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행복을 추구할 권리 - 이야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어떤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는가

 
 
  한 꼬마가 있었나보다. 아버지가 택시운전사였던 그 아이는 항상 집에 혼자였단다. 그래서 때로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곤 했나 보다. 밤늦게 오신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나보다.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아프지 말고.”

  한때 대대적인 인기를 누렸던, 자이언티(Zion.T)의 <양화대교>는 이와 같이 구성돼 있다. 이 노래가 유행했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시대의 행복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 손바닥에 쥐어지는 행복?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자 하지만, 사실 그렇지만도 않다. 감각의 한계나 이데올로기 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은 도무지 알 수 없고, 나는 남들보다 특별히 특출난 데 없이,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생각 속에서 살아간다면 삶이라는 것은 끝없이 버거워만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평균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로, 이 정도면 썩 괜찮은 것으로 보고 위안 삼는다.

  행복은 대부분 개인적인 것이고 나 스스로에게 지각된 것이다. 어떤 사람은 어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맛깔난 사진을 찍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어디 풍광 좋은 여행지의 모습을 담아 SNS에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물론 팍팍한 삶 속에서 한 숨 돌리게 해주는 구체적인 기쁨들이, 우리에게 또 하루를 살게 하는 원동력인 만큼, 소소한 행복추구를 두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며 사는 것이 전부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는 없다.

시대의 행복상을 뜯어보며

  이런 맥락에서 2017년 하반기 대학원신문은 특집호를 통해 ‘행복’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간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근대의 이후에 형성됐다. ‘인권’이 자연스레 시민에게 주어진 무엇인가가 아닌 것처럼, 행복추구권 역시 인간 스스로가 고안해내고 전파시킨 발명품인 것이다.

  우선 학술 지면을 통해 보편 인권이라는 개념을 탄생시킨 시민권의 역사를 훑어볼 것이다. 또한 문화면에서는 우리 시대의 행복이 어떤 양태로 나타나고 있는지, 대중문화 속의 행복이 어떤 모습으로 제시되는지를 검토해볼 예정이다. 또한, 새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노동에 대한 관심은, 노동을 통한 행복의 추구가 가능할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기도 하다. 이에 노동면에서는 비단 삶을 위한 ‘돈벌이’를 넘어선 노동을 통한 행복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짚고 가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좌담회 형식의 인터뷰 지면을 통해, 이 행복에 대한 담론을 대학원생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로 끌어들이려 한다. ‘학생’도 아니고, ‘사회인’도 아닌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슨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룰 예정이다.

행복사회를 구상하기 위하여

  수차례에 걸친 기획회의를 통해 특집 주제를 ‘행복을 추구할 권리’로 정하고 드디어 지면에 특집을 얹었음에도, ‘행복’이라는 주제가 그저 뜬구름 잡는 소리나 시시한 행복 타령으로 비춰지진 않을지 찜찜함이 남는다. 그 조바심에라도 푸짐하고 다양하게 구성해 보았다. 행복을 추구하려는 그 몸짓들과 이에 대한 담론들을 다루는 것이 설령 고루하게 느껴질지라도 필요한 작업이라 믿는다. 파편적인 ‘행복 미시사’들의 만연을 넘어서야, 최소한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저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 정도의 수동적 행복을 넘어서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행복 담론은 어떻게 그려볼 수 있는가. 우리는 그 공공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실행해야 하는가. 이번 특집호의 기획을 함께 열어보자.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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