의 신경은 곤두섰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공간 확대개편으로 인해 원우들의 연구환경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드디어 개방된 대학원생 전용 연구실

 제37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연구공간 개소식을 이유로 공간개방을 미루었다. 본지에서 꽤 여러 번 소개했듯 공간에 대한 ‘명분’을 갖기 위해 총장이 참여한 개소식이 꼭 필요하다고 비대위는 밝혔다. 하지만 방학 이후 논문집필 등의 이유로 연구실 사용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던 원우들은 울분이 터졌고, 결국 새로 취임한 제38대 총학생회(이하 원총)와 대학원장은 개소식 없이 연구실 개방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약 100명의 원우들은 자기자리를 찾게 됐다. 이에 원우 A는 “이렇게 열릴 연구실이었으면 전체대표자회의(이하 전대회) 이후 바로 개방해주면 안됐냐”며, 대학원생 연구실 개방이 뚜렷한 이유 없이 연기됐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연구공간 확대개편은, 그간 공간배정에서 가장 등한시 됐던 인문·사회·예술대 원우들의 연구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열람실’이 아닌 ‘연구실’이라는 개념으로 만들어져 원우들이 뽑은 ‘연구실 대표자’를 중심으로 자치적이고 능동적인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구 전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연구실 대표자는 매달 회의를 통해 총학에게 요구 및 건의사항 등을 전달할 것이라고 한다.

지겹도록 부족한 원우들의 공간

 여기까지는 나름대로 순조로워 보인다. 오랜 기간 기다려 얻어낸 공간인 만큼 원우들 역시 ‘대단한 것’을 바라기보다는 먼저 ‘제대로 운영’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지겹도록 공간은 부족하다. 타 대학의 경우 이공계와 경영대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열도 ‘학과별’로 열람실과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본교의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성과’가 좋은 몇 개의 학과만이 간신히 공간을 얻었을 뿐이다. 심지어 4년 전, 신축된 310관내에 원우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본부의 약속은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이러한 현실에 원우들은 매번 좌절할 수밖에 없다.
 총 2910명(2017년도 하반기 기준)의 원우 중 410명, 14%(열람실 304석, 연구·세미나실 205석)만 ‘지정 좌석’에서 연구와 논문작성을 할 수 있다. 14%라는 숫자도 이번 인문사회계열 연구공간 확대개편으로 4%정도 늘어난 것이다. 즉 지난 학기까지는 10%의 원우만이 공식적으로 연구실 및 열람실 사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에 원우 B는 “등록금은 매년 오르는데 학생 복지는 제자리 같다”며 “자유롭게 연구주제를 가지고 의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연구실 관리·감독과 관련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하계 방학기간동안 원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열람실 관리에 대한 건의사항(무소음마우스사용, 관리자 부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연구실의 경우 보다 자유로운 것은 사실이나 연구환경의 질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한편 원우C는 “원우들이 학업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본부는) 힘을 기울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휴게공간 및 연구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제38대 원총은 상반기 감사회를 통해 등록금인상분 사용처에 대한 목록공개, 공대건물 리모델링 등을 논의했다. 우리의 등록금이 원우들의 ‘학업 연구권’을 확보하는 데 사용되길 바라는 것은 지당한 일이다. 본부는 원우들과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하며 새로 부임한 원총은 원우들의 대표의 역할을 잘 수행해주길 바란다.


김혜미 편집위원 | hyemee729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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