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학을 통해 돌아본 남성성의 민낯


■ 이현화 희곡 작품을 통해 1970년대 남성성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현화의 희곡에서 나타나는 여성을 향한 폭력의 문제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여성을 향한 폭력의 문제에 관하여 “있다” 혹은 “없다”고 쉽게 단정 지어서 말하기보다는, 조금은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아가 남성성이라는 개념은 이현화의 희곡과 떼어놓을 수 없는 70년대라는 근현대사 속 역사적·시대적 맥락에서 젠더의 문제를 아우를 수 있었기에 논문의 주제로 삼게 되었다.


■ 자칫 당대 남성성에 대한 두둔의 입장으로 읽힐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논문을 쓰면서도 여성을 향한 폭력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이를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이 논문을 통해 밝히고 싶었던 것은 이현화의 희곡에서 나타나는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이, 70년대 남성들이 겪어야 했던 남성성의 위기를 감추기 위해 여성에게 가했던 폭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이현화의 희곡 속 남성의 폭력을 통한 불편함을 드러냄으로써, 독자와 관객들에게 70년대 남성들이 여성에게 행했던 폭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공하고자 했다. 그리고 남성의 폭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봄으로써 이 시기 남성들이 감추고자 했던 남성성의 한계와 모순 역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남성들의 여성을 통한 상상적 봉합이란 무엇인가

  상상적 봉합이란, 남성들이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기보다는 문제의 원인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동시에 그 여성을 처단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여기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이현화 희곡에서도 남성들은 자신이 처한 두려운 상황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눈앞에 있는 여성을 공포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그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이현화는 이러한 봉합이 실패하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상상적 봉합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작품 안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처벌하였음에도 이전과 동일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깨닫고 공포를 느끼게 된다. 결국 상상적 봉합은 이름 그대로 상상일 뿐이며 일시적 위안에 불과한 것이다.


■ 70년대와 오늘날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변화된 지점을 통해 우리가 고민해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

  헤게모니적 남성성이란 특정한 시기의 사회에서 남성이 가부장제를 가장 잘 수호할 수 있는 전략을 선택한 결과 나타난 것이다. 그렇기에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사회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70년대와 오늘날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헤게모니적 남성성과 가부장제를 둘러싼 남성성들의 체계가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남성들이 느끼는 남성성의 위기 역시 7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크게 변화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그 원인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이현화의 희곡에 나타나는 70년대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지닌 모순과 한계를 살펴본다면, 현재 우리가 체험하고 있는 남성성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 정석영 편집위원 | ya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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