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9.14 목 16:45
기획
[국제]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리더십정하윤 / 이화여대 지역학박사
정윤환 편집위원  |  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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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호]
승인 2017.09.05  16: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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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기후체제 이모저모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와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제 사회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여 왔고 다음 세대를 위한 지구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세계 각국의 선거로 인해 한 차례 격변을 맞은 국제정세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에 하반기 기획을 통해, 유럽·미국·중국·한국 등의 시각에서 교토의정서 이후의 신기후체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유럽연합과 파리협약 ② 트럼프 이후의 미국과 신기후체제 ③ 신기후체제에서의 중국 ④ 파리협정 이후, 우리의 과제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리더십
-신기후체제에서의 지속가능성-

정하윤 / 이화여대 지역학박사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국가만의 노력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전 지구 차원의 문제다. 1980년대 후반부터 기후변화 이슈가 지구적 쟁점으로 등장함에 따라 국가들은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국가들 중 유럽연합이 기후변화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 협상 과정의 리더 역할을 담당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이자 인구 1인당 이산화탄소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공동대응의 경로로부터 이탈한 반면, 유럽연합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와 방식을 제시하고 국가들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전 지구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유럽연합의 리더십

  1990년대 초반부터 유럽연합은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논의를 주도했다. 1992년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유럽연합은 국가들에게 구속력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동의하도록 촉구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자발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설정했다. 1992년 기후변화협약이 성립됐고, 협약 이행에 뒤따르는 구체적인 의무조항과 기술적인 조치들을 논의하기 위한 당사국총회 과정에서도 유럽연합은 선진국이 국내 배출량을 감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도출될 당시, 유럽연합과 미국 간의 배출량 목표, 신축성의 정도 등에 대해 논쟁이 발생했는데, 유럽연합이 시장 기반의 감축방식을 주장하는 미국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교토의정서가 제정될 수 있었다. 2001년 미국이 교토의정서 기반 국제협상에서 탈퇴한 이후 유럽연합은 다른 국가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면서 교토의정서의 비준과 발효를 주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비준이 필수적이었는데, 유럽연합은 환경집행위원, 유럽의회, 양자관계 등 다각적 채널을 통해 러시아의 비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유럽연합은 국제협상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역내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했다. 2005년 유럽연합은 전 세계 최초로 공적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계획인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를 출범시켰다. 본래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방식으로 규제를 선호했고, 시장 기반 방식인 배출권거래제에는 반대했지만 목표 충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수용했다. 유럽연합은 국가별 특성에 맞는 기후정책을 설계하면서도, 통합적 접근법을 통한 공동의 정책과 조치를 추구했다. 배출권거래제를 핵심으로 유럽연합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지침, 건물에너지 지침, 자동차 연비기준 마련 등의 수단을 제시하는 한편, 국가 개별적으로는 탄소세, 에너지세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수단을 시행했다.

  2007년 포스트교토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에서부터 유럽연합의 리더십이 약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경제위기가 발생했고, 교토의정서 존속 혹은 새로운 체제 구축을 둘러싸고 논쟁이 이루어졌으며,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그동안 주도적이었던 유럽연합의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축소됐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역내 정책개발과 이행이 축소된 것은 아니었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조정하고, 기후대책기금을 구체적으로 책정하는 등 리더십 역할을 유지했다. 2014년에는 온실가스 40% 감축,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성 제고, 에너지시장 연계 강화 등의 대응책을 마련했다. 실제로 이 시기 이미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23% 감축함으로써 2020년 감축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선진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인 책임, 기후변화 저감 비용 등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은 기후변화 국제대응에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런데 유럽연합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회원국들, 회원국 권한의 내적 조정의 필요성, 제도 자체의 취약성, 상당한 경제적 비용, 다수의 거부권 행사 등을 고려할 때, 기존에 보여준 리더십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기후변화 정책과 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환경정책은 에너지, 운송, 도시 등 관련된 부문의 역량을 제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십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신(新)기후체제와 유럽연합의 리더십 전망

  기후변화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했을 때, 유럽연합의 집행위원회는 초국가적으로 의제 설정 역할을 담당했다. 유럽의회는 녹색당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입법을 지원했으며, 기업들은 배출량 감축 의무부담을 수용했고, 여론은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이었다. 또한 유럽에서는 과학적 증거가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규범적 측면에서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예방적 원칙, 환경보호를 위한 공적 개입의 필요성, 회원국 경제규모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으로 대응하는 부담 공유에 대한 합의 등이 이루어졌다. 게다가 유럽연합의 다층적 거버넌스(governance) 구조는 의장국들 간 경쟁적 리더십을 가능하게 했고, 기후변화 규범 옹호자들이 그들의 우선순위를 정책 논의의 장으로 도입시키는 데 있어 통로를 제공했다. 이와 같은 유럽연합 주요 행위자들의 이해관계, 친환경적이고 규범적인 태도와 문화, 열려 있는 제도적 맥락은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리더십을 가능하게 했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2020년 이후의 국제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규정하는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되었고, 2016년 포괄적인 구속력이 적용되는 국제법으로서 효력이 발효됐다. 파리협정을 통해 형성된 ‘신기후체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를 포함한 협약 당사국이 전부 참여함으로써 공동의 책임이 강조됐고,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응, 재정, 기술, 역량강화, 투명성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진전을 이루었다. 신기후체제 성립 과정에서 유럽연합의 리더십이 교토체제 형성 때만큼 두드러진 것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서유럽과 동부, 남부유럽 회원국들 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둘러싼 의견 분열도 발생했다.

  그렇지만 유럽연합은 여전히 기후변화 국제규범을 창출하면서 역내 기후정책을 이행 중에 있다. 유럽연합 내부에서는 유럽연합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향상 확대의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강조됐다. 또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하고, 클린에너지 관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이를 통해 경제구조를 전환한다는 목표도 설정됐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중국의 부상 등 국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유럽연합의 기후 패권(climate hegemony)이 어디까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유럽연합은 여전히 국제 수준에서는 일관성 있고, 신뢰할 만한 리더이며, 국내 수준에서는 모범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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